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은 소연 선장님의 프로듀싱 아래 뚜렷한 콘셉트로 대중들의 시선을 잡기도 하고, 당돌한 멜로디와 가사로는 귀를 틔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라는 ‘I’에 ‘-들’을 붙여 다섯 명의 개성이 모인 팀이라는 뜻처럼 “나”에게 집중한다. “I”시리즈로 앨범을 발매하며 “나”를 표현하는 (여자)아이들의 과감함은 멈추지 않는다.
I들의 시작. 빵빠레 불면서 시작, 개큰 시작.
[I am]. “나” 그 자체를 의미하며, (여자)아이들은 시작되었다. 타이틀 곡 ‘LATATA’는 데뷔 전 작곡을 할 줄 알던 리더 소연이 만든 곡이다. 무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통과했지만 불안정했던 회사 내부 상황과 당시 화려한 컴백 라인업 사이에서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하지만, 뭄바톤 리듬과 도입부에서 소연의 쫜득한 랩, 그리고 그 이후에 나오는 멤버들의 특색 있는 보컬은 대중들의 귀에 착착 달라붙으며,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었다. 3분 23초 동안 다섯 멤버들의 개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으며, 이 곡을 통해 대중에게 ‘(여자)아이들”을 소개하기에 훌륭한 자기소개서였다. 이는 프로듀싱에 참여한 소연이 멤버들의 매력을 정확히 간파해 곡에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발매한 두번째 미니앨범 [I made]에서도 소연이 프로듀싱에 참여해 라틴 스타일의 음악으로도 멤버들의 매력을 담아 그냥 ‘Senorita’ 그 자체로 만들어냈다. 더불어, 멤버 민니는 수록곡에 참여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는 곡을 만들었고, 점차 소연 외에도 멤버들이 아티스트로서의 영역을 넓힐 것을 예고했다.
왕관을 쓴 I, 그 무게를 버텨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중 M-net에서 진행한 <컴백전쟁:퀸덤>에 참여하며 그들이 더욱 터뜨려야 할 잠재력을 보여줄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선장 소연은 본인의 미친 기획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I made]의 수록곡인 ‘싫다고 말해’의 ‘Nightmare 버전’은 립스틱을 닦아내는 퍼포먼스와 맨발의 기괴한 안무로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또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마지막 경연곡 ‘LION’은 이번 <MAMA 2023>에서도 민니가 무대를 선보이며, (여자)아이들을 대표하는 곡이 되었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데뷔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아이돌이 보여준 미친 성장력과 기세는 충분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연의 기획력은 더욱 인정받았으며, 이를 소화해낸 멤버들과의 케미, 그들의 콘셉트 소화력 또한 높게 평가되었다.
혼란 속 더 날아오를 I
<퀸덤>이후 [I trust]로 대중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 “혼란 속에서 피어나는 나에 대한 믿음”이라는 주제로 보여준 비주얼들은 “과감함” 그 자체였다. 타이틀곡 ‘Oh my god’ 뮤직비디오는 쉽사리 시도하기 어려운 연출과 휙휙 바뀌는 곡 분위기에도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다. 더불어 곡의 앞뒤로 나오는 종소리는 민니의 몽환적인 목소리와 함께하며 더욱 기묘한 분위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런 과감함과 독창성은 (여자)아이들만의 확고한 정체성을 형성하며 앞으로의 그들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여자)아이들은 쉬지 않았다. 시원한 ‘덤디덤디 (DUMDi DUMDi)’와 노란 여름을 보내고 붉은 빛으로 돌아왔다. 불, 꽃의 “화”를 담아 낸 [I burn]은 이별로 인한 아픔과 이를 극복하고 피어나는 꽃을 뮤직비디오에 담아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였다. 한국의 “한”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처럼 (여자)아이들의 “화”는 뜨겁게 붉지만은 않았고, 시리게 푸른 색도 띄웠다. 수록곡 ‘한(寒)’과 ‘화 (火花)’, 첫 번째 미니앨범 이후 발매했던 디지털 싱글 ‘한(一)’을 “한 시리즈”로 엮어 내며 그 의미와 한국적인 감정을 더욱 강조했다. 특히 첫 번째 트랙 ‘한(寒)’은 사극 음악의 명가 안예은과 함께 ‘화(火花)’의 프리퀄을 만들며 소연의 기획력에 불을 붙였다. 우기와 민니 또한 앨범에 참여했고 전 수록곡이 차트인 하며 (여자)아이들의 화력을 인증했다.
