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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욱 Jul 10. 2022

도미부인 이야기

오천항이 내려다 보이는 충남 보령에는

뭇 새들이 모두 함께 깃들어 살 만하다는

명당 조서산이 있는데

백제 궁궐의 휘장기처럼 찬란한 단풍숲을 헤치고

도미부인의 묘소와 사당이 있다

(주인이 정말 도미와 도미부인이 맞는 걸까?)


미인도 도미항 상사봉 등

도미부인과 관련된 전설과 지명이 전해내려와

이곳이 도미부인의 고향이라고

경남 진해의 도미총을 이장하여 새로 조성하였다는데

(삼국유사 열전 도미전에는 도미가 한성 부근에 살았다는데

이곳이 도미부인의 고향이 맞기는 한 걸까?)


평민인 도미부인의 용모와 행실이 아름다워

백제 계루왕이 신하를 대동하고 찾아가 수청을 요구하자

(삼국사기 본기에는 게루왕이 성품이 공손하고 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나오는데?

게루왕 때는 고구려가 한강 유역과 너무 먼 북쪽에 있었는데?

어쩌면 향락에 빠져 백성들을 괴롭히며 바둑을 두다 고구려군에 죽음을 당한 개로왕과 그 이름이 비슷한데?)


부인이 대신 여종을 처소에 넣어 위기를 모면했다는데

(천민의 정절이나 감정은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가?)


왕이 속은 것을 알고 도미의 눈알을 뽑아 

배에 태워 강물에 띄우고

부인을 궁궐로 데려와 겁탈하려 하니

생리 중이라 속이고 배를 타고 도망쳐 

(진정, 사랑 때문일까?)


한강을 따라내려가 천성도에서 도미를 만났다는데

하여 고구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산산 아래서 눈먼 남편과 가난하게 살다 죽었다는데

(진정, 행복했을까?)


고려는 왕과 귀족들의 성생활이 너무나 문란한 시대였는데

(재상 김부식은 왜 이 이야기를 삼국사기에 실었을까?)


광천만의 시원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도미와 부인의 합장묘 앞에서

공손히 두손 모으고 어두워 가는 산능선처럼

깊숙이 고개 숙인 나는

(진정 부인의 정절과 사랑을 추모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처럼

(부인처럼 예쁘고 정절 있는 여인 하나 점지해 주소서…)

계면쩍게 빌고 있는 것일까


뭇 새들이 깃들어 산다는 조서산

평민도 천민도 왕도 귀족도 지금 보령 백성들도 

그리고 나도, 어둠 속에 깃든

뭇 새다  


단풍나무 숲을 좋아하는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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