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마음

나 참. 병신같이 이러고 있네.

by 마음슥슥

오랜만이었다. 샤워를 하며 바로 전에 내가 세안을 했었는지 머리는 감았는지 헷갈릴 정도로 생각에 빠졌던 일은.


알아차리고 보니 나는 머릿속으로 불행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그 시나리오는 내가 의지를 가지고 쓴다기보다는 자동적으로 쓰이는 것이었고 난 머리를 감았는지조차 잊어먹을 정도로 ‘휘말려’ 있었다.


‘나 참. 병신같이 이러고 있네.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굳이 굳이 상상하며, 괴로워하고 있네. 고만하자. 신경 쓴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내 몸을 닦을 때쯤 다시 한번 비슷한 주제에 몸을 실어 놓은 나를 또 발견했다.


‘아. 날 꽤나 괴롭히네. 이건 뭔가 있나 보다.‘


엄마와 동생과 관련된 일이었고,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예전에도 이 두 사람과 엮이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던 게 있었다.


머리를 말리고 중요부위도(?) 열심히 말리고(???) 있을 때쯤 마음이 갑자기 편안해졌다. 불행의 시나리오를 맘껏 펼쳐보자고 맘먹은 후였다.


‘엔간히 생각했다. 일어나지도 않을 혹은 가능성 거의 없는 일은 그만 생각하고, 와이프와 넷플 영화나 골라 보자.‘


영화를 보는 중에 시나리오는 다시 펼쳐지지 않았다. 시나리오 속 시간대였던 오늘에도 그 시나리오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 머릿속 시나리오 회로는 어쩔 땐 꽤나 부정적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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