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직(행정실무사)에 대하여
행정실 안을 악취로 가득 채우는 두 명의 인간(?)이 있다. 하나는 실장, 하나는 행정실무사이다. 내 옆자리에서 일하는데 맨날 앓는 소리를 낸다. "어우, 오늘은 날씨가 너무 추워" "어우, 이 학교는 방학이 왜이리 짧은 거야." 등등 가짓수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녀가 입술을 뗄 때면 청력을 포기하고 싶다.
실무사의 목적은 고통을 외부로 표출하는 것이다. 고통의 전시는 볼품없다. 그러나 악취나고 시끄럽기 때문에 한 번씩은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사람들은 시각과 청각으로 역함을 감지한다. 실무사는 자신을 찔렀던 고통의 가시가 남까지 찌르는 것을 보며 쾌감을 느낀다. 자학과 피학의 변증법, 그녀가 (17년 동안이었나?) 행정실에서 살아남은 비법이다.
실무사는 그렇게 내외로 찔리고 찌르며 굴러다닌다. 그러다 가끔 너무 아프게 찔렸다 싶으면 복어처럼 부풀어 오른다. 눈빛은 원한에 차서 빨갛게 변한다. 움츠려 있었던 자존심이 가시가 되어 솟구쳐 나온다. 갑자기 생겨난 내면의 공간을 "감히 날 건드려?"라는 문장이 가득 채운다. 그렇게 그녀는 누구든 상처입히지 않으면 안 될 상태로 돌입한다. 누구든 찌르지 않으면(아무리 유치한 방법으로라도) 원래의 아담하고 침울한 상태로 쪼그라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야 원래의 모습(자그맣지만 독을 품고 있다고 찍찍거리는)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한 번은 청소 여사와 내가 마찰이 있었다. 청소 여사는 실무사의 공무직 단짝 동료이다. 청소 여사가 내게 연말정산을 해달라고 졸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들어온지 한 달도 안 된, 내 것도 해본 적 없는 내가 뭘 도와줄 수 있으랴? 청소여사는(전임자는 해주었다고) 내게 원한을 품었다. 같은 공무직이 무시당했다고 느낀 실무사는 그 원한을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실무사는 빨갛게 부풀어 오르더니 기분 나쁜 투로 날 툭툭 건들었다. 복어니까 뭐, 하고 그냥 무시했다.
그러다 결국 실무사가 청소여사의 연말정산을 해줬다. 자기 딴엔 일을 짬맞았다 생각한 걸까. 실무사는 상태가 더 악화되었다. "감히 날 건드려?"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실무사는 어떻게든 내게 복수할 기회만 살폈다. 그제였나? 급식에 닭다리가 나왔다. 언제나 그렇듯 맨 먼저 밥을 타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던 실무사가 어디서 3명 분의 비닐장갑만 가져왔다. 내 것만 쏙 빼고 가져온 것이다. 나는 이만하면 귀여운 복수다 생각하며 대충 먹고 버렸다. 복어는 커져봤자 복어다.
그래, 독(노예의 도덕)을 지닌, 내외의 가시(원죄와 원한)로 찔리고 찌르는 복어의 성질을 니체는 알고 있었다.
"인간의 영혼을 망가뜨리면서, 그것이 번개의 섬광에 의한 것처럼 모든 사소한 불쾌감이나 음울함, 의기소침에서 벗어나도록 그것을 공포나 한기, 열뜬 감정과 환희 속으로 잠기게 한다는 것,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어떤 방법들이 사용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들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확실한 것일까? 근본적으로 모든 격렬한 감정, 즉 분노, 공포, 음욕, 복수심, 희망, 승리감, 절망, 잔인함과 같은 감정이 갑자기 폭발한다면, 그것들은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도덕의 계보학, 261)
불쾌감이나 음울함, 의기소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끔씩 폭발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