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 들어서자 아빠는 상주로 맨 앞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조문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중히 맞이하며 눈을 마주쳤다. 이튿날 입관식에서도 아빠는 맨 앞이었다.
아버지 제가 잘할게요. 제가 집안을 잘 이끌게요.
아빠는 주체하기 힘든 감정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할아버지께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아빠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6년 전부터 함께 살며 조상들 묘소를 시골집 윗편으로 옮겼다. 이제 할아버지를 그곳에 모실 차례였다. 모든 의식을 마친 우리는 묘지로 향했다.
동네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모시는 동안 고모들과 유품을 정리했다. 할아버지의 재킷 주머니 속을 확인했다. 낡은 옷가지들과 작은 물건들이 고요히 한 곳에 모여 있었다. 파란 봉투를 펴서 양복과 넥타이, 안경집 같은 물건들을 차곡차곡 담았다. 서둘러 닫은 봉투 하나에는 할아버지의 평범한 일상이 들어 있었다. 주인을 잃은 물건들이 방 안에서 문 앞으로, 문 앞에서 차 트렁크로 옮겨졌다.
묘지에서 마지막 절을 마친 후, 우리는 천막 아래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아빠는 밥차에 남은 음식을 보며
“모두 싸서 가져가”
라고 말했다.
"안 가져가요"
귀찮다는 듯 괜히 성질을 냈다. 아빠가 할아버지와 살던 오래된 시골집이 바로 앞에 보였다.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고 먼지도 가득한 집. 고모들 마저 자지 않는 고향집. 아빠가 태어나고 자란 집. 앞으로도 계속 혼자 지낼 곳.
3일간 비웠던 내 집에 돌아왔다. 층수가 높고 남향이라 환하고 깨끗한 집. 로봇청소기가 계속 청소를 해서 집을 비운 것 같지 않다. 한숨 잠을 자다 일어나서 출출해져 냉장고에서 양상추와 리코타치즈, 방울토마토, 닭가슴살을 꺼내 드레싱을 뿌렸다. 한 입 베어 무는데 눈물이 턱 아래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