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이 NCT 이후 약 7년 만에 선보이는 보이 그룹인 라이즈는 2023년 9월, 청량하고 펑키한 기타 리듬이 돋보이는 ‘Get A Guitar’로 데뷔했다. 아이돌 대가 SM의 신인 그룹이라는 점에서 이미 큰 주목을 받았던 슈퍼 루키답게 공식 인스타그램은 개설한 지 4일 만에 100만 팔로워를 달성하였다. 데뷔 싱글인 ‘Get A Guitar'의 음반 판매량도 100만 장을 넘기면서 그들의 여정은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라이즈가 SM 3.0 체제가 시작된 후 출범한 첫 번째 그룹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SM 3.0 체제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단일 프로듀싱 체제에서 벗어나 멀티 제작센터 혹은 멀티 레이블로 변화한 체제를 말한다. 라이즈는 기업 내에서 오랜 기간 유지되었던 기획 방식에서 벗어난 첫 그룹인 만큼 기존의 SM 그룹과는 분명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들이 내세운 차별성, 이를테면 음악적 방향성과 콘셉트, 소통 및 팬덤 구축방식은 기존의 자사 그룹과도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5세대 아이돌의 거대한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괴물 신인 라이즈, 그들이 제시하는 K팝 5세대 아이돌의 새로운 지평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모셔널 팝 (Emotional Pop)
그룹명 라이즈(RIIZE)는 '성장하다'라는 뜻의 'Rise'와 '실현하다'라는 뜻을 가진 'Realize'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며, '함께 성장하고 꿈을 실현해 나아가는 팀'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들은 '리얼 타임 오디세이(성장사)'를 기반으로 하는데, 한마디로 성장과 꿈을 실현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준다는 콘셉트이다.
라이즈는 다양한 감정과 감성을 표현한 자신들의 음악을 독자적인 장르인 ‘이모셔널 팝(Emotional Pop)'이라고 정의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모셔널 팝’은 음악적 장르라기보다는 그룹의 콘셉트를 설명하는 용어에 가깝다. 일상의 경험과 감정을 담은 곡들을 통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겠다는 그들의 콘셉트를 ‘이모셔널 팝’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로써 라이즈는 세계관이나 그룹의 색채가 진했던 아이돌과는 확실히 다른 노선을 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리 데뷔 싱글인 ‘Memories’부터 데뷔 싱글 ‘Get A Guitar’, 두 번째 싱글 ‘Talk Saxy’, 최근에 발매된 ‘Love 119’까지 성장하는 소년의 다양한 감정을 담은 라이즈의 노래에서 그들이 말하는 ‘이모셔널 팝’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정식 데뷔 이전에 깜짝 공개된 퍼포먼스 곡 ‘Siren’(사이렌)에서는 완벽한 SMP의 면모를 보여주어 그들의 메인 콘텐츠가 SMP가 아닐 뿐, 강렬한 음악 역시 당연하게도 잘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SM 정예 연습생들의 조합
라이즈는 SM 정예 연습생으로 구성된 팀이다. 2020년 NCT에 합류해 2023년 5월에 탈퇴한 성찬과 쇼타로, 그리고 루키즈로 공개된 승한과 은석이 기본적인 팬덤을 형성한 상황에서 비공개 연습생이었던 원빈, 소희, 앤톤이 합쳐진 그룹이 바로 라이즈이다. NCT 활동 당시 정확한 딕션의 하이톤 랩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성찬’과, 일본에서 프로 댄서로 활동하다가 NCT에 합류하게 된 ‘쇼타로’의 실력은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승한’과 ‘은석’도 NCT 무한 확장 시스템이 종료되기 전에 루키즈로 공개되어 차기 NCT 멤버로 거론됐을 만큼 어느 정도 실력은 보장되어 있었다.
관건은 새롭게 얼굴을 비친 세 멤버인데, 데뷔 이후 공개된 여러 콘텐츠를 통해 이들 모두 음악에 출중한 것이 드러났다. ‘원빈’은 비주얼 센터를 맡으면서도 주요 보컬 라인과 댄스 라인에서 빠지지 않는 다재다능함을 보여줬다. 메인 보컬인 ‘소희’는 자체 콘텐츠 내에서 어려운 안무를 연습하며 안정적인 라이브를 소화하던 모습과 음원과 다를 바 없는 리코딩 비디오 덕에 탄탄한 보컬 실력을 입증했다. 윤상의 아들로 알려진 앤톤도 뮤지션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작곡에 능한 신예인 것이 밝혀졌다.
이처럼 라이즈는 보컬, 퍼포먼스, 작곡 등 음악적 역량과 비주얼을 겸비한 멤버들이 한 팀이 되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성장을 큰 주제로 삼고 있는 팀이지만 이미 완성형 아이돌에 가까운 상태로 데뷔했기 때문에, 실력적인 부분의 성장보다는 ‘슈퍼 루키’에서 ‘글로벌 팝 스타’로의 성장에 귀추가 더 주목되는 팀이다.
활발한 소통과 독자적 팬덤 구축 방식
한편 라이즈는 공식 데뷔 전 SNS부터 개설하여 조금 더 친숙한 방법으로 데뷔를 알렸다. SNS를 통한 활발한 소통이 그룹의 성패를 가름 짓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프로모션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라이즈는 멤버들이 쌓아가는 ‘리얼타임 오디세이(성장사)’ 기반의 팀인 만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직접 쓴 프로필과 일상 이미지, 트레이닝 영상, 셀프 디렉팅 영상 등 멤버들의 참여 지분이 높은 콘텐츠를 연이어 공개했다.
기존의 아이돌이 그룹의 세계관이나 개성이 강한 음악으로 팬덤을 결집했다면 라이즈는 멤버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지켜볼 수 있게 함으로써 탄탄한 팬덤 구축의 기반을 만들었다. 라이즈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도 일찍이 팬들과 소통하여 팬과 그룹을 같이 키우려는 일종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라이즈의 성장이 궁금한 이유
무겁고 복잡한 세계관이나 마니아적인 음악에서 벗어나 대중성을 찾고자 하는 그룹은 비단 라이즈만이 아니다. 5세대 아이돌로 자주 언급되는 타 아이돌들도 전 세계 시장을 목표로 점차 대중적인 음악을 많이 내놓고 있다. 다만 대중성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음원 차트에서는 여전히 이지리스닝 기반의 걸그룹 곡이 강세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남자 아이돌의 노래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신인 남자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라이즈가 음반과 음원 성적을 골고루 챙긴 점을 미루어보았을 때, 그들의 행보가 대중들의 기대와 적절히 맞닿았던 것이라고 추측한다.
특정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는 5세대 아이돌답게 라이즈도 멤버들의 포지션을 공식적으로 구분 짓지는 않았다. 즉 각자의 개성을 가진 멤버가 보여줄 모습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남았다는 것이다. 독자적인 장르로 K팝 5세대 아이돌의 대표로 자리매김한 라이즈가 앞으로 어떤 노래로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올지, 그리고 얼마나 큰 팝 스타로 성장할지 지켜볼 만하다.
-written by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