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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혜은 Jun 15. 2020

첫 시작은 누구나 어렵고 어설프다.

엄마의 도장깨기

일요일 저녁

가족과 함께 공원에 나왔다.


초여름 저녁의

공원은 싱그럽다.


파란 잔디밭에는

하얀 토끼풀 꽃들이 빼곡하게 피어 있었다.  

예쁘다. 사랑스럽다.

평화로운 풍경에 내 마음 또한 편안해진다.


"엄마 나 토끼풀 화관 만들어 주세요."

순간 아이의 한 마디가

나의 평화를 깨버렸다.


토끼풀 화관이 뭐라고 이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이 흔들린다.


순간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나의 뇌, 짧은 순간 여러 가지를 계산하고 있었다.





1. 나는 뭔가 만드는 건 소질 없는 사람인데 (단정/ 혹은 선 긋기)

나는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일엔 자신이 없다. 손재주가 없다.

'자신 없어, 하기 싫다. 내가 만들 수 있을까?'


2. 그래도 우리 딸이 만들어 달라는데 시도는 해봐야 않겠어? (준비/ 마음먹기)

다른 사람도 아닌, 딸이 만들어 달라 한다.


'엄마'가 되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엄마의 용기' 덕분에 전에 시도해 보지 않았던 것들을

자꾸 해본다.

엄마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이'이다.


내 자식이 원하는 것은 다 해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두려움 때문에 회피하는 것보다

원하는 것은

어설프고 힘들어도

경험을 통해 깨우치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

그래서 내가 해본다.

첫 시작이 두렵고 무섭지만 그래도 해본다.


3. 죽이 되는 밥이 되든 한번 만들어 보자.(결단/ 시도)

워낙 망손이라 방법을 서치 하면서도 자신이 없다.

내가 과연 이걸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한다.

의심을 끊는 방법은 '행동'하는 것뿐이다.

일단 해보자! 시도해 보자.


4. 머리 땋듯이 하면 되는 거잖아. (과거의 경험 / 자신감 얻기)

토끼풀 화관 만드는 방법이

머리 땋는 방법과 동일하다.

응용하면 되겠다.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처음 시도하는 것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보자.

'처음 같지만, 처음이 아닌 것들이 있다.'

머리 땋는다는 느낌으로

짧은 토끼풀을 한 가닥 한 가닥 더해

땋아본다.




어설프지만 첫 화관이 만들어졌다.

처음이라 삐뚤빼뚤

어설프고 보잘것 없지만

완성하고 나니 뿌듯하다.


'거봐 할 수 있는 거잖아.'


완성된 화관을 아이 머리에 꼭 맞게 맞추고

건네본다.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고양이 인형을 찾아

넥타이를 메어주고 면사포를 씌어준다.


내가 만든 화관으로 하트를 연출한다.

그리고 찾아온 장난감 반지

시계 케이스 안에 얌전히 들어 있는

장남감 반지가 제법 진지하다.


'고양이 부부야

백년해로 하렴.'





'요미야.

다음엔 엄마가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한 번 해보니까

어렵지 않네.

다음엔 더 예쁜 화관 만들어 줄게.'


토끼풀 화관을 엮으며

깨우친 생각은

삶의 모든 시작에 적용된다.


뭐든 직접 해봐야 실력이 는다.

잘하고 못하고는 문제 되지 않는다.

어설퍼도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시작은 누구나 어렵다.

해보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아서 두려운 것 뿐이다.

시작은 누구나 어설프다.

하지만 자꾸 해봐서

내 손에 익게 되면

그것이 내 실력이 된다.


새로운 시도는

과거의 내가 갖고 있던

선입견마저도

지워버릴 수 있다.


어려워도 자꾸 하다 보면

나도 근사한 토끼풀 화관 하나쯤은

완성할 날도 오겠지.


그때 '망 손'대신

'금 손'이라는 자신감도 함께 얻어가겠지.


당신이 깨고 싶은 선입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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