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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동생

둘째에 대한 고민

by 마음슥슥


“자식은 많으면 좋은 것 같아요. 전 3명까지 낳으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둘 밖에 못 낳았죠. 아직도 미련으로 남아요. 낳을 수 있으면 많이 낳는 것을 추천합니다.”


평소 존경하던 선배는 둘째 고민을 하던 내게 이런 말을 건넸다. 이 선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자식은 둘 정도 두는 것을 추천했다.


“둘이면 엄청 힘들죠. 첫째도 여전히 손길이 필요하고, 둘째는 말할 것도 없이 힘들겠죠. 그래도 추천합니다. 키울 때 고생을 잊을만한 행복이 있어요.”


혼인 전 나는 딩크족(자녀 없이 생활하는 부부)을 지향했다. 혼인 후에는 옆지기를 닮은 자녀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자녀를 가진 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험란한 대한민국에 내 자녀를 책임지고 돌보는 게 무언가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오랜 대화와 생각 끝에 자녀를 결심하게 되었고 꿈처럼 지아가 찾아왔다.


“꽃 중에 최고의 꽃이 뭔 줄 아나? 아기 꽃이다.”


외할머니의 말씀처럼 꽃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우리 곁에 찾아온 아기 천사.


아이가 생기면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행복함이 찾아온다고 했다. 지아가 우리 곁으로 찾아오기 전에 난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다. 오히려 행복보다 고통이 심할 거라고 생각한 날들도 많았다.


직접 겪어본 소감은 어떻냐고? 고통은 존재한다. 손목과 허리가 쑤시고, 챙겨야 할 것들로 인해 내 시간이 통째로 날아가버린 듯하다.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시간 면면엔 행복이 깃들어 있다. 행복이 촘촘히 깃들어 있지만 주의를 열고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든 느낌이다.


외출전 옷 입히는데 이미 진이 다 빠졌다. 고통스럽냐고? 그렇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리진 않을거다. 절대 그녀를 잃고 싶지 않다


둘째를 고민하게 된 건 시험관 시술 후 보관 중인 수정체 때문이다. 곧 기한이 만료되는데, 보관을 연장할지 혹은 폐기할지 정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졌다.


둘째 또한 가져다 줄 행복이 엄청날 것이다, 첫째도 그랬기에 미리 난 겁먹고 있는 것이다. 나를 다독이지만, 둘째 생각에 잠기자면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럼에도 옆지기와 난 둘째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지아 등에 엎혀있는 것이 인형이 아니라 동생이라면?!


행복이라는 선물을 바탕으로 산더미처럼 크게 느껴지는 현실을 부정하고픈 날이다.


사랑해 우리 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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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