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는 생각
삶 속에서 잊지 못하는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잊지 못하는 기억은 미소를 절로 일으키는 내용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후회, 슬픔, 심지어 분노나 절망이 섞인 기억일 가능성이 높다*. 기분 안 좋은 기억은 과거에 벌어진 것이지만, 현재에 유사한 상황 속에서 재생되곤 한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내게도 그러한 기억이 있다. 꽤나 많은 것 같다.
(*인간은 부정정서가 섞인 사건을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진화심리학에선 그런 기억이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본다.)
오늘 본 영화 속 주인공은 길을 걸었다. 과거에 겪었던 정리되기 힘든 사건과 관계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먼 길을 나섰다.
행동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을 멈추게 한다. 주인공인 그녀는 걷는 행동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던 생각들과 멀어지는 듯했다. 반면에 요즘 난 떠올리기 힘든 기억이 떠오르면 그러려니 한다. 생각이 많아지면 집중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시작해 버린다. 이왕이면 생산적인 것을 행동하려 노력한다.
이따금 내게 달라붙어 있는 기억을 발견한다. 내 마음속에서 사라지기 싫은가 보다 싶다. 그럼 굳이 흘려보내려 하지 않고, 곱씹어 본다. 곱씹다 보면 어느샌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날 발견한다.
섭섭하기도 하다. ‘이렇게 빨리 떠날 생각이었다면 왜 찾아온 거니? 하고 싶은 말이라도 분명하게 해 주고 사라질 것이지. 이럴 거면 찾아오지 마. 시간 아까우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