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으로 출렁거리는 가을
들녘에서 방아깨비 눈 뜨고
가을 벼 이삭을 자세히 살펴보면
껍질까지 벗겨보면
지나온 한해가 훤히 비친다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봄 어느 날 가뭄이 있었는지
며칠이나 장맛비가 추적거렸는지
농부의 가슴팍 같은 논바닥을 태풍이 몇 번이나 쓸고 지나갔는지
달빛에는 또 얼마나 설레었는지
청명한 햇살에 며칠이나 생의 기쁨을 즐겼는지
전부 담겨 있다고
늙은 농부의 눈에는 다 보인다고
한몸으로 다가가면 모두 느낄 수 있다고
가을 들녘 바라보던
찰진 무논처럼 검고 깊은
내 친구의 눈매가 떠올랐다.
이삭으로 여무는 친구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