HI-, JUST ME I-DLE.
기나긴 공백 끝에 정규 1집으로 (여자)아이들이 돌아왔다. 다양한 장르와 콘셉트로 대중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 그들은 이번에도 역시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것들로 가득 채웠다. 타이틀 곡 ‘TOMBOY’는 “미친X”, “사랑 그깟 거” 같이 사랑보다는 “나다움”을 강조하는 직설적인 가사와 거친 팝 펑크 장르가 시너지 효과를 내었으며 모두가 긴 공백기는 잊고 기다렸단 듯이 (여자)아이들의 자체 부활전에 열광했다. 한을 딛고 그들의 표현들은 한 층 더 과감하고 자유로워졌고, 존재감은 여전, 아니 더욱 거대해지며 죽지 않은 (여자)아이들의 존재 자체를 입증했다.
‘TOMBOY’의 화력이 죽지 않았음에도 [I love]를 발매한다. 금발의 백치 미녀로 소비되었지만 책을 좋아하던 마릴린 먼로의 오마주를 예고하며 대중들의 기대를 키웠다. (여자)아이들은 대중들의 기대에 맞는 확실한 결과를 돌려주었다. <X-LOVE-SHOW>라는 토크쇼 형식의 쇼케이스, 마릴린 먼로의 시그니쳐 핫핑크 드레스, 금발의 헤어, 자유로운 집시 여인 <카르멘>의 ‘하바네라’를 샘플링한 음악 등은 메시지와의 연결고리를 더욱 탄탄하게 했다. 더불어 소연이 선택한 ’누드’라는 과감한 표현까지 이 앨범은 ‘있는 그대로의 나’이며 편견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가사에 들어간 후렴구의 “nude”, “How do I look”은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아주 명확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대중들의 사랑과 응원을 열렬히 받았다.
한 바탕 큰 사랑을 전하고 “Love myself”를 실천한 (여자)아이들이 퀸카로 돌아왔다. 영화 예고편 같은 흥미로운 프로모션과 하이틴 감성 한 바가지까지 트렌드 그 자체였으며 대중들의 도파민을 자극했다. 그들이 쌓아 온 서사와 맞물려 스스로를 사랑하는 모습은 대중들의 큰 공감을 이끌었고, 이를 유쾌하게 풀어낸 중독적인 후렴구는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자칫하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할 만한 가사들을 각 멤버들의 매력에 맞춘 소연의 프로듀싱은 대중들이 그 매력에 홀린 듯 인정하게끔 했으며, 이런 가사를 쓰고 소화해내는 (여자)아이들만의 과감함 또한 여전히 인정받았다.
과연 그들의 과감함은 어디까지 일까?
II
정규 2집을 앞두고 “다섯둥이”라는 콘셉트로 다섯 명이 같은 의상과 머리를 한 ‘Wife’를 선공개한다. 하지만 혼란인지 논란인지 선정성 짙은 가사와 티져 이미지의 표절 건으로 시끄러운 사이 정규 2집 [2]가 발매되었다. 타이틀곡 ‘Super Lady’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웅장하다. 전투적인 퍼포먼스, 고난과 역경에 힘을 합쳐 전진하자는 의미, 뮤직비디오의 장면들은 편견과 고정관념에 맞서 온 비욘세, 마돈나, 레이디 가가, <101 달마시안>의 크루엘라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타이틀 곡 뿐만 아니라 다른 수록곡에서도 비욘세가 활발히 활동했던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의 팝을 느낄 수 있었다. 장르의 트렌드를 그들 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며 음악성, 독창성을 인정받아 온 (여자)아이들은 이번에는 과감히 그 트렌드에서 벗어났다. 음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태도를 보였지만,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항상 명확하다.
“나다움”
“당당함”
어쩌면 암담해질 현실을 마주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이 숨겨왔던 기개일까. 점점 더 과감해지는 선택은 확고하게 메시지를 전달했고, 그들의 음악은 더욱 강렬하게 인정받았다. (여자)아이들은 편견, 특히 여자 아이돌들에게 씌워져 있던 고정관념에 맞서고 이를 깨뜨리며 지금까지 나아왔다. 그들의 굳건함과 건강함을 믿으며, 그들의 선택이 중심과 힘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가길 바란다.
-written by.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