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요정, 빌보드 차트의 여왕, 수많은 수식어를 가진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가 돌아왔다. ‘Problem’부터 ‘Side To Side’, ‘Dangerous Woman’, ‘No Tears Left To Cry’, ‘thank u, next’, ‘7 rings’, ‘positions’ 등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그는 2019년을 기점으로 발매하는 곡마다 족족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려 놓으며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그렇게 7년간 큰 공백 없이 활동하며 ‘소처럼 일한다’는 평가가 잇따랐으나 2020년 정규 6집 [Positions]을 끝으로 잠시 음반 활동이 끊겼다. 새 앨범 대신 영화 <위키드> 촬영과 콜라보 음원 활동으로 계속해서 근황을 알렸고, 공백기는 기약 없이 길어지기만 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가 ‘Santa Tell Me’에 심취해 겨울을 만끽하고 있던 시기, 곡의 주인인 그녀는 누구보다 바빴다. 12월부터 녹음실 작업 사진을 공개하며 소위 말하는 ‘떡밥’을 팬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1월 정규 7집의 리드 싱글 ‘yes, and?’의 발매 소식을 전하며 4년 간의 침묵을 깼다. 긴 공백 따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당돌한 기세가 느껴지는 제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여년 간 아리아나 그란데의 커리어를 되짚어 본다면, 모든 날들이 화려하고, 반짝였다.
러블리 하이틴 스타, 팝의 요정이 되다
연예계에 배우로 먼저 입문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10대 시절은 지금의 핫한 셀럽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키즈 채널의 하이틴 시트콤 출연으로 인지도를 얻었고, 당시 그가 연기한 ‘캣’은 코믹한 면과 러블리한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였다. 드라마 출연은 정식 가수 데뷔 전 유명세를 얻는 발판이 되었고, 2013년 데뷔 앨범의 리드 싱글 ‘The Way’를 발매함과 동시에 히트하게 된다. 그렇게 틴 아이돌이었던 아리아나 그란데는 단숨에 메인스트림 가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배우 꼬리표를 떼고, 팝스타로 완벽 변신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커리어는 데뷔 초부터 승승장구했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한 1집 [Yours Truly]에 이어 2집 [My Everything]도 정상을 차지했고, 이 시기에 ‘Problem’, ‘Break Free’, ‘Bang Bang’, ‘Love Me Harder’까지 빌보드 Top 10 싱글을 연이어 배출했다. 특히 2집은 전설의 디바 머라이어 캐리의 영향을 받아 ‘Baby I’, ‘Right There’ 같은 90년대 알앤비 스타일을 내세웠던 전작과 달리 트렌디한 팝의 감각을 입혀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당시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단골 참가곡 중 하나였던 2집의 리드 싱글 ‘Problem’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아우르는 그의 대표곡 중 하나다.
더 이상의 귀여움은 없다, 섹시한 디바로 거듭난 요정
자그마한 체구에 귀여운 외모, 길게 묶은 포니테일 헤어에 고양이 귀 머리띠.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 스타일은 분명 틴 팝 아이돌 스타와 거리가 멀었지만 그를 상징하는 특유의 이미지 탓에 케이티 페리, 레이디 가가, 리아나와 같은 디바들처럼 강렬하고 섹시한 모습이 두드러지진 않았다. 강한 모습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아리아나 그란데는 3집 [Dangerous Woman]을 시작으로 콘셉트를 완전히 탈바꿈하며 도발적인 매력의 팝스타로 우뚝 선다. 3집을 대표하는 히트곡 ‘Side To Side’는 끈적한 레게톤 리듬에 수위 높은 가사로 화제를 얻었고, 소울풀한 보컬로 성숙함을 뽐낸 ‘Dangerous Woman’도 히트에 성공했다.
3집이 이미지 변신의 기반이 되었다면, 4집 [sweetner]는 음악적으로 현격한 변화를 가져온 시작점이었다. [Dangerous Woman]은 그를 섹시한 디바로 거듭나게 해주었지만, 파워풀한 성량과 시원한 고음으로 대표되는 그의 보컬적 특징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스트리밍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폭발적인 가창력을 내뿜는 디바 스타일의 음악이 쇠퇴하면서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에도 분명한 전환점이 필요했다.
[sweetner]는 보컬리스트로서 아리아나 그란데의 특징을 완전히 뒤바꿔주었다. 두 장의 앨범을 연달아 성공시킨 프로듀서 맥스 마틴의 비중이 줄어들었으며, 대신 퍼렐 윌리엄스와 손을 잡고 미니멀하면서도 트렌디한 힙합/알앤비 장르를 음반의 기조로 삼았다. 대중적으로 가장 히트한 싱글은 댄스 팝의 색채가 강한, 맥스 마틴과의 합작품 ‘No Tears Left To Cry’였지만 데뷔 이래 평단으로부터 가장 큰 호평을 받으며 아티스트의 성장을 입증하는 데는 유의미한 작품이었다. 특히 [sweetner]는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Best Pop Vocal Album’을 수상하며 그에게 첫 번째 그래미 트로피를 안겨주었다.
