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오는 훈훈함
일상을 함께하는 사무실이나 내 방 한 켠에는 '추억'이 있다.
'추억'을 보는 재미는 생각보다 쏠쏠하다.
사무실 책상의 서랍 두 번째 칸, 방안 옷장 첫 번째 서랍이 내겐 추억의 공간이다.
최근에 지난번 발급해둔 서류를 찾으려다 사무실에서 서랍을 무심코 열어보고는 추억에 갇히고 말았다. 사무실에 있는 내 추억은 문구점에서 주는 크지 않은 비닐봉지에 가득 담겨있다.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사진들, 저 마다 내게 하고픈 말을 담은 짧은 메모나 길게 쓴 편지를 뒤적이다 한두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과거의 흔적들은 나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추억들이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재생되며 당시에는 의미를 잘 몰랐던 밋밋했던 일들이 지금은 상상하면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추억이 되었다. 지워버리고 싶은 안 좋았던 일은 쉽게 생각나지 않았다. 당시에는 별로라고 생각했을지언정 어느샌가 내 안에서 소화되어 나쁜 기운이 빠져버렸나 보다.
사진을 보다 보니 추억들 속에 있는 멋진 장면보다 사람에 눈이 더 많이 간다. 볼거리가 좋은 장소도 있지만 내게 있어서는 누구와 함께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낀다. 각자 개인의 삶을 살아가느라 분주하다고 하지만, 나의 안부를 신경 써주고, 나의 행복을 바라는 이들이 정말 많다. 이런 생각을 하면 벅찬 마음과 행복감이 몸을 감싼다. 마음이 훈훈해진다.
내가 훈훈한 마음을 받으니,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훈훈함을 주고 싶다. 따스한 마음은 이렇게 개인에서 타인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녁에는 고등학교 때 추억을 꺼내볼까 한다. 왠지 어린 마음에 저질렀을 똘끼 충만한(?) 행동과 말들이 생각나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지만, 호기심이 생긴다.
때로는 다른 어딘가로 여행을 가는 것보다 과거 여행을 하는 것이, 내 마음속 따스함을 충전할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