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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꽃 Sep 22. 2021

뮤지컬 HADES TOWN 하데스 타운 20210922

나비소년=오르페우스공식, 이것은 시우민영업글인가 하데스타운 후기인가





미리보기를 위한 이미지





  1. 하데스 타운의 일꾼이 되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일을 하고 <하데스 타운>을 보러 갔다. 연휴 마지막 날이자 9월의 자체 막공. 26일 저녁 공연을 볼까 말까 일주일 넘게 고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일이 너무 바빠 포기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2열을 취소했다. 내가 취소한 그 표 한 장... 누군가의 행복한 밤이 되겠지요... 어제 밤새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집을 나설 때가 되니 거짓말처럼 화창해졌다. 오르페우스가 노래를 완성했나 봐요... 봄이 왔나 봐요...(아님) 이상하게 공연장 가는 길은 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가깝게 느껴진다. 물리적 시간은 같은데 거기에 행복이라는 촉매제가 첨가되면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시우민 보고 집에 돌아오면 시간이 빨라져요!


  오늘은 5열 오블. 원래는 9열이었는데 새벽에 기적적으로 잡은 취소표로 전진하게 되었다. 어디든 좋은 자리라지만 엘아센에서는 무조건 전진해야 된다는 친구의 조언을 받들어 5열로 갔다. 와... 자리 앉는 순간 혼자 박수칠 뻔. 팔뚝에 타투로 새겨야 한다. '무조건 전진'!!!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자리였지만, 공연을 보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르페우스 동선이 주로 오른쪽이라 매 순간 시우민과 함께할 수 있었다. 옆모습 뒷모습 앞모습 고루고루 보고 눈물 찔끔. 내 덕질 역사상 이토록 최애를 시선으로 독점할 수 있던 날이 있었던가! 엘아센 의자는 일렬이 아니고 약간 지그재그로 나열되어 있어 시야 방해도 없고 단차도 적당해서 어떤 자리에서도 무대를 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그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전진하자. 무조건 앞이다. 8열과 5열의 차이가 무척 컸다. 8열은 중블이었어도 5열이 더 좋다 느껴진다.


  극 전체를 분석적으로 봤냐고요? 아뇨... 오늘도 시우민이 쩔었거든요.




  1. 시우민 = 나비소년


  EXO의 <나비소녀>는 눈꽃의 눈물 버튼 노래 중 하나이다.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도 좋지만, 시우민이 군대 가기 전 <나비소녀(Don't go)>를 이용해 <나비소년(I go)> 공연을 팬들에게 선물해주었기 때문이다. 무대에 담긴 메시지는 '기다림'이었다. 달맞이 꽃(꽃말 : 기다림, 밤의 요정, 소원, 마법)과 편곡, 수어를 이용한 안무 등등 시우민의 군 복무 기간 동안 그를 기다릴 팬들을 위한 무대였다. 일본 EXO-CBX(엑소 유닛팀) 콘서트에서 공개된 무대였고 한국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팬미팅 무대에 올랐다.(눈꽃은 아직도 이 무대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처음 보자마자 심장이 찢어질 것같이 아팠고 두 번 세 번 볼 때마다 콧등이 시큰시큰해졌던 슬픈 기억 때문에...ㅠㅠ) 소년이라고 수식하기엔 어울리지 않은 나이(1990년 3월 26일생)지만, 무대 위에서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시우민을 보면 소년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나비소년> 연습(출처 : https://youtu.be/wOoX3k2r_Z0 / https://youtu.be/esJvPKZhULQ)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심선생님... 일단 이 과정 올려주셔서 감사드리고 맡겨놓은 영상 더 주세요.



<나비소년> 무대(출처 : SCHNEE슈네 https://youtu.be/3QkilsRbj0I / 나의 따스한 봄 https://youtu.be/DKEF9DBbwg0) *무대 영상 링크 및 캡처본이 문제가 된다면 둥글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날 안내해줘
Yeah 그대가 살고 있는 곳에 나도 함께 데려가 줘
oh 세상의 끝이라도 뒤따라 갈 테니
부디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말아 줘
아침이 와도 사라지지 말아 줘 oh
꿈을 꾸는 걸음, 그댄 나만의 아름다운 나비


  원곡 <나비소녀>를 편곡해서 안무를 짜고 후렴 부분 노래 후, 시계 초침 소리와 '안녕' 하는 인사로 무대가 마무리된다. 다시 만날 날이 기약되는 기다림이었지만, 어떤 헤어짐이든 이별은 슬픈 법. 그러니 팬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남긴 무대는 눈물 버튼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특히 시계의 바늘이 5시 7분-시우민 입대일이 5월 7일이었음-에 멈추고 귀를 막고 뒤도는 거로 끝나는데... 정말 이건 누구 생각일까.) <나비소녀>는 동화 같은 가사와 따뜻하면서도 슬픈 멜로디로 팬들이 좋아하는 노래로 자주 손꼽히곤 한다. 사랑하는 상대를 나비로 표현하고 그 나비를 따라 어디든 따라가겠다는 비유적 표현은 세월이 지난 지금 들어도 천재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가사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상대가 죽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노래가 슬프게 느껴지는 건 분명 이유가 있어서겠지. 무튼 나비소년 시우민은 오르페우스가 되어 에우디리케를 따라 <하데스 타운>까지 가게 된다.   




