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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욱 Nov 24. 2020

도담삼봉 이야기


 도담(島潭)은 연못 안의 섬, 삼봉(三峯)은 세 개의 봉오리라는 뜻풀이처럼 넓고 고요한 강물 위에 바위 세 개가 떠 있다. 가운데 바위는 장군인 남편바위이고 좌측은 첩의 바위 우측은 아이를 못 낳는 처의 바위인데 임신을 한 첩은 남편을 한없이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표정이고 처는 삐쳐 돌아앉은 형국이란다. 

 본래 이 바위는 정선 땅에 있었는데 어느 해 홍수가 심하게 나서 떠내려 오다가 이 단양 땅에 멈추었다 하여 해마다 정선 군수가 세금을 걷어 갔는데 어린 소년 정도전이 단양에서 이 바위를 떠내려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가 심하니 도로 가져가라고 한 후부터 세금을 안 내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도담 상류 깎아지른 절벽 위 수풀 속에는 하늘나라 선녀인 마고할미가 드나들었다는 석문이 있다. 마고할미는 이곳에 물을 길러 내려왔다가 비녀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 비녀를 찾기 위해 손가락으로 파헤친 것이 99마지기 논이 되었고,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았는데, 늘 긴 담뱃대를 물고 술병을 들고 술과 담배를 즐겼다고 한다. 

 마고할미가 마시고 놀아도 농사는 저절로 잘 되어서, 마을 사람들이 봄이 되어 못자리를 시작하려고 하면 마고할미 논은 이미 못자리가 다 되어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모를 다 심고서 마고할미가 과연 그 많은 논에 모를 심었을까 궁금해서 가보면 마고할미 논에는 모내기한 모가 뿌리를 내려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수확된 곡식을 하늘나라 사람들은 양식으로 먹었는데, 그래서 이 논을 선인옥전(仙人玉田)이라 부른다고 한다. 마고할미는 농사를 지으려고 강을 건너다녔는데, 발을 적시기 싫어서 강에 큰 바위를 던져 징검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이 징검다리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철교를 세우느라고 없애버려서 지금은 볼 수 없다고 한다.

 마고할미는 단양에서 술과 담배,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오랫동안 살았다고 한다. 석문 좌측 돌기둥 아래 동굴이 있는데, 이 동굴이 마고할미가 살던 곳이고, 석문 가까운 곳에는 긴 담뱃대를 물고 술병을 들고 있는 형상의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바로 마고할미가 죽어 바위로 굳은 마고할미 바위라고 한다.

 장군의 이야기 때문인가? 선녀의 전설 때문인가? 이곳의 물안개는 해질녘 신혼 침실의 비단 휘장처럼 은근하며, 새벽녘 여인의 속옷 나삼자락처럼 하늘거려서, 깊고 푸른 강물 속에서는 본능과 욕정으로 눈 튀어 나온 물고기들의 숨죽인 음모가 늘 잔 물살로 일렁이고 있는 것만 같다. 하여 질투와 이권과 낭만과 현실 그리고 기막힌 풍광으로 이야기 얽힌 도담삼봉은 그야말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의 주말드라마이며, 고요의 생명력이 전율하는 곳이다.


고요한 강물은 흐르는 듯 멈춘 듯

우뚝한 삼봉은 잠긴 듯 떠 있는 듯    


상기된 바람은 소리를 겨우 죽이고

바람난 단풍은 색기를 애써 누르고 있네    


신선의 노를 훔쳐 은하 같은 강물을 거슬러

마고할미 비녀를 찾아 칠보로 단장하고

석문 가락지 뽑아내어 그대 손가락에 언약하고 싶건만    


홀로 젖는 이 뗏목은 나아가는 듯

물살에 거꾸로 떠내려가는 듯    


깎아지른 절벽은 높이를 감추었고

짙푸른 강물은 깊이를 숨기고 있네    


마음이 진짜인가 몸이 먼저인가

하루를 지워가는 어스름 속에

과거는 돌아올 수 없고 현재 또한 붙잡을 길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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