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의 아침,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실원 군주궁의 고요한 정원을 부드럽게 밝혀 주었다. 그러나 이조의 마음은 그 따뜻한 햇살과는 정반대로 어두운 그림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웃 거명이라는 나라에서 지내왔던 긴 세월을 회상하며, 그동안의 과거가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느꼈다. 어린 시절에는 거지 짓을 하며 끼니를 때우던 시절도 있었고, 뛰어난 처세술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직에 나서서는 중추령이라는 최고 행정기구의 수장 벼슬을 누렸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소 무리를 했었던 그 과거의 행적이 다시 되살아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조, 오늘도 순검부의 조사에 묵묵히 대처할 작정 이신가?” 그의 정책 파트너이자 친구인 조섭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 나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아. 그들의 조사가 내게서 무엇을 찾아내겠어?” 이조는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 뒤에는 불안한 기색이 감돌았다.
이조는 지금 많은 열성 백성들, 즉 실원군주궁의 신하들과 지지자들이 그를 비호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항상 그의 편에 서서 그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가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고 돕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까지나 그를 지킬 수 있을까? 불안한 질문이 그의 마음을 괴롭혔다.
“이왕이면 윤탁과 내왕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해. 그들이 약해지면 우리는 더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아무래도 윤탁 보다는 내왕이 무엇인가 풍기는 것이 많으니 내왕을 더 세게 밀어붙여야겠어.” 이조는 그간의 전략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의 말에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들은 이조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었다. 윤탁과 내왕을 비판하는 것이 그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이조는 과거의 자신을 자각하며 생각에 잠겼다. “거지 짓을 하던 그 시절, 나는 지금의 이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절이 나를 괴롭히고 있어. 사람들은 과거를 잊지 않지.” 이조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경계가 얽혀 있었다.
한편, 윤탁은 왕궁의 고요한 방 안에서 내왕과 함께 방금 나온 따뜻한 알림방(현재의 신문)을 살펴보고 있었다. 내왕은 왕의 결정에 대해 신중하게 조언하고 있었고, 윤탁은 그녀의 조언을 귀담아들으려 했다.
“윤탁, 이조의 행동이 심상치 않아요. 그는 언제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를 압박하고 있어요.” 내왕은 우려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욱 조심해야 해. 우리는 그에게 우리에게 강한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해.” 윤탁은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며 대답했다.
내왕은 윤탁의 태도에 안심할 수 없었다. 이조의 과거가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조를 늘 경계해야 해요. 그의 불안이 우리의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겠지만, 그와의 갈등이 커지면 우린 더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어요.” 내왕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결단이 섰다.
“내가 이조를 직접 대면할 필요가 있을까?” 윤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다.
“우리는 직접 대치하기보다는 그를 불리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해요. 그러면 그가 스스로 발을 묶이게 만들 수 있어요.” 내왕은 윤탁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하였다.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서로를 의지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왕국의 권력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왕국내 각 인물들의 심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이조는 그날 저녁, 왕궁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의 신하들과 비밀스러운 회의를 열었다. 그곳에서는 왕국의 향후 계획이 논의되고 있었다.
“우리는 윤탁과 내왕을 강하게 밀어붙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 그들이 백성들의 비판받을 만한 여지를 만들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 이조는 결의에 차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조의 신하와 동료들도 이조의 결정에 힘을 보탰다.
이런 가운데, 윤탁과 내왕은 계속해서 이조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조의 복잡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은 두 사람에게도 여전히 불확실한 기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처럼 각 인물들의 심리가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그들의 운명은 점점 더 대립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일들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이 글은 이번 제4편까지 이어지다가, 잠시 중단 후, 재 발행하는 중으로, 다음 제5편 부터는 신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