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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욱 Mar 18. 2022

범일국사와 강릉

 답사에서 가장 필요한 지식은 인물이다. 자연이 건 문화재 건 사람의 삶이 투영되어야 존재 의미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금강산이 설악산보다 유명한 것은 그 경치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금강산에 깃든 삶의 이야기(전설, 설화, 민담, 일화)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영월이 단종의 땅이고, 안동이 퇴계 이황의 땅이고, 산청이 남명 조식의 땅이라면, 강릉은 범일국사의 땅이다.

 범일국사는 신라말 810년 강릉 학산에서 태어나 889년 강릉 굴산사에서 입적했다. 俗名(속명)은 鷄林(계림)이고, 조부가 명주(지금의 강릉) 도독 겸 평찰을 지낸 김술원이며, 어머니는 명주(강릉) 호족 가문 문씨이다. 15세에 출가하여 20세에 구족계를 받았으며, 831년 당나라에 유학하여 제안선사에게서 남종선을 공부한 후, 유엄선사에게 법을 청하여 인가를 받고, 귀국했다. 851년 명주도독 김공의 초대로 명주 굴산사 주지로 오게 되어, 40년간 사굴산파를 창시하여 선종을 전파했다.

 삼척 영은사, 동해에 삼화사, 강릉 신복사를 세우고, 낙산사를 중창했다. 월정사 역시 범일국사의 제자가 중창했으며, 강릉 보현사도 제자 낭원대사가 중창한 지장선원이다. 경문왕 헌강왕 정강왕이 국사로 책봉하며 경주로 불렀으나 나아가지 않고, 오직 강릉지역의 불교 선양에 힘썼다.  

 범일국사가 주장하는 불교의 핵심은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 즉 ‘평상심이 도’이다. 

 입적 시 제자들이 

 “이제 저희는 어떻게 수행해야합니까?”

하고 물으니

 “부처의 뒤를 따르지도 말고, 다른 사람의 행적이나 깨달음을 쫓으려 하지 마라. 오로지 본래 부처인 자기 자신의 마음을 찾아 자각하는 것을 수행의 목표로 삼아라.”

고 했다.

 영서에서 영동으로 넘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충지는 대관령이다. 따라서 대관령은 영동 문화 답사의 첫 출발지인 셈이다. 그리고 그 대관령 성황당인 대관령국사성황사에 모신 분이 바로 범일국사이고, 산신각에는 김유신 장군을 모시고 있다. 강릉 토박이 범일국사는 살아서는 고승, 죽어서는 성황신으로 영구히 강릉을 지키고 보살피는 것이다.

 강릉단오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천년의 역사를 지닌 향토제례의식이다.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다. 

 4월 5일 神酒를 담그는 일에서 시작하여, 4월 15일 산신당에서 대관령산신 김유신께 제사를 지낸 후, 대관령국사성황사에서 제사를 지내고, 성황신을 神木에 모시고 내려와, 구산서낭당을 거쳐, 학산서낭당을 거친 후, 홍제동 여성황사에서 국사성황신과 국사여성황신을 합방하는 봉안제를 거행한 후, 5월 3일 迎神祭를 지내고, 화려하고 성대한 영신행차를 통해 남대천 단오굿당에 모신 후, 조전제 - 단오굿 - 강릉관노가면극 - 송신제 - 소제의 순으로 진행한다. 

 5월 3일부터 8일까지 남대천 단오장에서 국사성황신 범일국사에게 5일 간 아침마다 조전제를 올리고, 단오굿을 하며 풍어 풍농을 기원하고, 관노가면극, 그네, 씨름, 농악, 민요, 관노가면극, 시낭송을 하며, 亂場(난장)에서는 토산물, 공예품, 서커스등이 열릴다. 강릉단오제의 전승기능은 단오제례, 단오굿, 관노가면극 3부문으로 나뉘어 전승되고 있는데, 제례는 유교, 굿은 무속, 산신은 도교로써, 유불선 3교에 무속까지 융합된 종합 축제이다. 

 조선시대에는 관청에서 주관했는데, 일제 강점기에는 강릉시내 중앙시장 상인들이 명맥을 이었다고 한다. 상인들에게는 동해안의 산물이 대관령을 통해 서울로 올라가야하므로 대관령 성황님이 매우 중요했던 것이다. 지금은 중요무형문화제 제13호로 지정되어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강릉시장을 비롯한 각급 기관장들이 제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천년을 이어온 가장 오랜 축제, 이 성대하고 화려한 제례의 대상이 살아서도 죽어서도 강릉 토박이 강릉 수호신 범일국사이다. 따라서 강릉의 대부분의 유형 무형 문화재는 범일국사와 얽혀 있다. 범일국사의 삶과 이어져 있다. 그만큼 사람의 삶은 중요하다. 시대를 초월하는 무한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 것이다. 이 순간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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