  2. 시우민 = 오르페우스


  뮤지컬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눈꽃은 시우민의 뮤지컬 캐스팅 소식에 열심히 이것저것 검색해보았다. 어렸을 때 세계 각 나라의 신화와 전설을 좋아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었다.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라면 수많은 엮은이 버전으로 섭렵하지 않았었나. 그래서인지 뮤지컬 내용은 큰 거부감 없이 다가왔다. <하데스 타운>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디리케, 그리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이 두 커플로 쓰인 작품이다. 풋풋하고 따스한 사랑과 습관처럼 굳어진 오랜 사랑이 대비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최애의 역할에 이입해서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오르페우스 인물이 시우민과 퍽 잘 어올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자신을 숨기지 않고 직선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며, 죽음까지 내달릴 수 있을 정도의 깊은 감정.


  가슴에 회오리가 몰아치던 그날 밤 오묘한 그대의 모습에 넋을 놓고 하나뿐인 영혼을 뺏기고 <나비소녀>

  "결혼해요." "누구세요?" "당신과 함께 살 사람, 난 오르페우스." <하데스 타운>


  세상의 끝이라도 뒤따라 갈 테니 부디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말아 줘 <나비소녀>

  "그래, 어디까지 따라갈 생각이지?" "세상 끝까지, 이 세상 끝까지" <하데스 타운>


  그저 바람 따라서 어디든 굶지 않고 춥지 않을 곳, 몸을 뉘일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는 에우디리케의 존재는 나비로 투영된다. 나비의 날갯짓은 작고 오묘하며 바람을 일으킨다. 에우디리케의 작은 날갯짓에 첫눈에 반한 오르페우스. 나비소년의 대명사(!) 시우민이 오르페우스에 캐스팅된 건... 운명 아니었을까? 소년의 감정은 앞뒤 안 보고 내달릴 수 있는 용기로 가득 차 있다. 시우민의 오르페우스를 보면 그런 소년의 사랑이 잘 나타난다. 에우디리케를 보며 행복한 모습을, 그녀가 남긴 빨간 꽃을 보며 절망을, 그리고 자신의 나비를 따라 하데스 타운까지 따라가는 발걸음을. 아무래도 <나비소년>이라는 이미지가 뇌리에 콕 박혀 있어 오르페우슈에 더 이입해서 공연을 볼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오늘의 오르페우슈도 내 심장을 죽어라 팼다. 3일 전보다 폭풍성장되어 있는데... 이 남자의 3주 뒤가, 3개월 뒤가 무섭다. 넘버 부르는 거 두 손 꼭 모아 보는데 저는 무대에 꾀꼬리가 한 마리 올라와 있는 줄 알았어요... 감정을 가득 담아 부르는 노래에 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세 번째 관극인데 가장 좋았다. 정확히 3일 전에 봤던 오르페우슈가 맞나요? 전혀 다른 사람이 온 줄 알았다. 어떻게 저렇게 급격하게 실력이 뛰어오를 수가 있지? 최고치 찍었던 건 역시 1막 끝의 <Wait for me>였다. 조명의 진자 운동을 활용해서 무언가가 '떠났다가 돌아오는 모습'이 잘 표현되는 것 같다. 그리고 <If it's true>도 좋았다. 손가락 안에 꼽으며 좋아하는 넘버는 아니지만, 시우민 연기가 곁들여져서 오늘은 확 와닿았다. 목소리에 조금씩 힘이 실리는 것도 들렸고! 자신감도 더 붙은 것 같고! 공연 회차를 거듭하며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갈 시우민의 모든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없어 슬프지만ㅜㅜ 10월 공연에서는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겠지. 기다려... 오르페우슈...




  3. 뮤지컬에서 인터미션을 왜 주는 줄 알겠어요, CPR 하라고 주는 거죠?


  1막 끝나자마자 화장실 갈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마지막에 너무 심장 아프게 좋아서 주먹으로 왼쪽 가슴 퉁퉁 치며 내가 살아있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장 감정을 남겨야 해! 하며 메모장 켜서 미쳤다, 찢었다 여섯 글자 썼다. 뭘 더 구구절절 남길 필요 있나. 너무 좋아서 소리 없이 욕하다가 발 동동 굴리다가 인터미션 끝났는데요. 뮤지컬 보면서 느낀 건데 나는 1막 끝나는 순간을 좋아한다. 공연을 절반 봤고, 볼 장면이 절반이나 남았다는 설렘이 확 느껴지는 20분 남짓의 시간. 인터미션의 또 다른 매력 아닐까.




