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산사지 당간지주
가월(노진욱)
허공 꿰는 설악의 바위봉을 통으로 들어다가, 하늘 도끼로 내리쳐 빠개 놓고, 너댓이 술 한 배 걸치고 설렁거리며 달려들어, 망치로 정으로 이리 찍고 저리 두드려 대다가
에라! 하고 대지에 냅다 꽂아 세웠네!
광막한 명주 들판, 웅장한 백두 대간
질주하는 바람 앞에
천년 세월을 세워 멈출 수 있는 것은
그렇지! 머리가 아니고 가슴이지!
상체가 아니고 하체지!
봐라! 저것은 건축이 아니고 작업이다 예술이 아니고 막일이다
감히, 32상(相) 거룩하신 부처님 전(前)에
여덟 눈 부릅 뜬 사천왕 앞에서
깊숙한 대간(大幹) 골짝과 통정하려고
한낮에 불뚝 내민 백두장사 사타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