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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옆엔 옆지기

든든한 아내

by 마음슥슥


몇 편으로 글을 써도 모자라지 않을까? 오늘은 옆지기 이야기다.


주말부부는 몇 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며 부러움 사곤 했다. 앞에서 멋쩍은 듯 웃으며 넘겼지만 그 말을 들으면 씁쓸함, 안타까움 그리고 죄책감이 느껴졌다.


“우리 결혼 기간 절반 넘게 주말 부부야.”

얼마 전 옆지기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그런 마음들이 더해졌다.


약 2년 전 서울로 직장을 잡으려 하는 나를 옆지기는 비난하기는커녕 응원해 주었다. 서울에서 직장을 바꿀 때도 옆지기는 내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해 줬다.


“필요하면 해야지.”

“하고 싶은 일 해요.”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그 말들 속에는 남편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나라면, 과연 옆지기에게 원망이나 질책 하나 추가하지 않고, 응원해 줄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옆지기는 혼자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고, 임신기간을 홀로 버텼으며, 혼자 힘으로 지아를 키워가고 있다. 임신 준비를 위해 홀로 배에 주사를 놓고, 입덧을 버틴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이 아려온다. 대단한 사람이다. 정말 존경할만한 사람이다.


“우리 OO(아내 이름)가 있어서 지아가 이렇게 잘 클 수 있어요. 고마워요.”

“뭐, 지아가 잘 커주니까 다행이지. 가끔 엄마로 부족한 게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 나도 초보엄마잖아. ”

지아는 탐색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양육자가 있다는 대표적인 신호다. 근데 아빠 라면 끓여줄꺼야?


난 말로 담지 못할 고마움을 어떡해서든 담아보려 노력한다. 그녀는 본인의 역할을 조심스럽게 평가하지만 나에겐 지금 세상 누구보다 멋진 사람이다.


옆지기의 특별한 능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인내심이다. 아무리 지아가 칭얼대더라도, 돌고래 목소리로 몇 십 분을 울어대더라도 토닥여준다. 지아 옆을 지켜준다.

두 번째는 따뜻함이다. 옆지기의 손길에는 항상 따스함이 담겨있다. 지아를 만질 때는 말과 손길에서 따스함이 절로 묻어나 곁에 있는 날 미소 짓게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따스함은 주변까지 스며들어 나조차 전염되고 만다.


글을 쓸수록 조바심이 난다. 더 격렬히 고마움과 애정함을 표현하고 싶다. 언어로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하는 내 글이 원망스럽다.


‘평화롭고 다복한 가정의 일면이다.‘


우리 가족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보고 아버지가 남긴 댓글이다. 평화롭고 다복한 가정이라 생각한다. 이 행복감이 유지될 수 있게 옆지기와 지아를 위한 길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길에 보탬이 되어야겠다.


미소천사 그녀.


“승혜야 사랑해요. 우리 지아 건강하게 잘 키워줘서 고마워요. 오늘 아침에도 지아와 둘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난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 어서 한 공간에서 같이 있을 수 있게 노력할게요. 고민할 게 있으면 같이 고민해요. 다가오는 주말엔 굴요리 해 먹자. 좋아하는 와인과 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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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