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이 참 싫다.
실장한테 대들었다. 말로는 깨어 있는 척하더니, 영악하고 간사한 인간이었다. 바빠 죽겠는데 일을 자꾸 짬때린다. 내가 이런 사람 밑에서 일해야 한다니, 화가 난다. 울분이 쌓인다. 집에 와도 가슴이 답답하다.
아주 고맙다. 날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하니까. 고통은 삶의 표피를 찢고 더 깊어지게 하니까. 그러니 개길 수 있는 만큼 더 개길 것이다. 고통은 나누면 배가 되는 법이다.
그녀의 문제는 도덕을 관념적으로만 생각할 뿐 타자의 자기의식은 아예 배제하는 것이다. 자신의 의식이 약하니 타자의 의식도 약할 것이라 지레짐작한다. 그러니 남 생각은 안 하고 업무 시간에 유튜브나 쳐 보고 있겠지. 실상은 그 자신이 미약한 정신 상태로 코끼리 다리 만지듯 도덕 개념을 더듬거리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내가 힘들었으니 너도 힘들어라라는 말, 실장 자리에서 놀며 월급을 쳐 받아가는 그녀가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변명이다. 그러나 누가 힘들랬나? 힘들면 그때 바꿨어야지.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버틴 게, 부조리를 묵인한 게 자랑인가?
어떻게 모든 일에 불만가지며 살아갈 수 있냐고? 불만이 있는데 왜 가만히 있나. 사람은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사는 게 아닌가? 우리가 다음 세대를 낳고 기르는 것이 나만큼 힘들어 보라는 이유에서였던가?
하여간 그 벌레만도 못한 미약한 정신상태에 도달할 수 없다. 언제나 부단히 정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