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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욱 Feb 01. 2021

소백산온천 야외 온탕

눈 오는 날

소백산 온천 야외 온탕에 누어 하늘을 보면

하얀 천사 옷 입은 

수천수만 선녀들이 재잘거리며 내려온다  

  

해가 저물어 바알간 불빛을 받으면

다시 오색 치장을 한 궁녀가 되어

복사꽃잎처럼 나부끼다 

벌거벗은 나의 얼굴에 상큼한 감촉 톡 톡 찍으며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이럴 땐, 하늘나라 옥황상제도

미심쩍지만 궁녀 삼천을 거느렸다는 의자왕도

하나 부럽지 않다    


눈이 저절로 감기고 저절로 떠 진다  

  

이 정지된 시간의 황홀한 시야에 문득    


‘우리 온천은 탕내에서 

유입수, 퇴수가 동시에

이루어져 매우 청결합니다.‘    


정말 탕 속은

방울방울방울방울들이 바닥에서 솟구쳐

탕 전체에 고루 퍼져 휘돌다

사각의 윗 턱을 운무처럼 타고 넘어 

줄기를 이루어 사라지는 것이다    


태백시 한가운데 있는

낙동강의 시원, 황지 연못처럼 놀랍게

투명하고 깨끗하다    


그렇다 흘러야한다    


물건이건 욕심이건 감정이건

잡아두면 썩는다

미움도 사랑도 집착하면

흐려지고 탁해지고 이리저리 오염되고 

쌓여 똥 되는 것이다    


내 몸을 스쳐가는 모든 것들 

내게 닿은 모든 인연들도 맘껏 춤추다가

인연대로 떠나도록 내버려둘 일이다

벌거벗은 내 육신, 걸림 없는 내 영혼과 

따뜻한 교감 나누다 

제 길 가도록 그저 바라볼 일이다    


그래야 깨끗해진다 

그래야 투명해진다    


낙동강 뿌리를 마시고 솟아나는 이 온천수도

소백산 몸내 가득 머금은 저 바람도 

내 몸도 내 마음도

묶어놓지 말고 잡아두지 말고 얽어매지 말고

그냥 두어야 깨끗해진다

흘러가게 놓아야 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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