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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혜은 May 13. 2020

된장과 육아

된장과 육아의 공통점


어제

된장을 뜨러 장독을 들여다보니

된장이 다 말라버리고 말았다.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내 된장!

내가 처음 담근 나의 '된장'

이사할 적에도 혹여 상할까 봐

정성스레 옮겨 담아

시댁으로 나르며 특별 케어를 받았던 장이다.



작년 12월까지도

괜찮았는데, 내 기억이 가물가물 한 것 보니

된장의 안부를 들여다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소홀했구나...'

된장이 굳었는지

꽃이 피었는지

냄새가 나는지 어떤지

제대로 살피지 않고

그저 볕 좋은 곳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두었으니 내 할 일 다 했다 생각했다.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베란다 가드닝과

베란다 장독 대를 꿈 꾸며

확장을 하지 않고 베란다를 살려두었다.

예전 집 보다

풍부한 햇살과

넓은 공간

장이 알맞게 익기 더 좋은 환경이다.


반면 예전 집은

확장된 집이라 베란다가 반쪽뿐이었다.

장독이 놓일 자리가 지금보다

훨씬 비좁고 열악했다.


비좁고 열악한 환경이 맘에 걸려

더 자주 된장을 들여다봤고

요리조리 나름 해가 잘 비추는 곳으로

장독의 위치를 바꾸어 주고 했다.

엄마가 장독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함께 장을 담근 아이가 코를 킁킁거리며

"음~ 맛있는 냄새! 엄마 된장 냄새 정말 좋다."

해주었다.


그리곤 아이는 지나치지 않고

"된장아~ 맛있게 익어라!"

귀여운 주문도 된장에게 속삭여 주었다.


사랑을 듬뿍 받았던 우리 집 된장, 간장이었다.


뽀얗고 예뻤던 간장 된장





그런데 새집으로 이사하고서

나도 아이도

우리 집 된장과 간장을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


예전 집보다

풍부한 햇살

넉넉한 공간 덕분에

바람도 잘 통하고

환기도 훨씬 잘된다.

장 맛이 들기에

훨씬 더 좋은 조건이라 생각했다.


그 탓이었을까?

장 돌보기를 소홀히 했다.


해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자리에

떡 하니 놓고서

'방치'했던 것이다.




어제 점심으로 된장국을 끓이려고

오랜만에 장독을 찾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멀쩡 했던 된장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속상했다.


하루아침에 변해버린

된장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변할 수 있지?'

변심한 애인을 바라보듯

야속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속상하고 야속했던 것은

내가 아니고 '된장'이었을 것 같다.


아무리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면 무엇하나?

장독대 한번 디다 보지도

뽀얀 송진 가루가 내려앉았는데

항아리 한번 닦아주지도 않고,


찰랑이는 간장 위에도

얇은 막이 생기며 굳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세심히 살펴보지 않은 내가 너는 더 야속했을 것이다.

이미 이들은 신호를 내게 보내고 있었다.

나 좀 살펴봐 달라고 말이다.


지금이라도

된장을 살릴 방법을

모색 중이다.


나의 첫 된장이기에

아들과 담근 첫 장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

함께 장을 담근 아들이

3살에서 5살이 되었다.

2년을 동고동락한 샘이다.


아이와 담구었던 첫 된장


더 깊은 맛이 들면

떠야지

묵히고 아껴두었던 첫 된장이다.




된장을 통해 배운다.


첫째

'난 된장 담가 먹는 여자야.'

집밥의 최고봉인 된장 간장까지 담가 먹는 여자라는

뿌듯함에 심취해 있었다.


둘째

'이 정도면 훌륭하지!'

예전보다 좋아진 환경을 제공해 줬으니

된장이 알아서 더 좋은 맛을 내겠지

했던 무책임을 반성한다.


셋째

관심과 사랑이 멀어졌다.

아무리 좋은 환경도

물질적 풍요도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속 빈 강정이다.


된장 맛들이기와

육아 공통점을 발견한다.

양질의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과 보살핌이라는 것을 말이다.


된장도 이리 되는데

하물며 사람은 말해서 무엇하랴.


된장과 덕분에 주변을 다시 둘러보게 된다.

너무 당연해서 모른 척했던

소중한 것들에 안부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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