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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혜은 Jun 13. 2020

저도 한 때는 립스틱 좀 발라본 여자입니다만

엄마의 립스틱

5월 말부터

5살 보트는 유치원에 기 시작했습니다.


뭘 해도 이쁜 우리 둘째 보트는

새로 시작하는 유치원 생활이 즐겁고 신나는가 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아이를 보니

엄마 마음도 흐뭇합니다.


아이가 하원 하는 시간

유치원 현관에 서서 

하원을 준비하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봅니다.

전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분주하게 준비하는 뒷 모습이 너무 예뻐요.


어느새 가방을 메고 아이가 저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뛰어옵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웠구나.'

입가의 환한 미소가

아이의 하루를 짐작게 합니다.


엄마를 맞아주는 소가

너무 반갑고 사랑스럽습니다.


아이가 실내화를 갈아신으며

첫마디를 뗍니다.


"엄마 선생님께 립스틱 선물하고 싶어!"

"립스틱?"

선생님이 마음이 드나봅니다.


"엉! 분홍 립스틱!"

콕 집어 색상까지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 선생님께 분홍 립스틱이 참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리고 teacher 한테는 노란 립스틱을 사주고 싶어."

아이가 말하는 teacher는 필리핀 분이십니다.

얼굴이 까마잡잡하신 teacher 에게는 노란 립스틱이 또 잘 어울릴 것 같네요.


그런데 노란 립스틱은 대체 어디서 구할까요?

"노란 립스틱?"

내가 아이에게 묻자

아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웅! 노란 망고 립스틱 말이야."


이제야 립스틱의 정체가 작이 갑니다.

아이가 말한 립스틱은 바로 요것!


니베아 망고 립 케어!

그리고 담임선생님께 선물해 주고 싶다던 분홍 립스틱은

작년 겨울 제가 발랐던 스트로베리향 립 케어였네요.


나도  한 때는 립스틱 좀 발라봤던 여자입니다.

처녀 적에는 나름 패셔니스타라고 자부할 만큼

옷 사고 나 꾸미는데 열중했던 사람입니다.


멀리 고리짝 얘기까지 가지 않아도

불과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음.. 그러니까 둘째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벌써  5년 전 이야기)

노 메이크업 외출은 상상도 못 했던 그런 사람입니다.


한 해 두 해

주부의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예전에 비웃던

동네 아줌마가 되어갑니다.

(난 다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던 아줌마 모습이 지금 제게서 보입니다.ㅠㅠ)


무릎 나온 레깅스

헐렁한 티셔츠

기초부터 아이케어 수분크림 영양크림

고루 갖추어 바르던 화장품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화장대는 점점 단출해집니다.


나도 립스틱 좀 발라봤던 여자인데

이제는 니베아 립 케어 하나로 땡입니다.

0000 디오르 도 아니고

샤 0도 아니고

00 로랑도 아닌

니베아 립 케어!


그나마 좀 발랐던 비비크림도

마스크를  요즘엔 생략할 때가 많습니다.

입술이 건조한 나는

립 케어는 꼭 챙겨 바릅니다.

이것이 아들이 생각하는 엄마의 립스틱이었네요.


'아들아 엄마도 립스틱 사줘.

망고도 스트로베리도 아닌

진짜 립스틱 말이야!'


오늘은 비비도 바르고

마스카라도 해보고 진짜 립스틱도 발라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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