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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슥슥 Oct 09. 2023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알 것 같다고? 모른다니깐.


시간이 지나고, 삶의 경험이 쌓일수록 지식이 쌓인다. 사람은 경험이 주는 지식을 바탕으로 이와 비슷한 혹은 유사한 경험을 미리 판단한다. ‘똥을 찍어 먹어봐야 똥인 줄 나냐?’는 유경험자의 조언이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심리학 서적에 나온 지식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나 또한 경험해 보기 전에 그것이 어떨 것이라는 판단을 미리

해버린다. 나이 먹고 있나 보다. 직접 부딪혀 느끼기보다는 머릿속에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그것만으로 느끼고 있다. 소극적이다 혹은 재미없다는 단어가 어울리는 방식이다.


캠핑을 다녀왔다. 1박을 곁들인. 힘들고 재미없을 것이라는 나의 머릿속 판단 때문에 미루고 외면하다가, 곁을 지켜주는 아내의 제안에 이번엔 설득되고 말았다.


캠핑을 가기 전 마음속엔 두 가지 생각이 있었다.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해 본다는 설렘과 이로 인한 긴장감, 그리고 고생을 실컷 해봐야 다시는 캠핑 가자고 말하지 않겠지라는 아내의 버릇(?)을 고치고 말겠다는 못된 심뽀가 있었다. 캠핑을 가는 것보단 편한 호텔에 묵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가진 나였다.


하지만 캠핑장에서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내가 가진 캠핑에 대한 선입경은 대부분 부서졌다. 고단하기만 하고, 힘만 들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힘듦을 상쇄할만한 수많은 여유, 낭만 그리고 즐거움이 있었다. 특히, 캠핑 의자에 앉아 가을 산을 바라보며 가진 여유로움은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여운을 남길 만큼 만족스러웠다.


해보지 않은 것을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것은 때론 필요하지만, 부딪히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을 함부로 판단하는 나는, 그런 나를 경계해야 한다. 실제 흠뻑 젖어 들어가는 것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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