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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신팝 Jan 03. 2024

[동방신기]여전히 붉은 빛의 향연

2003년 12월 26일에 데뷔한 2세대의 시발점이자 R&B 소울 발라드 속에서 피어난 댄스 아이돌, 동방신기. 2023년 12월 26일 20주년을 맞이해 정규 9집을 발매했다. 당시 네 글자 식 이름 짓기를 유행시켰으며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을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여전히 강렬한 퍼포먼스와 범접할 수 없는 보컬을 선보이는 동방신기는 어떻게 20년동안 아이돌로서 굳건하게 사랑받고, 후배들이 동경하는 아이돌 그룹이 되었을까?



시작은 달콤하게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 [Hug] 앨범 표지

“아카펠라 댄스 그룹”이라는 타이틀로 화음을 쌓고 퍼포먼스보다 보컬적 역량에 힘을 준 발라드로 데뷔하며 당시 R&B 보컬의 흥행을 따랐다.

“하루만 니 방에 침대가 되고 싶어” 다소 부담스러운 표현이지만 그것마저 얼굴과 보컬이 기꺼이 내 침대가 될 수 있게 허락한다. 가쿠란 교복을 입고 느끼한 가사와 그 사이를 파고든 파워풀한 퍼포먼스는 10대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R&B 보컬들이 즐비한 음악방송 사이에서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이를 이어 정규 1집까지 연달아 “아카펠라 댄스 그룹”으로 보컬을 부각시켰다. 타이틀곡 “믿어요”와 함께 활동한 “트라이앵글”은 완전한 SMP로 돌아오며 많은 팬들의 반감을 사게 되었다. 다소 난해한 가사뿐만 아니라 스타일링은 “SMP”라는 스타일의 대중성을 낮춘 활동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게 한다.



SMP로 내 안의 정의를 깨워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 [Rising Sun(순수)] 앨범 표지

하지만 1년 만에 돌아온 정규 2집의 타이틀곡 “Rising Sun(순수)”은 많은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세상에 대한 반항심에 불지르던 비트 뒤 고요하고 강단 있는 시아준수의 보컬이 아찔함까지 선사한다. 다시 치고 들어오는 비트와 댄스브레이크는 4분 42초라는 긴 시간의 노래 동안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아카펠라 댄스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강조한 만큼 라이브 실력이 논란되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 앨범으로 실력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뿐만 아니라 여러 방송에서 발라드 장르의 수록곡을 라이브로 소화하며 “실력파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굳건히 유지하게 되었다. 인증된 실력과 타이틀곡에 SMP라는 스타일을 차용했음에도 팬들의 유입이 절정을 이루며 대상까지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 동방신기의 SMP 스타일의 본격적인 시작임과 동시에 한 번 더 승승장구하는 발판이 된 셈이다.


승승장구하며 정규 3집 ["O"-正.反.合.]으로 다시 한번 세상에 대한 반항적인 모습을 휘몰아치는 전자음 속에 표출한다. 이쯤 되면 얼굴이랑 실력 믿고 유영진 작곡가가 자아를 분출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Rising Sun(순수)” 이후로 안정된 실력은 이 앨범에서 더욱 빛을 발했고, 이 앨범과 활동으로 모든 시상식을 휩쓸며 커리어 하이를 찍는다. 여전히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힘든 스타일의 타이틀 곡이었고, 이런 변화가 있을 때 많은 반감을 샀지만 최대의 팬덤 규모를 이루어 내고 SMP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도전함에 있어 그들의 방향을 확고하게 보여주었다.



쉽지 않았던 한류의 길

한국에서는 커리어 하이를 찍는 동안 일본에서는 데뷔 이후 꾸준히 성공을 꿈꾸었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일본 소속사인 AVEX에서 주최하는 에이네이션에서는 오프닝 순서 또는 일명 “화장실 타임”이라는 말까지 붙으며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묵묵히 그들의 꿈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정규 1집, 싱글 10집 만에 드디어 입질이 오기 시작했고, 이후 일본에서 발매한 정규 2집 [Five in the Black] 에 맞춰 당시 성공의 척도였던 무도관(부도칸- 武道館)에서 콘서트를 개최한다.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 “TOHOSHINKI 2nd LIVE TOUR 2007 Five in the Black”

싱글 16집 [Purple Line]으로 오리콘 위클리 차트에서 첫 1위를 하며, 성공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후 발매하는 싱글은 발매하면 1위를 찍었고, 이후 발매한 정규 3집은 “Love in the Ice”, “Lovin’ You” 등의 곡들이 수록되며 일본에서 동방신기를 널리 알린다. 이것은 그들의 끈기가 쏜 일본 활동의 발화탄이다.



세상을 용서한 절정의 순간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 [MIROTIC] 앨범 표지

K-POP 전설의 곡. 모두가 아는 응원 포인트. 정규 4집 [MIROTIC]이 발매되며 공개된 타이틀 곡 “주문-MIROTIC”은 노련미와 독기의 콜라보로 뭉쳤다. 세상을 용서하지 못한 동방신기는 이 앨범을 기점으로 세상을 용서한 모습을 보인다. 전통적인 SMP보다는 유로 신스팝에 가까운 스타일로 기존에 강한 SMP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의 심장마저 뛰게 한다. 


