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관하여(3): 사랑의 길에서 피어나는 갈등_2부

by 마음슥슥

연인 사이의 갈등은 발생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연애의 수명을 결정짓는다.


자기 개방(self-disclosure)이 연애에서 필요한 마음가짐을 의미했다면, 이번에 이야기할 부분은 좀 더 실전에(?) 가깝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약속한 시간이 30분 지났다.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서로 바빠서 일주일에 몇 번 만나지도 못하는데, 이렇게 시간을 기다리는데 보내자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투덜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그 사람이 온다. 약속에 늦은 것치곤 너무 여유롭게 걸어온다. 그래도 기분 좋게 데이트를 하려고 조용히 넘어가리라 마음먹었던 게 순식간에 와장창 무너져 버렸다. 내 앞에 다가온 그 사람을 향해 내 마음을 털어놓는다.


야! 너무 늦은 거 아니야? 넌 툭하면 이렇게 늦더라. 내가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넌 다른 사람하고 약속도 이렇게 늦게 나와? 미안한 기색도 하나 없이 너 진짜 짜증 나 정말. 어떡할 거야 어?!


bison-european-2118538_1920.jpg 화가 나면 우리는 일단 공격태세를 갖춘다. 언어적 공격은 상당히 치명적이라 상대는 큰 상처를 입는다.


갈등에 대해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말하는 방법이다. 흔히 맞이하는 위 상황에서 당신은 상대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 위 같이 말해오지 않았는가? 직감했겠지만, 위 반응은 그다지 현명한 반응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신의 입장과 감정을 말로 상대에게 전달하기 전에 잠시 아래의 것들을 생각해보자


1) 내가 원하는 것: 늦은 것에 대해 사과받는 것, 기분이 나쁘니까 오늘은 데이트할 기분이 아니다. 집에 가자.

의사소통에는 목적이 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그 목적이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자. 위 경우로 돌아가면, 단지 화를 분출하는 것이 아니라, 화의 이면에는 숨어있을 나의 욕구를 찾아야 하는 것이 필요했다. 상대에게 말하기 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내가 상대에게 전하는 말의 내용과 태도가 달라지게 된다.


hands-1797401_1920.jpg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상대의 따스한 체온이 아니었을까.


2) 감정: 서운함, 화남

인간관계에서 감정은 객관적인 사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객관적 정보는 감정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에 불과하다. 따라서 갈등 상황에서는 나의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화난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내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 되고, 화를 상대에게 표현하자니 왠지 사이가 나빠질까 봐 걱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정을 이용해서 상대를 공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있다면 그 상대를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격받은 상대는 또 당신을 상처주기 위해 반격할 것이다. 분명하다. 위 예에서 약속시간에 늦은 상대는 뭐라고 대답할까? 큰 확률로 당신에게 다시 화를 내거나(예: 야! 내가 늦고 싶어서 늦었냐?! 뭐 이야기도 안 들어보고 화부터 내고 난리냐! 너는 늦은 적 없냐?), 아니면 뭔가 빠진 씁쓸한 사과(예: 미안해....)를 하고 기분 꿀꿀한 하루를 보낼 거라고 추측한다.


아무리 미안한 상태라도 공격에는 공격으로 반응하게 되어있다. 어떤 상황에서 나의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하고 싶다면 그저 '전달'하면 된다. 있는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하고 설명해주면 된다. 의사소통에 관한 교양강의를 진행하면서 대학생들에게 들은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는 '화가 났을 때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요?'였다. 내 대답은 간단했다. "'나 화나'라고 말하세요." 화난 마음의 온도가 진정될 거예요. 이미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의 대부분은 저 세 글자로 전달되었으니까요.


위 내용을 종합하면, 갈등 상황에서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것, 나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요소가 포함된 의사소통의 공식이 있는데, 나 메시지(I-message)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갈등 상황에서 사용하는 의사소통의 주어는 대부분 상대방이 포함되어 있는데(위 예에서 '너무 늦은 거 아니야?'가 대표적이다), 이 주어를 나(I)로 바꾸는 것이다. 주어를 나로 바꾸고 난 뒤에는 상대가 취한 객관적인 행동과 나에게 미친 영향을 알린다. 여기서는 과장하거나 일반화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위 예에서는 '넌 툭하면 이렇게 늦더라' 부분이다). 그리고 감정을 추가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완전한 나 메시지가 된다. 위 예를 나 메시지를 써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OO야, 너 만날 생각에 기분 좋았는데, 30분이나 기다리다 보니까 좋았던 기분은 줄어들고 서운해지고 화도 좀 나더라. 앞으로는 약속시간에 안 늦었으면 좋겠어.


앞선 반응보다 훨씬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당신이 한다면 상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많은 연구들과 나의 실생활 실험(?)을 비추어 보았을 때, 되려 화를 내는 경우보다는 나의 마음을 읽어주거나 사과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특히, 나 메시지에는 내 감정이 진솔하게 묻어있기 때문에, 상대의 진솔한 반응까지 촉진하도록 도와준다. 즉,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의사소통 방식인 것이다. 물론,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나의 감정과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씩 다듬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표현해보자.




나의 노력은 상대에게 보이기 마련이고, 상대도 그에 사랑으로 화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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