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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취 Jan 06. 2023

입학을 축하합니다

떠나온 자리

 코로나 영향으로 입학식은 각 교실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를 데리고 학교로 향해갔다. 자기 몸 만한 새 가방을 멘 아이들이 아빠나 엄마 손을 잡고 가고 있었다. 교문을 들어서자 본관 건물 앞에 1반, 3반 반 이름을 든 선생님들이 보였다. 눈동자가 재빠르게 담임 선생님을 향했다. 젊으신 분이구나.

 저기다"

하자마자 내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재빠르게 대열에 합류한다. 바짝 긴장했나 보다. 선생님은 아이들 이름을 확인하고 수를 세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 눈길이 모이는 저 자리에 내가 있었다. 한 달 전 졸업식 때 모두가 쳐다보는 앞에서 아이들에게 편지를 읽었던 게 떠올랐다.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인산인해로 정신없는 순간 아이들 대열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너무 떨지 말고 잘할 수 있어. 파이팅. 아이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입 안에 맴돌았다. 




 뒤를 돌자 내 시간이 시작된다. 1시간 20분 후 하교다. 영 애매한 시간. 집에 가자니 왔다 갔다 시간만 허비할 거 같다. 차라리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햇살을 받으며 오전에 걷는 게 얼마만인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걷다 보니 사방이 공사판이다. 높디높은 크레인이 가로등 마냥 여기저기 서있고 파란색 얇은 비닐이 뜯기지 않은 알루미늄판들이 눈에 띈다. 드문드문 오픈한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카페들도 보인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온몸으로 온기를 보내주 싶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벌써 30분 밖에 남지 않았다. 늦는 것보단 기다리는 게 낫지. 혹시 먼저 끝나면 어떡하지?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져 방향을 틀어 학교로 향한다.





 꽃다발을 든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어랏 나는 빈손인데.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 가족 총출동한 사람들도 보인다. 그 속을 요리조리 다니며 분주하게 전단지를 내미는 사람도 있다. 수학학원, 태권도.. 휴직하지 않았다면 열심히 전화 돌려야 했을 곳들. 받은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서 있을 만한 곳을 찾는다. 본관 입구가 여러 군데인데 어디로 나오려나? 어른들이 한 곳으로 몰려간다. 질세라 무리를 같이 따라갔다. "얘들아 선생님이 챙겨준 안내장 보고 준비물 잘 챙겨 오자. 인사할게요" "안녕히 계세요." "안녕 내일 봐" 다른 반이다.  다시 먼발치로 갔다 오기를 여러 번 반복한 후 아이를 만났다. 한 시간 반 만에 이산가족 상봉처럼 반갑고 벅차고 기분이 좋다. 아이도 밝은 목소리로 "엄마~~~~~"를  외치며 달려온다.





 강당에서 입학식을 하지 않는 대신 교내 곳곳에 입학을 축하하는 포토존이 있다. 아이에게 잠깐 서 있으라고 한 다음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다.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많이 키웠구나. 혼자 뿌듯하다. 돌아오는 길 아파트 건널목 앞에 얼핏 우리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늘 입학했나 봐요?"  
"네 맞아요. 몇 반이에요?"
 "저희애는 3반이요."
"다른 반이네요. 여기 사세요?"  
"네. 저희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
 "어머. 저희도 지난주에 왔어요. "  
" 우리 연락처 교환해요. 아이 이름이 뭐예요?"


비슷한 처지의 엄마를 만났다. 맞벌이인데 돌봄 추첨에서 대기 100번대로 떨어졌다고 했다. 내일 오전에 근처 학원 투어를 다닐 거라 다.

저도 같이 가요."

아이가 동갑이고 입학식날 만났다는 것만으로 동질감다. 거기에 돌봄 추첨번호까지 광탈이라니... 아이들 학교 갔을 때 만나 태권도 학원을 같이 둘러보기로 했다. 태권도 학원은 하교 후 픽드롭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매일 갈 수 있어 작년까지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올해는 꼭 갈 필요는 없지만 계속해온 운동이니까 괜찮은 곳 있음 가볼까싶었다.




  

오늘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

 집으로 와서 학교는 어땠는지 말을 주고받은 친구는 있는지 이것저것 물어봤다. 대답을 잘 안 하는 아이를 보채는 대신 가방 안에 있는 안내장 꾸러미를 본다. 선생님 소개 편지와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 적혀있는 가정통신문이 있다. 가지고와야 할 준비물들도 적혀있다. 일년동안 사물함에 두고 쓸 물건들이다. 다음 주까지 준비해도 된다 했지만 준비물 사러 바로 다이소로 향했다. 실내화, A4 파일부터 물주머니까지 없는 게 없다. 오늘도 사 온 물품에 이름표 붙이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무겁게 가방에 계속 갖고 다니지말고 학교 잘 갔다 놔라.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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