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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혜은 Dec 30. 2019

엄마를 닮은 요리

추억을 소환합니다.


학창 시절 나는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나면, 꼭 공중전화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나 오늘 갑자기 호박잎 쌈 먹고 싶은데, 된장에 소고기 말고 커다란 멸치 넣어서 해줘야 해, 난 그게 더 맛있더라.” 나의 주문은 매우 디테일했다.


 나는 무조건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나면 엄마에게 불쑥불쑥 전화를 했었다.
학교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뭐 먹을까? 궁리만 하느냐고 꾸중을 하실 때도 있었지만, 그날 저녁 식탁에는 어김없이 내가 먹고 싶다는 반찬이 상에 올랐다.
 
“아휴, 정말 너도 못 말려~” 이렇게 말하면서도 내가 주문한 음식을 내놓는 엄마의 표정은 항상 즐거워 보였다.
 세상에서 엄마가 차려준 밥이 가장 맛있었다. 내가 말하면 뚝딱 하고 내놓는 엄마의 음식이 좋았고, 내가 밥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엄마를 보는 것도 즐거웠다. 두런두런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 회사에서 있었던 이야기 등 식탁에서 조잘조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이 시간이 좋았다. 식사를 마친 마지막 나의 마무리는 언제나 똑같았다. 엄마의 미소에 답례라도 하듯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엄마 진짜 맛있어!”라는 멘트를 날려주었다. 엄마의 식탁에서 나는 행복했다.



결혼을 7개월 앞두고 엄마가 돌아가셨다.
신혼 초 퇴근하고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면서 엄마 생각이 정말로 많이 났다.
마트서 마주친 어느 새댁처럼 나도 엄마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엄마, 엄마가 해주던 갈치조림 말이야, 그 나 먹고 싶은데 어떻게 만들어?”
몇 번을 엄마에게 전화하는 상상을 했는지 모른다.

이제는 엄마가 해주던 맛깔난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려주고 싶은데, 그 맛의 비결을 물을 수가 없었다.  인터넷 레시피를 아무리 찾아봐도 내 기억 속 ‘엄마 맛’에 대한 비결은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았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의 맛을 찾아내기로 했다.  기억 속 엄마 맛을 찾기 위해서는 내 오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 엄마의 밥상을 떠올리며 내 요리와 엄마 요리의 접점을 찾아갔다.




“찾았다! 엄마 맛”

내가 하는 요리가 엄마의 요리를 닮아 있을 때,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참 행복했다.
이렇게라도 엄마를 느낄 수 있어서...
그렇게 난 요리하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엄마의 맛을 찾아, 요리하는 시간이 즐겁다.
오늘도 나의 식탁엔 엄마를 닮은 요리가 차려있다. 나의 두 아이들은 이렇게 내가 차려낸 식탁을 통해 할머니를 만난다.

3대가 함께 하는 시간, 엄마의 추억과 할머니의 사랑을 함께 느끼는 시간. 우리 가족의 식사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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