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곰과 여우를 비교하곤 한다. 곰은 때때로 미련하고 우직하게 느릿느릿 움직이는 듯 보인다. 이와는 다르게 여우는 재빠른 행동으로 매우 빠르게 이리저리 살피며 쏜살 같이 달려간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 사람을 '곰과'와 '여우 과'로 나누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강아지 과'와 '고양이 과'로 나누기도 한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분류도 재미있지만, 나는 예전 우화집에 나오는 달리는 토끼와 걷는 거북이에 가장 흥미가 끌리는 사람 중 하나인데, 오늘은 곰과 여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다.
public area에서 상당기간 살아온 나는 늘 사람을 퍼블릭형과 비즈니스형으로 구분하는 습관이 만들어져 있다. 이런 내게 곰은 철저하게 퍼블릭형으로 보인다. 반면 여우는 당연히 비즈니스형이다. 이 둘은 각자가 장단점을 가지고 서로의 특성과 장기를 발휘해서 세상 속에 살아가며 스스로 진화 발전시켜가고 있다.
빠름~~ 빠름~을 주 무기로 숙고하는 느린 생각보다는, 재빠른 실행을 주특기로 하며 순간순간의 이익을 쫓아가는 기업과 여우는 매우 닮아 있다. 아마 그래야만 이 험한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며 발전 또한 있을 것이다. 곰은 상당히 미련해 보이며 우직하고 천천히 움직인다. 몸집도 물론 크~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하고, 여우에 비해 많은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public area의 인간형하고 꼭!! 닮아있다. 공무원이 대표적인 곰형이고, 나와 같은 공직자 역시 이와 매우 닮아 있어 빠르게 움직이기는 어렵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어렵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듯하지만, 곰은 마음속 깊이 계산을 하며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
다만, 곰은 몸집이 커서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하고 주변에 피해를 끼치기 쉽다. 굳이 변명하자면 곰은 자연의 피해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 많은 생각을 하며 천천히 움직일 뿐이다. 그러나 곰의 힘은 강력하다. 곰과 여우가 맞닥뜨리면 당연히 강자는 곰이다. 여우는 곰이 무서워 피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기업에 내놓으라 하는 굴지의 기업들, 흔히 말하는 S사 L사 H사 등도 블루하우스에 들어가면 당연히 철저히 머리를 조아리도 한없이 겸손해진다. 여우들은 혼자 감당하기엔 많은 위험이 있기에 철저하게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그룹이다. 그러나 여우들이아무리 많은 수로 그룹을 이루어도 곰 단 한 마리를 당해낼 순 없다.
그래서 곰의 역할은 중요하다. 곰은 당연히 우직해야 하고, 곰은 당연히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야 세상이 평화롭다. 곰은 잡식성이다. 고기면 고기, 열매면 열매, 거기에 우리나라 곰은 단군의 어머니처럼 마늘도 좋아한다. 만일 곰이 동물만 해치지 않는다면, 피를 볼일이 없어 참 좋은 세상이 될 텐데.
곰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아마도 꿀일 것이다. 그래서 만화 속 곰돌이푸우는 늘 꿀을 찾아다니고 꿀을 빠는 모습이 가장 행복해 보인다. 이럴 때 푸우는 느긋하게 배를 두들기며 나무에 기대거나, 풀밭에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며 꽃잎을 입에 물고 있다. 참 낭만적인 모습이다. 곰이 꿀을 좋아하는 것을 비유하여, 곰을 닮은 대부분의 공직자들을 꿀 빠는 직장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역시 꿀 빠는 직장에 있는 사람들은 좀 나태해 보일 정도로 느긋하다.
그러나 그 시간에, 많은 여우들은 생명을 담보 삼아 초원과 정글 속을 달리며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다. 이리저리 개체들을 모아 가며, 개별과 개별, 집단과 집단, 그리고 개별과 집단으로 순식간에 조직을 바뀌어가며 먹이를 찾아다닌다. 때론, 포획한 먹이의 분배가 문제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강자로서의 곰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여우를 잡아먹을 것인가? 여우가 마음껏 먹이를 구하게 주변정리를 할 것인가? 이 문제를 철저하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고민 후에는 빠른 결정으로 신속히 실행을 해야 그 결정이 유효하다.
이것이 곰이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가며 해야 할 역할이며 사명이다. 우리와 같은 공직자는 곰과 같이 살아야 한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은 이러한 곰의 역할과 사명에 대하여 고민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