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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취 May 30. 2022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하여

지구를 살리는 옷장


 고등학생 때 갑자기 고기 냄새가 역겹게 느껴진 적이 있다. 아마 어렸을 때 야산에서 본 개 잡는 광경 때문인 듯하다.  이내 이거 안 먹음 뭐 먹고살래? 급식 안 먹을 수 있어? 스스로에게 물었고 그냥 먹어라고 외친 후 점점 고기 맛에 빠져들었다. 나이가 들며 다큐멘터리를 보며 육식이 공장식 사육, 무분별한 남획과 인권유린, 환경오염으로 이어지는 것을  되었다. 온라인 마트 장바구니를 대체육으로  채워보았지만 오랜 시간 길들여진 입맛을 충족시키긴 역부족이었다. 여전히 식습관은 비건과 거리가 멀다. 



 옷이라도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걸 사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지만 겨울이 되면 선택을 주저했다. 구스 패딩은 어떤 소재와 비교할 수 없게 따뜻하고 가볍기 때문이다. 심지어 처음 나오던 시절엔 매우 고가였지만, 지금은 아울렛만 가도 아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소비자로서 가격과 용도를 생각하면 사는 게 합리적 소비인 것 같아 주춤거렸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하나 씨도 수십 년간 지내온 식습관을 한 번에 바꾸기가 어려워 차라리 비건 물건을 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동물성 소재가 들어가지 않은 겨울철 아우터를 사려다가 어려움을 느끼고 뜻이 맞는 친구와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는 의류 및 가방을 만드는 회사 '낫아워스'를 창업했다.  


 

 식재료와 관련해선 동물복지 달걀, 닭, 돼지고기 등의 분야가 많이 자리를 잡았다. 채식이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시선도 널리 퍼졌다. 하지만 패션 업계에선 여전히 가죽이 질기고 튼튼하며 고급스러운 재료라는 식이 지배적이다. 비건식을 지향하는 사람들 조차 비건 패션은 생소하다. 아직 이를 시중에서 보기가 어렵고 오히려 동물성 재료들이 더 천연이기에 친환경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물의 털, 가죽을 이용해서 만들기에 염색 및 제조 과정이 합성섬유에 비해 더 적고 친환경적이라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패션 전반으로 눈을 더 돌려보면 SPA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며 옷을 식료품 사듯이 일회용품 사듯이 소비하는 패스트 패션이 일반적인 흐름이 되었다. 자주 소비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은 패스트 패션을 주류로 만드는 일등공신이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생산 과정은 그림자 뒤로 가려져있다. 정당한 가격이 아니라 무언가를 착취한 결과다. 또한 사회에서 패스트 패션이 성행한 그 결과는 어떨까. 쌓여있는 옷더미. 지구에 해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방안을 찾아간다. 소방관들의 폐옷을 이용하거나 현수막으로 사용되는 폐기되는 천들을 이용해 가방, 옷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업체들이 있다. 또한 동물권에 관심을 갖고 식물성 소재를 찾아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소비로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이 시장을  넓히고 사회를 좀 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이때 저자는 완벽하지 않은 해법에 자책을 하거나 비난을 하기보단 미흡한 시도라도 작은 실천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당부한다. 원래 변화란 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살며시 스며드는 거니까. 선택을 망설이거나 주저하는 사람과 이 책을 공유하고 싶다. 동물성 소재인 울, 실크, 모피, 가죽 등의 생산 과정이 천연인지는 직접 책을 통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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