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행진은 눈 감고도 이뤄진다.
1. 직장에서 3시간 정도 전자책을 읽었다. 공무원은 참 좋은 직업이다.
2. 나는 탄생에의 채무를 거의 이행했다. 직장만 계속 다닌다면 현실은 내 발밑에서 단단히 버텨 줄 것이다. 3. 나는 대지 위에 반쯤 뜬 눈으로 몽롱하게 섰다. 한쪽 발은 떨면서 대지를 디디고 다른 쪽 발은 설레하며 앞으로 내민다. 설렘은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조급함은 꿈에 침투한다. 나는 반쯤 감은 눈으로 대지와 꿈을 동시에 지각한다. 니체는 아폴론과 대지를 대립시켰다.
4. 그러나 대지는 빛으로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빛에 대립하는 것은 어둠이다. 어둠으로는 꿈을 지각한다.
5. 눈이 부시면 눈을 감을 수 있다. 그게 나의 과업이다. 나는 태양 아래서도 꿈꿀 수 있다. 행진은 눈 감고도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