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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욱 Dec 22. 2020

2. 문화답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

2. 문화답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자연답사는 누구나 바라보는 순간 빠져들 수 있고, 지식과 경험의 축적에 상관없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순수한 어린 나이일수록 더 많은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답사는 어느 정도 답사 능력을 길러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아는 만큼 깊이 보이고, 경험과 지식이 축적될수록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으며, 비교와 통합을 통하여 완전한 감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석가탑을 감상할 때, 탑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알고 다른 탑, 예를 들면 백제탑인 정림사지 탑과 비교하면 더욱 풍부하고 감동적인 감상을 할 수 있다. 탑은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시기 위하여 지어진 건축이다. 중국은 황하를 중심으로 나무나 돌 보다는 건축 재료로 진훍이 많아서 전탑이 발전했고, 일본은 나무가 풍부한데다 전쟁이 적어서 목탑이 발전했으며,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화재가 잦고 화강암이 풍부하여 석탑이 발전했다. 백제탑은 그 기본 양식이 목탑에서 석탑으로 발전한 형태여서 미륵사지 탑처럼 석재를 나무판자처럼 끼워 맞추어 목탑 양식의 석탑을 제작하다가, 부재를 간소화하고 예술미를 발전시켜 정립사지 석탑으로 완성시켰다. 하여 전체적으로 기단은 신라탑인 석가탑보다 왜소하고 불안하지만, 여러 석재를 짜 맞춘 반듯한 몸체와 평평한 지붕은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한 기품을 자아낸다. 가까이에서 보면 크기가 크고 몸체가 우람하여 장군처럼 느껴지지만,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다보면 활짝 펼친 지붕과 가늘 몸매가 우아한 백제 여인의 자태를 떠오르게 하는 반전이 있다. 이에 비해 신라탑인 석가탑은 중국에서 발전한 전탑이 지금의  안동지방에 집중적으로 분포된 모전석탑의 형태로 변화하였고, 다시 석탑으로 발전한 형태이다. 기단이 이중으로 넓고 높아 탄탄하며 지붕돌과 몸돌을 각각 하나로 압축하여 단순함을 극대화한 가운데 안정감과 상승감을 모두 느껴지게 만들어서 완벽한 예술미로 승화시켰다. 정말 담백하면서도 세련되고 굳건하면서도 늘씬하여 고고한 신라 미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 하루 종일 쳐다보아도 지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석가탑 옆에는 그 단단한 화강암을 나무 다루듯이 흙 주무르듯이 자유자재로 파고 잘라 짜 맞춘 다보탑이 있다. 석가탑이 간소하고 단정한 부처와 같다면 다보탑은 온갖 치장을 차린 보살과 같다고나 할까. 그 우아하고 화려함은 바라보는 사람의 숨을 멎게 한다. 불교 경전 법화경에는 석가모니가 세상에 나타나 시방세계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법화경을 설하실 때, 다보여래가 땅에서 솟아나 석가모니의 말씀이 진리라는 것을 증명한다는 구절이 있다. 그 법화경의 구절을 부처의 세계, 불국(佛國)에 실현해 놓은 것이다.

 이처럼 석가탑을 감상할 때 다른 탑에 대한 지식이나 불교 지식을 많이 안다면, 감상은 더욱 풍부해지고 깊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여 문화답사는 아는 만큼 느끼고 쌓은 만큼 감동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또한 부석사 무량수전을 감상할 때, 우리나라 한옥 지붕의 형태를 공부하여 맞배지붕과 팔작지붕, 우진각 지붕의 특징을 공부하고, 기둥에 사용된 배흘림 기법의 장점을 파악하고, 지붕의 무게를 분산시키고 건물의 아름다움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공포의 배치방법을 알고 있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팔작지붕은 지극히 웅장하고 화려해서 궁전의 건물이나 사찰의 대웅전, 고관대작의 한옥지붕에 많이 사용되고, 맞배지붕은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품격이 있어서 사찰의 대웅전에도 쓰이지만, 종묘처럼 위업 있는 건물이나 사당 등 엄숙하고 품위를 중시하는 건물에 주로 사용되는 기법이다. 맞배지붕은 주심포와 함께 지어지는 경우가 많고, 팔작지붕에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다포 양식이 주로 사용되었다. 팔작지붕으로 유명한 건물은 부석사 무량수전, 경복궁 근정전, 맞배지붕으로는 수덕사 대웅전, 봉정사 극락전 등이 대표적이다. 우진각지붕으로 유명한 건물은 국보 1호 숭례문, 경복궁의 남문인 광화문 등이 있다. 특이하게 무량수전은 팔작지붕이지만 배흘림기둥 위에 주심포를 올려서 지붕의 웅장함과 기둥의 단아함을 모두 뽐내고 있다. 부석사 안양루 앞에 서서 깨끗하고 단아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을 바라보면 보면 파르테논 신전의 우아한 돌기둥이 같은 이미지로 겹쳐진다. 또 안양루 위에서 내려다보면 부석사의 중심 건물인 범종각이 보이는데, 이 건물은 앞은 팔작이지만 뒤는 맞배 양식이다. 부처님을 뵈러 올라오는 중생들의 눈에는 화려하고 웅장하게 보이도록 하고, 무량수전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부처님의 눈에는 소박하고 겸손하게 보이도록 건물의 지붕을 두 가지 기법으로 조합한 것이다. 경북 북부를 답사할 때는 부석사와 봉정사를 함께 보는 것이 좋다. 부석사에는 팔작지붕인 무량수전이 유명하지만 삼층석탑을 지나 좁은 산길을 더 올라가면 맞배지붕의 조사당이 작지만 위업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봉정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 극락전이 맞배의 극치를 발산하는 옆에 팔작의 대웅전이 그 화려함을 뽐내고 있어, 두 지붕의 기법이 지니는 아름다움과 멋의 차이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문화답사는 비교의 미학이다. 따라서 많이 보고 많이 아는 사람이 더 깊이 있고 더 풍부하고 더 재미있고 더 감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이고 쌓은 만큼 느낀다.’고 말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자. 우리의 역사도 미술도 철학도 종교도 그리고 우리의 아름다운 국토도...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우리의 아름다운 국토와 빛나는 문화유산을 맘껏 즐기자. 감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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