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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슥슥 Oct 15. 2023

그녀의 삶

‘엄마’이기 이전에 그녀.


참 굴곡진 삶을 살았다고 보인다. 나 아닌 다른 이의 삶을 세세히 살피기엔 나는 어리석기도 하며, 현명하지도 못하지만 적어도 가장 가까이에서 엄마와 살았기에 조금은 알 것 같다.


20대에 나와 동생을 낳으시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본인청춘의 대부분을 자녀를 위해 쓰셨다. 자녀를 키운 엄마라는 것만으로 이미 위대하지만 그 과정이 더욱 어려웠을 엄마라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무겁고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런 그녀가 최근 들어서 자신의 삶을 돌보기 시작했다. 주변 대학의 평생교육원을 등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수업에 대한 기대로 들뜬 엄마보다 아마 내가 더 들떴을 것이다. 이것은 아마 그녀의 삶을 내가 빼앗았다는 죄책감과 다 성장하고 나서도 빼앗은 삶에 대해 보상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지극히 어려움을 안다. 60대에 접어들어 하나둘씩 본인의 삶을 챙기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엄마를 보는 것은 마치 내 일처럼 기쁘다.


오늘은 엄마가 몇 달간 배운 국화 관련 수업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엄마는 수줍어하며 자신의 작품을 보러 오라 하셨다. 다른 이야기를 하며, 자기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길 수줍어하셨지만,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가득 묻어있음을 난 느낄 수 있었다. 평생 꽃을 너무나 좋아한 그녀라는 것을 알기에 적어도 내 눈엔 초보의 작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생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며, 본인의 삶을 다듬어간 한 사람이 풍기는 따뜻함이었다.


엄마 사랑해요. 너무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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