넌 나를 원해 (원해!)
넌 내게 미쳐 (미쳐!)
헤어날 수 없어
I GOT YOU~

네네.. 진짜 원하고 미치고 헤어 나올 수 없네요…


후렴구는 상대에 대한 소유욕을 드러내며 주문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중얼거리고 반응하게 되며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다. 특히 일본에서 발매했던 “Love in the Ice”의 한국어 버전을 포함해 수록곡은 발라드로 구성이 되어 있어 동방신기표 아카펠라 발라드를 즐길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을 셀 수 없이 왕복하며 라이브 무대를 했기에 단단해질 수밖에 없는 실력은 이들이 한류를 이끌며 독보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아티스트임을 굳건히 했다. 당연하게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당시 음원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라 음반 판매량이 줄어드는 시점이었음에도 50만장이 판매되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미로 속에 빠뜨려 놓고, 너무나 아쉽고 허망하게 5명의 동방신기로 활동은 마무리 하게 된다.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 [왜(Keep Your Head Down)] 단체 티져

한국에서는 [MIROTIC] 이후 정규 5집 [왜(Keep Your Head Down)]로 2년 3개월 만에 발매하였으며 2인조로 활동하게 되었다. 변화가 있는 만큼 새로운 시도를 했고, 여전히 그들은 SMP를 이어갔다. 인트로부터 강렬한 일렉기타 사운드와 웅장한 비트는 다시 한번 소녀들의 심장을 울렸고, 찰진 발음이 포인트인 유노윤호의 벌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밈이기도 하다.


“난 끝나버렸다. 시작도 안해봤는데..”


이런 가사를 부르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무대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는 여전했고 오히려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무대를 평정했다. 유영진이 성대로 낳은 아들답게 시원하게 지르는 최강창민의 고음은 동방신기만의 거친 모습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긴 공백기가 무색하게 강렬한 퍼포먼스와 쉴 틈 없는 파트는 죽지 않은 실력과 그들이 가진 무대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을 입증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여전히 동방신기

“왜(Keep Your Head Down)” 이후 더 많은 팬들을 모았고, 일본 에이네이션에서는 엔딩 순서를 차지했으며, 합동무대임에도 수없이 붉은 빛으로 관객석을 채우는 기가 막힌 성장을 보여주었다. 일본에서는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2014년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한다. 3세대로 세대가 교체되면서 장르의 교차, 세계관의 도입 속 동방신기는 꾸준히 SMP를 밀어오며, 강렬한 보컬과 사운드, 퍼포먼스로 “SMP하면 동방신기”라는 타이틀을 유지했다.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 [TENSE] 단체 티져

10주년을 맞이한 동방신기는 오랜 시간 팬들과 교감할 수 있었던 이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을 깊이 하며 정규 7집 [TENSE]를 발매한다. R&B 소울의 보컬을 유지하며 빅밴드의 장르를 결합하여 동방신기만의 화려한 음악을 만들었다. 줄을 활용한 퍼포먼스로 뮤지컬 같은 무대를 선보이며 보컬 뿐만 아니라 퍼포먼스적으로 시선을 집중하게 했다.


Q. 그렇다면 이제 10주년을 맞은 그들은 10년 후도 생각해 봤을까.

유노윤호 : 물론 생각한다. 동방신기로 남아 있을 것 같고 새로운 모습도 보여줄 것 같다. 다만 내가 정윤호라는 본분은 잊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기운을 받아 더 열심히 하겠다는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그게 크게 와 닿았고 더 진정성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방신기 : 내 꿈은 19살때 그대로 바뀌지 않았다.

-앳스타일 인터뷰 발췌



인생의 절반을 넘어선 동방신기라는 이름

 처음부터 쉽지 않았지만 다섯 명이 화음을 넣던 “Love in the Ice”도 두 명에서 소화해 낼 수 있었고, 두 명으로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다양한 컨셉과 퍼포먼스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는 따라갈 수 없다.

 [TENSE] 이후 또 10년이 흘러 20주년을 맞았다. 얼마 전 2023년 SBS 가요대전에서 소속 후배 가수 그룹인 NCT, 에스파가 동방신기의 20주년을 기념해 커버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20주년을 맞아 발매한 정규 9집 [20&2]은 에너지 넘치는 곡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으며, 지금의 동방신기를 있게 한 것들이 담겨져 있다. 무대에 대한 열망, 열정, 팬들에 대한 사랑.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 [20&2] 단체 티져

동방신기가 꾸준히 밀고 오던 전통적인 SMP의 주축이던 유영진 프로듀서의 부재에도 강렬한 사운드와 보컬, 퍼포먼스, 세상에 반(反)하겠다는 가사는 SMP의 것을 띄우며 세련된 느낌 또한 품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싱글 2집의 “The Way U Are”을 재해석하여 팬들의 추억을 이끌고 추억을 그리는 팬송을 수록하며 지금까지의 동방신기와 앞으로의 동방신기를 기대하게 한다.



출처 SM엔터테인먼트

한국에서는 성공했지만 K-POP 블루오션이었던 곳에서 한류를 이끌고, K-POP을 이끌었으며 위기의 순간에 기회를 만들어 내며 정상을 찍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끈기였으며 음악에 대한 사랑, 무대에 대한 열망, 팬들에 대한 책임이었을 것이다.


20년 전, 10년 전보다 화력이 강력하진 않아도 현재의 동방신기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품고 있는 16살, 19살의 진정성이다. 이 진정성은 여전히 언제나 3층의 한 곳을 붉게 물들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다시 그 붉은 빛을 보며 추억과 치열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지 않을까?





-written by.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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