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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post Nov 11. 2024

의과대학과의 갈등

교육행정 창작소설 <나는 첨부물입니다> #06

의대학장 면담 후, 몇 주가 지났다. 총장님은 각 단과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정책 실행을 위한 초석을 다져가고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특히 의과대학의 학생들은 본부의 예산 재조정이 자신들의 교육 및 연구 기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의대학장과의 면담은 총장님과 의대학장의 독대로 이루어졌다. 두 분 이외에는 누구도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가 없던 어느 날, 의과대학 학생회는 총장실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긴급히 결정했다. 의대 학생회장은 소신 발언을 통해 학우들의 불만을 대표하기로 했다. 집회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예산 삭감 반대!”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힘찬 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교육과 연구의 질이 하락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우리가 미래의 의사로서 충분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학생회장이 외쳤다.


그의 말에 이어 다른 학생들도 연이어 발언했다.


“우리는 이제까지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은 우리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총장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우리는 의과대학의 학생이다!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격렬한 발언들이 오가는 가운데, 상황은 점점 더 긴박해졌다. 학생들은 집회 후 총장실로의 진입을 결의했다. 그들은 인원수를 모아 총장실 문 앞에 서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총장님과 직접 대화해야 다! 우리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달라!” 학생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들의 의지는 결연했다.     


공관에서 출근 준비를 하시던 총장님은 상황을 전해 듣고 매우 불편해하셨다. 공관으로 달려간 나는 긴급히 부총장과 학생처장, 그리고 의과대학장과의 전화 회의를 소집했다. 부총장은 우려의 말을 꺼낸다.


“총장님, 지금 학생들의 감정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방치하면 더욱 심각한 사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학생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의대학장의 진지한 목소리가 스피커폰으로 울려 나온다.

“맞습니다. 특히 의과대학 학생들은 자신들의 교육이 단순한 숫자로만 취급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총장님은 깊은 생각에 잠기며 대화를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좋아요. 학생처장, 의대 학생회장과의 면담을 잡아주세요. 학생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만큼,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몇 시간 후, 의대 학생회장과 몇몇 학생들이 총장실에 들어왔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총장님은 부총장, 학생처장과 함께 그들을 맞이했다.


먼저, 앞에 놓인 음료를 권하며 총장께서 말문을 여셨다.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기쁩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지금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지 얘기를 해주세요.”


열심히 메모장을 펼치고 메모를 준비하는 내 옆에 앉아있던 학생회장이 맨 먼저 말문을 열었다.

“총장님, 저희는 단순히 예산 삭감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교육이 미래의 의사로서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예산이 줄어들면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결국엔 환자와 우리 사회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소모적인 투쟁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요? 총장님께서 지난 선거에 출마하시면서, 맨 처음 일성이 <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잊히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다른 학생이 간절하게 덧붙였다.


총장님은 학생들의 말을 진지하게 귀 기울이셨다.


“여러분의 걱정이 무엇인지 이해합니다. 교육의 질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서울대학교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국의 모든 대학은 우리 대학을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또한 질시하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정부의 지원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한 우리 대학을 보는 눈은 결코 곱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덮쳐서 정부의 재정지원 축소가 가져오는 위기는 넘기 힘든 허들과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모든 단과대학이 함께 힘을 합쳐,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습니다. 이 점에서 학생들의 협력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학생들은 이 대답에 실망한 듯,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불만을 토로했다.

“총장님, 우리가 어떤 식으로 협력할 수 있을까요? 예산이 줄어들면 결국은 우리의 교육이 부실해지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좀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싶습니다. 그게 잘못입니까?”학생회장이 강하게 반문했다.


갈등의 정점에 이르자, 학생들은 점점 더 격렬해졌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학습의 질이 떨어지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강력한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결국, 그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서로의 손을 잡고, “우리는 싸울 것입니다!”라고 외쳤다. 나는 예전 신입시절의 <본관 점거 농성>이라는 악몽이 떠올라 불안했다.


총장실은 갑자기 냉랭한 대치상태에 휩싸였고, 나는 학생들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잠시 당황했지만, 학생들이 점거농성이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변해가는 순간,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져만 갔다. 대화의 결과가 이제는 불투명해지고, 갈등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에서, 총장님과 비서실 그리고 학생들 모두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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