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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post Nov 12. 2024

갈등 조정의 먼 길

교육행정 창작소설 <나는 첨부물입니다> #07

의대 학생회와의 대치중 공교롭게도, 총장님의 취임 이전, 학교의 발전과 교육 정책을 위해 힘쓰던 중, 의도치 않게 과거의 작은 불법 행위가 폭로되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총장님의 과거 행적을 파헤치며 "부정행위, 그리고 부적절한 자금 사용"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학교 전역으로 퍼져 나가며 학생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을 일으켰고, 총장님에 대한 신뢰는 급격히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비서실과 나는 더욱 큰 위기감을 느끼며 총장님을 보좌하고 있었다. 학교의 정문 앞에서는 학생들이 총 궐기대회를 열고 “부정 총장 퇴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거세지는 집회 상황과 총장실 점거 농성과 관련한 첩보가 입수되는 등, 잇따른 위기에 총장실은 공관으로 총장 집무실을 옮기게 되었고, 나도 총장님과 함께 총장공관에서의 비상체제 업무에 들어갔다. 협소한 장소적 제약과 본부 사무실과 떨어져 있는 거리감이 업무를 더욱 고단하게 느끼게 했다.     


학생들의 참여가 계속 늘어가는 어느 날, 나는 총장님께 오전 일정 보고를 드렸다. 좁은 공관 집무실과 회의 공간만을 오가는 총장님도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보고를 받으셨다.


“이번 일로 학교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해졌습니다. 학생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고 행동도 과격해지고 있습니다. 의대 학생회와 총학생회가 연합을 하였고 각 단과 대학의 학생회가 속속 집회에 참가하여 그 수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본부를 점거하려 준비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총장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쳐다보셨다.

“과거의 그 일은, 내가 총장으로 취임하기 전의 일이었지만, 이런 문제가 발생할 줄은 몰랐어. 학생들에게 신뢰를 잃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군.”


회환에 잠기신 총장님의 눈빛에서 불안이 읽혀, 나는 강한 어조로 조언을 드렸다.

“총장님, 지금은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우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총장님은 나의 조언을 들으시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가 말씀을 이어가셨다.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내 말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야.”


“신뢰는 시간이 걸리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면 회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학생들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총장님께서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결연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날 저녁, 총장님이 공관 숙소동으로 이동을 해서 쉬시는 동안, 나는 비서실 직원들과 학생과 직원들 그리고 관리과 방호원과 청경 직원들과 함께 학생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논의와 안전 문제에 대하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학생처장, 학생과장과의 긴밀한 연락을 통해 총장님과 학생회장과의 면담 일정을 조율하며, 언제든지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학생들과의 대화가 정말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합니다.”      


어느 정도 행동 과제가 정해지자, 나는 총장님과의 면담을 논의하기 위하여 의대 학생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총장실  현비서관입니다. 총장께서 의대 학생회장과의 빠른 시일 내에 면담을 원하십니다. 언제가 가능하신가요?"

학생회장은 냉담했다. “저희는 총장님을 믿을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이 너무 심각합니다. 총장님의 과거에 대해 더욱 알고 싶고, 명확한 해명이 필요합니다.”


나는 의대 학생회장의 우려에 대해 무거운 마음으로 답했다.

“정확한 해명은 필요합니다. 총장님도 이 점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함께 대화의 장을 만들 수 있도록, 의대 학생회장이 마음을 열어 줘요. 그리고 총 학생회장을 설득해서 함께 모일 수 있도록 주선해 주세요. 모두가 학교를 위한 일이며 그 일이 또한 학생들을 위하는 일이 될 겁니다.”


의대 학생회장은 잠시 침묵하더니, 마침내 수긍을 했다. “좋습니다. 대화에 응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총장님의 진솔한 사과와 투명한 해명이 필요합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단 첫 번째 단계를 넘겼다고 생각했다.     




총장님과 의대 학생회, 그리고 총학생회와의 면담 일정이 잡혔고, 나는 총장님을 부총장, 학생처장 함께 회의장소인 학생회관 대회의실로 모시고 갔다. 회의실 문이 열리는 순간,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총장님은 학생들에게 다가가 자리에 앉으셨다.


“여러분,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제 과거에 대해 여러분이 느끼는 불만과 실망을 이해합니다.”

회의실에 함께한 30여 명의 학생들은 총장님의 말에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는 불신을 드러내며 고개를 저었고, 누군가는 그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저희가 기대하는 무엇인지 총장님께서는 아시는 지요? 총장님께서는 지금 이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를 하시는 겁니까?” 총학생회장은 야무지게 총장님을 몰아붙였다.


총장님은 대답하셨다. “저는 여러분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제가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우선, 저는 저의 모든 회계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향후 어떠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겠습니다.”     


의 두 눈은 총장님의 말씀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길 기대하며, 반응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      

총학생회장은 그 말을 듣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얼굴을 들어 총장님을 바라보았다.

“그 약속이 진실이라면, 저희도 총장님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우리의 의견을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상시적인 협의체 구성이 필요합니다.”


총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셨다. “알겠어요, 상시 협의 기구를 즉시 마련하겠습니다. 제가 직접 참여할 것이니, 여러분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십시오.”  "협의체 구성에 필요한 모든 준비사항은 학생과장과 총장실 현비서관과 상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회의는 그날 이후에도 여러  진행되었고, 총학생회와 의대학생회 그리고 몇몇 집회 참가 학생들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모두가 학교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갈등이니 만큼, 계속적인 협의회를 통하여 조금씩 신뢰를 회복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었고, 그중에서도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위기의 순간 속에서도 총장님은 내가 보기에도 안타까울 정도로 밤늦은 시간까지 많은 시간을 할애하시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셨다. 나도 덩달아 총장 공관에서 기거하는 시간이 점차 늘어만 갔다.


2주간의 떠돌이 집시와 같은 공관 생활에서 나는, 총장님에게서 서울대에 입학할  있었던 이유와 교수가 되고 학장을 거쳐 총장이 되신 일련의 키를 찾을 수가 있었다.


바로 목표에 대한 끊임없는 집중과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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