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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슥슥 Oct 22. 2023

생일

표현하기 어려운 날


곧 생일이다. 25일이라 아직 시간은 남았지만 주변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축하를 받는다는 건 축복스러운 일이다.


‘나 생일이니 축하해 줘-!’라고 노골적으로 축하를 부탁하지는 못하는 사람이기에 누군가 축하의 말을 건네주면 고맙고, 고마움에 더해 감사하고, 나아가 ‘그래도 내가 누군가의 삶에서 기억되고 있구나’라는 자기만족을 위한 제 멋대로 해석에 빠져들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생일도 있었다. 20대 중반이었고, 난 가족과 사회 내에서는 큰 존재감이 없던 시기로 기억된다. 방황하던 나에게는 별다른 능력이 없었으며, 자신감은 물론 하다 못해 생일을 잊고 있는 엄마에게 미역국을 끓여달라는 이야기도 쉽게 하지 못하던 ‘작은’ 존재였다.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은 다르지만 말이다.


어제 아빠와의 식사 자리에서 물었다.

“아빠는 내 나이 때 어땠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때로 오고 싶어?”

“니 나이 때가 정말 좋았지. 사회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안정감을 가지고 있었어.”

특히, 이번 생일은 ‘나이 듦’을 생각하게 한다. 길게 이어지진 못한 대화지만, 아빠도 나와 다르게 느낀 것 같진 않았다. 10월의 끝자락인 내 생일이 다가온다는 것은 곧 한 살 더 먹는다는 의미인데, 요즘 내 나이가 마음에 드는 만큼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깝다.


생일은 내 상황에 따라 맞이하는 기분이 달라지는 것 같다.  


주변인들이 아무도 몰라 남몰래 슬펐던, 주변인들이 축하해 줘 쑥스럽고 기분 좋았던 그리고 나이 듦을 아쉬워하는 생일들이 내 삶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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