  4. 지옥의 왕vs회장님


  하데스 캐스팅은 지현준 배우님이었다. 앞서 두 번 양준모 배우님의 하데스를 봐온 터라 오늘자 공연이 조금 기대됐다. 양준모 배우님은 동굴 안에서 으르렁대는 어둠에 가득한 야수 같은 목소리라면 지현준 배우님은 세계적인 대기업 회장님 같은 위압감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뭐 잘못하면 용서 못 받고 호되게 혼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좀 더 부드러운 것 같지만, 그 안의 카리스마는 양준모 배우님 못지않았다. 결재 서류 들고 총총 올라가서 문 안에 따라 못 들어가고 문 앞에서 싸인 받고 뒷걸음질 칠 것 같은... 네... 그런 거 있잖아요. 특히 오르페우스 둘러싸고 하나 둘 셋 하면서 노래 불러보라고 할 때, "불러!!!!!!" 하는 순간 잘못한 것도 없는데 쭈굴쭈굴 돼서 눈치 살폈다. 양준모 배우님 그 부분에서 진짜 진짜 무서웠는데... 아무래도 처음 무서운 게 진짜 오래가지 않나 싶다. 첫 공에서 화들짝 놀랐었는데 그래도 이번엔 세 번째라고 좀 덜 놀랐다. 박혜나 배우님과의 케미는 양준모 배우님이랑 좀 더 맞는 것 같았음(개인의 취향). 하데스에 김우형 배우님도 캐스팅되었던데, 김우형 배우님의 하데스를 보려면 한 달은 더 기다려야 된다. 그래도 세 하데스를 모두 볼 수 있어서 신난다 신나~ 그리고 페르세포네 김선영 배우님과 찐 부부라고 해서 한 달 후를 엄청 기대하고 있다.


  <하데스 타운>은 산업화를 상징한다. 개발되고 발전해나가며 부를 축적하는 계층과 그 아래에서 머리를 숙이고 일하는 사람들.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하데스의 팔에는 벽돌 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그건 하데스 타운에서 일하는 영혼이 늘 때마다 하나씩 더 생긴다는 설정에 기립박수. 캐릭터 하나하나에 녹아있는 서사가 너무 환상적이다. 신화 원작에서는 스틱스 강의 뱃사공 카론과 저승의 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가 오르페우스의 연주에 눈물 흘리며 길을 내어주는 거로 나오는데, <하데스 타운>에서는 카론과 케르베로스 대신 '(장)벽'을 사용한다. 벽에도 귀가 있고, 벽이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아름다워 길을 열어준 설정이다. 그리고 벽이 문을 열어주는 것도 1막 끝부분에 무대가 확장되며 사방으로 빛이 퍼지는 걸로 연출됐는데, 제발 이건... 눈으로 직접 봐야 입 떡 벌어진다. 뮤지컬 제대로 보는 게 이게 처음이라 그러는데... 뮤지컬이 원래 이런 건가요?




  5. 검은 그림자 내 안에 깨어나


  오늘 트롬본 연주자님의 으르렁은 꼭 기록해야 한다. 커튼콜 끝나고 관객들 퇴장할 때 연주를 해주시는데 내가 간 공연에서는 분위기가 밴드 연주까지 다 보고 난 후에야 사람들이 나갔다. 19일에는 이게 으르렁인가? 했는데 오늘은 확실히 으르렁이었다ㅋㅋㅋ 퇴장하던 몇몇 사람들이 깜짝 놀라 뒤돌아 꺄악! 할 정도로 검! 은! 그! 림! 자! 내! 안! 에! 깨! 어! 나! 공연장 안에서 환호가 금지되어 있었지만, 놀라서 절로 나오는 소리는 용서해주시겠죠? 시우민 회차라고 이런 깜짝 선물을 해주신 트롬본 연주자 최재문님. 기억할게요 오래도록... 으르렁 트롬본 선물 잊지 않을게요. 감사합니다... 사... 사.... 사탕 드실래요?




  6. 열흘을 기다릴 수 있을까요?


  다음 공연은 10월이다. 일단 눈앞에 닥친 현생 살고 다시 가열차게 덕질을 해야한다. 덕질을 하며 스스로 약속한 게 있다면 절대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다. 오늘 공연 보러 간다고 지난 이틀 동안 과제랑 수업, 퀴즈 두 개 해치우고 다음 달에 낼 과제 플롯까지 짰다. 일 하러 갈 준비까지 완벽하게 한 후 마음 편하게 시우민 보러 갔다. 내일은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해서 열심히 살아야지! 그래야 떳떳하고 멋진 덕후가 되어 시우민 앞에 서겠지. 10월 자리가 죄다 좋은 자리라 기대감 326%다. 빨리 9월이 끝나면 좋겠다!  시우민은 점점 발전하는 사람이고 오늘 또 그걸 증명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아져가는 모습을 보여주겠지.




  7. 오늘의 캐스팅


  - 오르페우스 : 시우민

  - 헤르메스 : 강홍석

  - 페르세포네 : 박혜나

  - 에우리디케 : 김환희

  - 하데스 : 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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