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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통삼촌 Oct 03. 2021

법대 4년과 공인중개사

선택과 집중

법조인을 만들고 싶어 하는 부모님 때문에 최선을 다해본 수능시험에 응시한 나는, 모의고사를 통틀어 역대 최고의 점수로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지방대학교 법대에 입학을 했다. 당구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술집에서 또다시 당구장 이야기를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당구에 허비하다 당구에 피곤함을 느낄 때에만 강의실에 들어가 강의를 듣는 생활을 반복하다, 일정 학점을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겨 나름 공부라는 것도 하면서 4년이라는 대학생활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지내다 졸업할 즈음 도전한 공인중개사 시험은 '법대생'이었기에 쉽게 합격할 수 있었다. 지방대학교 법대를 다닌 것이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하며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공인중개사

법대 4학년, 학업에 열중하진 않았지만 법대를 졸업하며 당구 실력과 주량만 늘었다는 것이 나름 나 자신에게 용납이 되지 않기에 고민하고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이었다. 법대 다녔지만 사법고시를 볼 능력은 없고 4년간 놀은 시간을 무엇이라도 한 것으로 만들기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최고였다.


문제는 2004년도에 시행한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률이 0.8%로 평균 합격률인 1.2%인 사법고시보다 합격률이 떨어지고 기존 기출문제의 출제유형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면서 아주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욕이 나오는 역대 가장 어려운 시험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노량진 입성

공부는 하지 않으며 다녔던 학교였지만 졸업은 해야 했기에 취업계를 낸 후 노량진으로 올라갔다. 시험이 어렵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이지만 15회 공인중개사 시험의 역대급 난이도로 인해 혼자서 공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데다가  주입식 교육과 반복학습을 가장 좋은 학습법이라 생각했던 나의 선택은 자기 주도 학습이 아닌 노량진에서의 주입식 반복학습뿐이었다.


노량진에서 하루 1타임 1개의 과목을 4시간 강의하는 대부분의 공인중개사 학원들 중 하루 2타임 2과목을 8시간 강의하는 학원을 찾아 선택하고 만 4개월의 시간을 계획해서 도착한 노량진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열심히 공부하는 일부의 사람과 아주 대다수의 학원 운영비를 내는 학생으로 구성된 당구장 많고 피시방 많고 술집 많은 놀기 좋은 동네였을 뿐이었다.


법대생과 반장

'법대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16명이 수강하는 반의 반장을 맡았다. 30대 이하의 젊은 부류는 단 4명, 나머지 12명이 이모 삼촌뻘의 수강생들이 모여있는 반에서 반장이라는 업무는 많은 질문을 받는 자리이며 많은 것을 설명해야 하는 그러한 귀찮은 자리였다.


법대에서 당구장만 다녔지만 법대생이라는 이유 하나로 반장을 당하고 반장 역을 당하는 것으로 강제로 공부를 해야 했던 것, 그것이 공인중개사 시험을 쉽게 볼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이었다.


법대 4년과 노량진 4개월

'법대생'이라는 타이틀로 반장을 당해버리고 그로 인해 의도치 않게 복습과 강습을 하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주 빠른 시간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법대 4년을 다니며 법조문 하나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시간을 지냈지만 노량진에서의 4개월은 나에게 아주 많은 법적 상식과 지식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집중의 시간이었다. 비록 나의 의지와는 강제로 집중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지만 충분히 많이 집중하고 노력하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

때론 많은 시간과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 정확한 선택과 집중이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선택은 나의 자의였지만 타의에 의해 집중을 당한 노량진에서의 4개월은 나의 삶을 바꾸어놓는 시간이었다. 


남은 나의 삶을 살아가면서 노량진에서의 경험처럼 올바른 선택과 집중을 할 일을 찾는 것이 나의 가장 커다란 숙제이다. 지금의 글 쓰는것과 마케팅 공부를 하는것에 집중하는것과 또 다른 집중할것을 찾는것, 나는 그렇게 선택과 집중을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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