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의 만능 올라운더, 아기 오리를 닮은 귀여운 매력으로 덕후 몰이를 했던 소녀는 긍정의 힘을 전하는 록스타가 되어 자신의 2막을 활짝 열었다. 보컬, 퍼포먼스, 비주얼, 그리고 스타성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천재 아이돌 ‘최예나’답게 솔로 데뷔와 동시에 큰 사랑을 받으며 단숨에 유망주로 거듭났다. 대학 축제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서 섭외가 끊이지 않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친 특유의 캐릭터성을 앨범에 접목해 빠르게 자신만의 색깔을 완성했다. 화려하고 쨍한 색감의 스타일링,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긍정 메시지, 그리고 경쾌한 밴드 사운드는 어느덧 그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이제 막 솔로 데뷔 2주년을 맞은 최예나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러블리한 ‘아기 록스타’의 행보를 계속해서 이어가고자 한다.
끼 많은 사랑둥이 소녀, 슈퍼 아이돌이 되다
처음 대중 앞에 나타났던 최예나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프로듀스 48>의 연습생으로 등장한 스무 살의 예나는 누구보다 해맑았고, 귀여운 외모에 타고난 예능감까지 갖춘 준비된 스타였다. 특히 무대에 올라선 순간, 180도 달라지는 눈빛과 함께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최예나의 프로페셔널한 반전 매력은 국민 프로듀서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파워풀한 춤 실력을 보여준 ‘Sorry Not Sorry’, 센터로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던 ‘반해버리잖아?(好きになっちゃうだろう?)’ 무대는 지금까지도 쉬이 잊히지 않는다.
최종 4위로 당당하게 아이즈원에 입성한 최예나는 무대 위에서 다재다능한 올라운더로, 방송에서는 남다른 친화력과 에너지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를 확보하며 인지도와 팬덤을 착실히 쌓았다. 마지막 앨범의 타이틀곡 ‘Panorama’는 2년간의 활동으로 쌓은 최예나의 포텐셜이 절정에 이른 곡이었다. 일명 ‘태권미인’ 밈을 탄생시킨 ‘Take on me’ 파트에서 아이솔레이션 동작과 함께 센스 넘치는 제스처로 킬링 파트를 차지했다.
코러스에서는 폭발력 있는 보컬과 현란한 퍼포먼스로 임팩트를 남기며 ‘Panorama’의 주인공이라는 평가까지 얻었다. 많은 사람이 최예나의 정체성으로 ‘예능감’을 꼽는 건 사실이지만, 늘 그의 중심에는 단단한 실력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아이즈원 활동 내내 긍정적인 반응만이 뒤따를 수 있었다.
스마일 요정, 솔로 아티스트 예나의 등장
아이즈원 활동이 종료되고 누군가는 그룹으로, 혹은 연기자로 각자의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을 무렵 최예나는 당당히 솔로 데뷔를 택했다. 이미 권은비와 조유리가 먼저 솔로 가수의 길을 택했기에 그의 선택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팀 내 핵심 보컬 멤버였던 두 사람과 달리 최예나는 보컬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경험이 부족했고, 유독 솔로 가수가 살아남기 척박한 가요계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최예나의 첫 솔로 앨범 [ˣ‿ˣ (SMiLEY)]가 세상 밖에 나온 순간,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만다.
캐릭터성과 음악적 트렌드의 결합으로 일군 아이디어의 영리한 승리였다. 솔로 데뷔곡 ‘SMILEY’는 최예나의 밝고 통통 튀는 성격을 ‘스마일 히어로’라는 캐릭터로 치환시켰고, 음악적으로는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쏘아 올린 팝 펑크의 유행을 차용해 대중의 접근성을 높였다. 발매 당일만 하더라도 음원차트 10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정도의 반응이었지만, 활동 기간 내내 순위가 고공 행진하며 약 한 달 만에 음원차트 Top 10에 진입하는 놀라운 성과를 써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지만 자신에게 찰떡 같이 어울리는 콘셉트와 대중적인 사운드를 단 한 번에 개척한 최예나의 솔로 데뷔는 대성공이었다.
밴드 음악으로 완성한 예나의 색깔
데뷔작의 성공은 솔로 아티스트 최예나의 색깔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SMILEY’의 콘셉트 완성을 위해 잠시 빌려온 것으로 생각했던 밴드 사운드는 그의 정체성이 되어 최예나를 대표하는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데뷔곡의 분위기를 그대로 계승한 ‘SMARTPHONE’은 경쾌한 팝 록에 키치함을 한 스푼 떨구었고, 게임 속 캐릭터로 분한 최예나는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아이디어 선택에 신중함이 다소 부족하긴 했지만, ‘Hate Rodrigo’ 역시 아이덴티티를 한 차례 더 강화한 팝 펑크 넘버였다. 데뷔곡의 화력이 워낙 강력했던 터라 지금까지 그 아성을 뛰어넘은 곡이 나오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예나라는 가수를 떠올렸을 때, 이제는 자연스럽게 밴드 음악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아티스트만의 색은 선명해졌다.
편견? 다크 예나가 부숴 줄게
마냥 귀엽고 친근해 보이기만 하던 아기 오리도 건드리면 꿈틀한다. 최예나가 밝고 귀여운 콘셉트만 능숙하게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명백히 오산이다. 대중이 인식하는 최예나의 캐릭터는 꽤 뚜렷하지만, 그는 필요할 때 반전을 꺼내 보일 줄도 아는 영민한 아이돌이다. 2023년 1월, 대세 래퍼 비오와 함께 호흡을 맞춘 ‘Love War’가 바로 최예나의 감춰진 이면을 드러낸 첫 번째 시도였다. 줄곧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던 틴 팝 아이돌은 처음으로 지긋지긋한 사랑의 권태감을 표현했고, 끈적한 그루브를 타는 시니컬한 보이스로 기존의 발랄함을 완전히 탈피했다. 선악과를 모티브로 삼아 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변신을 추구했던 [HATE XX]의 커플링 곡 ‘WICKED LOVE’ 역시 그에 대한 선입견을 깨 준 짜릿한 한 방이었다.
해맑게 ‘스마일’을 외치며 홀로 무대에 오른 지도 꼬박 2년이 지났다. 마치 ‘SMILEY’의 2주년을 기념하며 돌아온 듯한 최예나는 긍정 에너지를 마구 발산했던 초심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스마일’이 아닌 ‘굿 모닝’을 힘차게 되뇌며 현대인들의 걱정거리를 훌훌 털어 줄 모닝 엔젤로 변신했다. 에이브릴 라빈을 연상케 하는 펑크 록 사운드, 괴물과 맞서 싸우는 뮤직비디오 속 유쾌한 설정, 용기를 불어넣는 메시지는 마치 최예나라는 아티스트를 구성하는 모든 속성을 한데 모은 결정체처럼 느껴진다. 특히 근심거리를 잊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는 가사는 마치 최예나의 현재 상황을 반영한 듯하여 진정성이 발휘된다.
한 차례 삐끗하기도 했지만, 최예나는 다시 한번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신보 [GOOD MORNING]의 마지막 트랙 ‘미운 오리 새끼’의 가사처럼 서툴러도, 또 넘어져 버려도 울지 않겠다는 최예나는 좋은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에너지를 ‘만땅’으로 채워 돌아온 스마일 히어로는 이제 모두의 아침을 밝혀 줄 모닝 엔젤로 거듭날 것이다.
- written by timm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