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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욱 Aug 03. 2020

소외와 가치에 대하여


소외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무리에서 기피하여 따돌려지거나 멀리함.’이라고 써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무리, 즉 집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원시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아마 씨족 공동체 무리에서 소외되는 것이리라. 교통이 발달하기 이전, 조선사회만 하더라도 지역 공동체는 매우 중요하여 사람들은 자기네 터전 즉 자기네 마을에서 추방되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다. 지역이 하나의 보호막인 만큼 타 지역사람들의 배타감 또한 엄청난 것이어서 만약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간다면 최소한 3대는 지나야 그 지역 일원으로 행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마을에서의 추방은 곧 죽음과 같은 것이었다.

혈연 공동체 또한 매우 중요하여 자신들의 집안, 가정에서 추방되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다. 개인은 지역과 혈연의 틀 속에서 가치가 인정되고 존중되었다. 그리하여 늘 집안 자랑 집안 사람들의 자랑이 자신의 자랑인 시대였다. 집안에 큰 인물이 나면 집안 전체가 출세를 하는 시대였다. 집안이 흥하면 자신도 흥하고 집안이 망하면 자신도 망하는 사회였다. 개인의 잘못으로 삼대를 멸하는 경우까지 있지 않았던가

그러나 현대는 다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개인이 활용하는 시간과 공간은 무한이 넓어지고 따라서 개인이 접하는 인간관계 또한 무한대로 넓어졌다. 따라서 현대인에게 지역이나 친족에서의 소외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가정에서의 소외도 비중이 많이 줄었다.

그럼 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소외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직업의 소외 그리고 물질, 금전의 소외이다. 

현대 직업은 예전의 지연과 혈연을 대신한다. 같은 직장인은 같은 지역이나 친족보다 중요하고, 떨어져 사는 형제 보다도 중요한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하고 대화의 주제와 관심사가 일치하며 이해관계도 가장 밀접하다. 따라서 애경사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소소함까지도 함께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이나 장례 때, 가까운 사촌보다 동료들이 더 큰 힘이 되고, 많은 것을 도와준다. 따라서 현대인의 행복은 직장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돈이다. 현대인은 지식인이나 인격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핸드폰만 열어보아도 알고 싶은 지식은 얼마든지 보고 들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지식도 별 필요가 없는데, 사람의 인격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람 자체를 세밀히 바라보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 어찌 사람의 인품을 보려고 하겠는가. 그래서 현대인은 지식인이나 인격자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럼 현대인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오직 돈을 가진 사람이다.

지성과 인성이 소외된 현대사회를 대신하는 것은 오직 물질과 돈이다. 뭐니뭐니해도 -머니-가 최고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현대인은 개개인이 지닌 품성은 보지 않는다. 대신 그 사람이 사는 집과 그 사람이 타는 자동차와 그 사람이 걸친 옷을 보고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 돈이 양반이고, 돈이 벼슬이고, 돈이 왕인 시대가 현대사회이다. -청부살인- 돈만 받으면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 시대가 바로 현대사회 현대인이다. 모두가 돈의 명령을 따르며 살아간다.

직장과 돈이 있다면 현대인에게 지역이나 친족이나 가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결혼과 출산까지도 경시되는 시대이다. 그래서 배우자나 자식은 없어도 되지만, 직장과 돈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현대 사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결코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 남들이 가는 길이 진리이고 그 진리를 함께 해야 편안하고 안락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또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래서 너와 나, 우리 모두는 그 -머니-의 길을 무시할 수가 없고, 모두가 그 길을 따라 맹목적으로 질주하고 있다. 이 -머니-의 길이 진리이고 자연법칙에 순응하는 진실의 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이-Money-의 가치관은 그리고 사회상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철학이나 윤리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자연의 법칙과 질서에 너무나 맞지 않는다. 생명체의 기본은 생명유지와 종족번식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보고 듣고 즐기고 꾸미는 일에 더 몰두하고 있다. 인간들이 늘 비웃는 짐승마저도 꾸미고 즐기기 위해 남을 해치지는 않는다. , 먹기 위해서 그리고 종족 번식을 위해서는 싸울지언정.

현대인은 결코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만물 중에 가장 비열하고 탐욕적이고 이기적이다. 더 나은 즐김을 위해 돈과 물질을 추종하고 그 지배를 받는, 돈과 즐김의 노예일 뿐이다. 그리고 새로운 대안을 세우지 못하는 한 인간은 이 질주를 계속할 것이다. 

새로운 가치관과 철학의 등장만이 자연법칙에 등 돌린 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 

석가가 죽고 예수가 죽은 지 2000년이 넘었다. 과연 이 물질과 돈의 권능을 물리치고 인간의 가치를 만물의 영장으로 되돌릴 새로운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석가와 예수는 어디에 있을까

인류는 지금 삭막해져만 가는 이 물질문명의 가치에서 마음의 평화와 영혼의 풍요를 이끌어 줄 새로운 가치의 탄생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지금 이 지구는 새로운 석가, 새로운 예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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