6년 만에 찾아온 최전성기, 차트 여왕의 탄생
[sweetner]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커리어를 통틀어 보았을 때, 압도적인 파급력을 보인 앨범은 아니었지만 그가 스트리밍 퀸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진 기폭제나 다름 없었다. 4집 이후 작업 속도가 더욱 빨라진 아리아나 그란데는 고작 3개월 만에 5집의 리드 싱글을 내놓으며 새 활동에 신호탄을 쏜다. 이때 그는 2019년 2월 발매된 5집 [thank u, next]와 동명의 신곡을 공개하는데, 이게 초대박이 터지고 만다.
5집을 발매하기 전까지 아리아나 그란데는 많은 사건사고를 겪으며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냈다. 2017년에는 맨체스터 공연장에서 테러 피해를 당했고, 전 남자친구 맥 밀러의 죽음, 그리고 파혼까지 큰 시련이 연달아 찾아왔다. 그는 자신의 고통을 외면하고, 현실로부터 도망치기보다는 이를 음악을 통해 극복하는 방식을 택했다. [thank u, next] 앨범은 데뷔 이래 가장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앨범이었고, 한층 단단해진 아티스트에게 대중은 환호와 응원을 동시에 보냈다.
과거 그가 사랑했던 맥 밀러를 포함해 전 남자친구의 이름을 모두 소환한 ‘thank u, next’는 발매와 동시에 엄청난 이슈가 되었고, 로맨틱한 건반 선율과 부드러운 음색은 대중의 호응을 얻기 충분했다. 결국 ‘thank u, next’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첫 빌보드 1위 싱글에 등극함과 동시에 7주간 정상을 지키며 5집 활동의 스타트를 호기롭게 끊어주었다. [thank u, next] 앨범의 열풍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두 번째 싱글 ‘7 Rings’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사운드트랙 ‘My Favorite Things’에 트랩 비트를 더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스트리밍에서 리드 싱글을 압도하는 성적을 냈다. 한때 히트곡은 보유하고 있지만 1위곡은 만들지 못한다는 비아냥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한 앨범에서만 두 개의 1위 싱글을 탄생시키며 최정상 디바의 자리에 당당히 올랐다.
2020년대를 대표하는 팝 아이콘 등극
음악성과 상업적인 면에서 모두 최전성기를 맞이한 팝스타가 걷는 길은 늘 화려하고 찬란했다. 5집 이후 일 년 만에 발매한 6집 [Positions]은 이지리스닝과 트렌디한 사운드의 정점을 찍으며 스토리텔링 없이도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 시기에 아리아나 그란데는 콜라보 여왕으로 군림하며 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을 전 세계가 우울감에 빠진 2020년, 저스틴 비버와 자선 싱글 ‘Stuck With U’로 호흡을 맞춰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했고, 레이디 가가의 복귀작 ‘Rain On Me’에도 참여해 최고의 디바들이 꾸린 듀엣으로 또 한 번 그래미 트로피를 안았다.
최근 3년간은 절친 위켄드의 ‘Save Your Tears’, ‘Die For You’에 연속으로 피처링 참여를 하며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기록에 크게 기여했지만 정작 본인의 신보 소식은 없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활동과 영화 출연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향수 브랜드 사업에 매진하며 당분간 신곡 작업은 없을 것이라는 소식마저 전했다. 그렇게 아리아나 그란데는 데뷔 이래 최장 공백기를 맞이하며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Ariana Is Back
2023년이 끝나갈 즈음까지도 컴백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꼼짝 없이 다음 해를 기약해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2024년을 나흘 앞둔 시점, 아리아나 그란데는 정규 7집 발매를 예고하며 전격 복귀 선언을 했다. 오랜 공백을 깬 디바는 지난 12일, 리드 싱글 ‘yes, and?’를 공개하며 화려하게 귀환했다. 마돈나의 불멸의 히트곡 ‘Vogue’에 영향을 받은 하우스 음악으로 장르적 변화를 꾀했고, 사운드에 걸맞은 보깅 퍼포먼스로 우아한 춤선을 뽐냈다. 최근 본인을 향한 논란을 의식한 듯 헤이터들을 향한 공격적인 가사로 쿨한 태도를 보여 화제의 중심을 자신에게로 가져오는 데도 성공했다. 4년의 휴식기를 가져도 스타성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을 당차게 입증한 행보다.
‘yes, and?’와 함께 2024년 가장 핫한 컴백 주자의 위치를 점한 아리아나 그란데. 이제 막 리드 싱글 한 곡을 공개했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현재로서는 이번 신곡도 전성기에 버금가는 화력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신곡은 아직 맛보기에 불과하다. 앨범마다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그이기에 우리는 올해 안으로 발매될 정규 7집 [Eternal Sunshine]이 불러올 반향을 함께 고대하고, 주목해야 할 것이다.
- written by timm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