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며칠 뒤면 최고참 선배가 된다.매년 상하반기로 나누어 정년이 있는 우리 직장에서는 매 6개월마다 퇴직을 하고, 바로 그 시점에 최고참이 새로 나타난다. 최고참이 될 때쯤이면 후배들 중 자식뻘 정도의 터울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제 내 차례가 다가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늘 불편해하는 말이 하나 있었다. '자네가 우리 아들 같아서 하는 얘기인데...' 하면서 말을 꺼내는 선배들이 있었다.
선배들이 후배를 딸처럼 아들처럼 생각하면 어떤 일이 생겨날까?
가족 같은 직장분위기?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화기애애한 조직 문화?
아니면, 선배가 후배일을 빼앗듯 가져가서 미리미리 해주려나?
누가 달걀이라도 던지면 대신 맞아줄 선배가 짠하고 나타날까?
생각해 보면 즐겁다.
좋은 일이 많을 것처럼 보인다.
(출처: pixabay)
그러나, '딸처럼 아들처럼' 이 아니고 정말 아들딸로 생각해, 마구 화내면서 혼내면 어떡하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 어쩌지? 먹기 싫은 밥을 억지로 먹이면 어쩌나? 잠자기 싫은데 잠을 자라 하고, 파란 셔츠가 좋은데 빨간 스웨터를 입고 나가라 하면... 어쩌지?
딸처럼 이란 얘기는 내가 집에서도 들었던 얘기다. 며느리를 맞는 첫자리에서 '걱정하지 마라. 나는 널 딸처럼 생각한다' 하시던 우리 어머님도 하셨던 말이다. 어머니는 딸처럼 생각하는 아내에게 설거지를 시키셨다. 엄밀히 말하면 시킨 것은 아니고 말리지 않으셨다. 그 시간, 여동생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
역시, 처럼은 똑같지 않을 경우에 하는 말인가 보다.
직장에서 아들처럼 딸처럼 후배들을 대하는 선배는 어쩐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딸처럼.. 아들처럼..
처럼이라는 말은 '같지 않으니 같은 것처럼' 이란 뜻이 아닌가!
내가 봐왔던 그 선배들이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지만, 후배를 딸처럼 아들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끼는 후배
이 말을 나는 참 좋아한다.
내가 직장에서 만난 두 번째 사수는 나를 데리고 가는 자리에서 항상 '이 친구 내가 아끼는 후배야' 하면서 소개를 했다. 나도 어느 틈에 선배가 되어 '이 친구가 내가 아끼는 후배야'하며 소개를 하고 있다.
후배를 딸처럼 아들처럼 생각지 말고 그냥 아껴만 주면 좋겠다.
내가 아끼는 후배를 만나게 되면 하는 행동이 있다. 우선 밥을 사고 싶어 진다. 후배에게 밥을 사면 오히려 내가 참 많은 것을 얻는다. 얘기도 듣고, 표정도 보고, 걱정거리도 알게 되어 가까운 사람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시간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