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post Oct 28. 2024

첨부물들의 커다란 걱정

교육행정 창작소설 <나는 첨부물입니다> #02

첨부물(수행비서)들이 대기하는 대표적 장소인 호텔 로비 라운지는, 7개 대학의 총장님들께서 장관과 회의 중인 동안 잠시 숨을 돌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나는 우리 대학 평판의 무게를 느끼며 다른 수행원들 사이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교육과 행정의 공공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온 탓인지, 나에게 주어진 일은 단순한 직무 그 이상이었다. 겸손하고 얌전하게 보이려 애쓰지만, 공정성이나 교육의 본질이 걸린 대화에서는 쉽게 물러서지 않는 성격 탓에 가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북대 김 선배가 웃으며 나에게 농담을 건넨다.

“서울대는 언제나 높은 평가를 받으니까 참 부러워, 안 그런가? 요즘도 너희 총장님, 학교 자부심이 대단하시더라?”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 선배는 평소 지방소재 대학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는 분이다. 나도 그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서울대에 대한 묘한 시선이 느껴질 때면 내 위치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그래도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을 꺼냈다.


“선배, 사실 서울대가 받는 평가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중앙에서 밀어주고는 있지만, 그만큼 저희도 책임감이 부담이거든요. 다른 대학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까 더 신중하게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의 변화는 모든 대학에 중요한 문제니까...”


내 말을 들으며 충남대의 이 후배가 말을 보탠다.

“맞습니다, 요즘엔 서울대도 예산 삭감이 문제라던데요? 그리고 서울대 총장님이 늘 강조하시는 말씀이 있잖아요, ‘한국 교육은 하나의 체계다’라는 그 말씀.”


이 말을 듣고 김 선배도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 오랜 경력을 쌓아오신 분이지만, 우리 총장님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번진다.


“그렇지, ‘체계’라는 말을 들으면 나도 고개가 끄덕여지더라. 지금처럼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사이에 지원 격차가 벌어지면 결국엔 체계가 깨질 테니까... 지방 대학으로서는 더 어려워지는 현실이지.”


경북대 선배의 무거운 말에 분위기가 잠시 어색해진다. 나는 대화를 이어갈까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숙여 생각에 잠겼다. 우리 총장님이 늘 강조하시는 바는 한국 교육 체계가 상호 보완적인 공동체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겸손하고 조심스러운 태도 속에서도 나 역시 그 가치를 지지하고 싶었다.


“김 선배, 저희 총장님께서 항상 ‘모든 대학이 한 배를 타고 있다’고 말씀하세요. 서울대가 받는 지원은 다른 대학을 위해서라도 효율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입장이시죠. 우리도 결국 전국의 대학이 함께 발전해야만 진정한 교육의 목적을 이루는 거니까요. 그래서 오늘 회의에서도 지방대 지원 문제에 대해 직접 의견을 내실 것 같습니다.”


내 말을 듣고 강원대 오 선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너희 총장님도 그런 점에서 책임을 느끼시는 거구나. 그 말씀은 늘 옳지. 예산 삭감으로 인한 타격은 실은 지방 대학이 더 크게 받는 거야. 근데, 중앙 지원 없이 지방 대학이 어떻게 버텨나갈 수 있겠어?”


충남대의 이 후배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화에 끼어든다.

“저희 학교도 예산이 줄면서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어요. 이번 장관님과의 회의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변화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긴다. 이 자리에 모인 각 대학 수행원들이 겪는 어려움이 단지 일시적인 불만이 아니라는 걸 안다.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우리 모두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지만, 각 대학이 가진 특성과 상황이 달라요. 그래서 이번 장관님과의 회의가 잘 풀리길 바랍니다. 제 경험상, 정책 하나가 제대로 시행되면 그 파급력은 모든 대학에 전해지니까요. 우리 총장님께서도 같은 뜻을 갖고 계실 겁니다.”


로비 분위기가 조금씩 밝아지며, 총장님들의 회의가 끝나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로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릴 때마다 우리는 각 자의 총장님을 찾느라 긴장하면서도, 조용히 숨을 돌리며 오늘 대화의 여운을 음미하고 있었다.

이전 01화 아침에 일어나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