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았다
애인이 또 자살시도를 했다. 다음 날 만났다. 카페에 데려갔다. 그녀를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날 안고 달래주더니, 자기도 울었다. "이런 내가 싫어질 거야." 자신이 날 질리게 할까봐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나도 근 며칠 그녀에게 앓는 소리를 했던 걸 후회했다. 담배를 샀다고, 약들을 가방에 넣었다고, 행정실에서 죽어버릴 거라고 말했었다. 아팠다.
정신을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수면제 한 알을 먹지 않았다. 밤새 잠을 못 잤고 가슴이 답답했다. 출근할 때가 되니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폐가 아팠다. 눈이 감겼다. 그래도 출근했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무너지고 싶었지만 무너질 수 없었다.
작심했었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기로. 수습의 주체는 내가 아니었다. 제도가, 법이, 학교가 날 수습했다. 호흡은 강제당했다. 가까스로 삶을 들이키면 기계가 날숨을 가져갔다. 날숨은 의지였다. 모니터는 안락생의 산소호흡기였다.
애인만 생각하며 연명당했다. 오늘도 대충 수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