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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안의 매력

SNU행정담론 ep#010

by 정현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1안 2안 3안에는 매력이 있다.

책임지기 싫어하는 것은 나와 네가 같다.


책임지기 싫고

검토가 부실하다는 소리는 듣기 싫고

네 맘대로 결정하냐는 말은 더 듣기 싫고 해서

이 모든 고민을 한꺼번에 때려 넣어 나온 방법이

1안 2안 3안이다.

상황 봐서 4안 5안 까지도 갈 수 있다.


보는 사람은 헛갈린다.

하나만 보기도 어려운데

세 개를 다 보고 골라보시오 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고려했습니다 하며

검토하고 고민한 흔적을 보여줄 수는 있다.

그런데 왜

그 세 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까?


자~~ 펼쳐보자.

1안에서 서론을 떼어내고

2안에서 말하는 전개 방법으로

3안의 결론을 내리는 짜깁기 기술을 발휘한다면

결재자는 좋은 선택을 한 것인가?

그리되면

그는 편집자인가? 의사 결정자인가?


일을 하다 보면 예전엔 혼자 하던 일을

두 세 사람이 나누어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두 세 사람을 관리하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 많다는 얘길 듣기 싫으니

없는 일도 만들어내어

일을 더욱더 복잡하게 만든다.


결국 사람 수는 느는데 일은 더욱 엉망이다.

1안 하나로 분명한 의사 표현이 가능한데도

굳이 2안 3안까지 필요한 것인가?


이것도 저것도 좋은 것 같으니 이중에 골라봐 하는 것은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인지

빨간 펜 들고 편집을 하라는 것인지

그 뜻을 몰라 어지럽다.


1 2 3안이 아니라 하나의 안으로 하자.

최종 결재권자가 채택하면 실행하고

불가하면 다시 다른 안 하나를 만들어 내자.


나의 의지를 담고

검토 라인의 의견을 모아

최종안 하나를 결정자에게 내미는 것이

여기에 내가 있는 이유가 아닌가?




지나온 일상 속에서

여럿 중 하나를 선택하며

조마조마

여기까지 왔는데


제발 이번만이라도

1 2 3안에 빠져

그에게 답을 청하지 말고


이렇게 합시다!

답이 필요 없는 하나의 안을 그에게 던져주자.




(배경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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