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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꽃 May 27. 2016

19800518~20160518

곰과 호랑이의 꿈


곰과 호랑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 둘은 함께 환웅을 찾아 갔다.   



“환웅님, 환웅님. 저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 사람이 되고 싶다고?”

“네, 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환웅은 곰과 호랑이가 귀찮았다. 요즘 좀 사람들이 살만 하니까 개나 소나 다 와서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간곡히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동물들이야 ‘동물이 어찌 사람이 되겠느냐.’라며 잘 달래 돌려보냈지만 이번엔 경우가 달랐다. 맹수 중의 맹수, 곰과 호랑이었다. 이 둘을 어떻게 해야 할까 환웅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때 번뜩, 머리 속을 스치고 좋은 생각이 났다. 환웅은 그들에게 쑥과 마늘을 건네주며 말했다.   



“이걸 가지고 저 동굴에 들어가 백일을 버티고 나와라. 그러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곰과 호랑이는 환웅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절을 했다. 그리고 매운 마늘과 쓴 쑥을 입에 물고 동굴에 들어갔다.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득 가슴에 안고. 환웅은 그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동물 주제에 사람의 자리를 넘보다니. 곰과 호랑이만 아니었으면 저 아까운 쑥과 마늘도 쥐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환웅은 어깨를 한번 으쓱 올렸다 내리며 다시 제가 읽던 책을 들었다.




***




곰과 호랑이는 며칠 동안 환웅이 시키는대로 열심히 마늘과 쑥을 먹었다. 그런데 호랑이가 생각해보니까 조금 이상했다. 어떻게 마늘과 쑥을 먹는다해서 사람이 될 수 있는걸까? 어두컴컴한 동굴 안에서 이렇게 풀떼기만 먹어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면, 사람이 될 수 없없던 동물은 있었을까?



 "곰아.

 "응."



어둠속에서 곰이 호랑이의 부름에 응답했다. 곰은  그날 제가 먹어야 하는 쑥을 입에 오물오물 씹고있었다. 당장이라도 퉤 뱉어내고 싶었지만,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곰은 쑥을 열심히 먹었다. 꿀꺽. 삼키고는 마늘을 집었다. 오독오독한 소리가 동굴 안을 울린다. 매운 맛이 곰의 코를 찌르르 찔러댔다.



 "조금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런 풀쪼가리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될 수 있다니, 이건 말도 안되는 것 같아."

 "하지만 환웅님이 알려주신 방법이잖아."



 호랑이는 답답한 마음에 벌떡 일어섰다. 후두두. 호랑이가 쥐고 있던 쑥과 마늘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환웅님을 만나고 와야겠어."

 "호랑아, 밖에 나가면 사람이 될 수 없다 했잖아."

 "하지만 가만히 이렇게 앉아서 있을 수는 없어. 이상한 것 투성이라구."



 곰이 말리는 발길을 뿌리치고 호랑이는 밖으로 뛰어나갔다. 오랫동안 쑥과 마늘만 먹은 탓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빨리 환웅에게 가서 물어봐야했다. 과연 동물이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는 것이 가당키나 한지.


 얼마  쯤 갔을까?


 피융, 퍽.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호랑이의 머리에 박혔다. 호랑이가 저에게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환웅이 보낸 사냥꾼이었다. 사냥꾼은 흡족하게 호랑이의 가죽을 벗겨갔다.




***




 백일이 지났다. 호랑이는 돌아오지 않았고, 곰은 마지막으로제 손에 들린 마늘 한 알을 입에 넣었다. 그렇게 먹기 싫었던 마늘이 오늘은 달게 느껴진다. 꿀꺽 삼키고 눈을 감았다. 이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곰은 밖으로 나왔다. 잔뜩 야윈 제 앞발은 여전히 털에 덮여있었다. 곰은 어슬렁어슬렁 걸어 환웅을 찾아갔다. 환웅에게 백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어도 사람이 되지 않았다고, 그리고 제 친구 호랑이를 보았느냐고 물어볼 참이었다.


 예전같으면 휘적휘적 걸어 얼마 걸리지 않을 거리를 곰은 한참 걸었다. 겨우 도착한 환웅의 궁은 여전히 으리으리하고 멋졌다.



 "환웅님."

 "어, 곰. 무슨 일이냐."

 "환웅님이 시키신대로 백일동안 마늘과 쑥을 먹었지만, 사람이 되지 못했습니다."



 저런, 쯧쯧.



 "그리고 제 친구 호랑이가 나간 후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혹시 보셨습니까?"



 환웅은 속으로 '저런 미련 곰퉁이를 봤나.'하며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 신하를 시켜 마늘과 쑥을 가져오게 해 곰에게 다시 한아름 안겨주었다.



 "네가 사람이 되지 못한 것은 정성이 부족해서이다."

 "정성이 부족했다구요?"

 "그렇다. 이걸 가지고 가서 백일동안 더 쑥과 마늘을 먹으며 기도해라. 그러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곰은 고개를 끄덕이고, 환웅에게 감사하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아, 그리고 네 친구 호랑이는 참을성이 부족해 동굴을 뛰쳐 나와 사냥꾼에게 죽임을 당했다."

 "호랑이가 죽었다구요?"

 "그렇다. 그러니 너는 호랑이처럼 뛰쳐 나오지 말고 잘 버텨 꼭 사람이 되도록 해라."



 곰은 슬펐다. 친구 호랑이의 죽음 소식을 듣고, 쑥과 마늘을 안고 다시 동굴로 들어갔다.




***




 곰은 영양실조로 죽었다. 그리고 후세에 사람들은 '미련 곰퉁이'라는 말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라는 말을 하며 곰과 호랑이에 대해 두고두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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