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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꽃 Mar 24. 2021

게으른 수요일

물이 흐르기만 하나요 잠깐 멈춰 고여있기도 하죠



   1주의 한복판이다.


  오랜만에 잠을 설쳤다. 등부터 어깨로, 어깨에서 머리까지 치밀어 오르는 두통에 눈을 떴다 감았다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미칠듯이 아팠다면 벌떡 일어나 알약 두어개 집어 삼키고 다시 누웠을텐데,  생각이 딱히 나지 않을 정도의 은근한 통증이 희미하게 왔다가 도망가는   번이나 반복했다. 창으로 아침볕이 비추고야 잠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해야  일을 하나  떠올렸다.


   속에 홍삼 먹기

  전날   샌드위치와 진하게  커피  

   입고 출근할까

  한국 문학의 이해 수업 듣기

  초등 저학년 보조, 반비례 설명, 부등식 활용 응용문제, 시험대비 문제 풀이

  모의고사 오답준비


  홍삼 봉지를 뜯기도 전에 한숨이 먼저 나왔다. 두통의 잔해가 이부자리 여기저기 찢겨 흩날리고 있는  해치워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과감히 아침의 가장 중요한 스케줄 하나를 걷어냈다. 들어야  수업  강을 오늘 퇴근 후와 주말로 미뤘다. 그러고 나니 희한한 여유에 어깨가 가벼워졌다. 고작 이틀, 월요일 화요일을 전력질주 했나보다. 에너지를 적절하게 나눴어야 했는데 잘못 했나보다.


  그냥 누워서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가 어우러진 음악을 들었다. 시곗바늘이 달릴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매일  일이 있다는 사실이 무거운 몸뚱이를 꾸역꾸역 움직이게 만든다. 조금  게으르고 남들보다  나태하게 태어났더라면 편했을 텐데.


  화장대  창가로 꽃나무가 비쭉 고개를 내밀었다. 며칠 전부터 꽃망울이 톡톡 터지기 시작했는데, 이제 제법 하얀 잎이 꼬물댄다. 봄이 들어올 자리를 아직  만들지 못했는데 벌써 이만큼이나 다가왔다.


  대청소


  주말에 해야   목록이 하나  늘었다. 손님맞이를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언제  해결할  있을까,  목록들을. 하나 지우면 둘이 늘어나는 할일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버렸다. 진한 커피와 깊은 잠. 움직일  있는 에너지원  가지가 상반되는 하루다. 부디 오늘이 짧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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