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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신팝 Feb 09. 2024

[투어스] 탄산보다 청량한 신인의 맛, 투어스

[출처] 투어스 공식 SNS

새로운 무공해 청량 맛집의 탄생이다. 지난 1월 22일, 플레디스에서 제작한 신인 보이 그룹 투어스(TWS)가 베일을 벗었다. 플레디스의 정체성, 세븐틴을 잇는 그룹답게 데뷔 앨범부터 틴에이저 소년들의 청량감을 듬뿍 머금었다. 역시 이래서 핏줄은 속일 수가 없나 보다.


7초면 충분히 마음을 빼앗을 수 있다고 했던가. 투어스 멤버들과 이들의 데뷔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가 대중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기까지 단 일주일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청량하다 못해 맑고 깨끗한 소년의 비주얼, 가볍게 듣기 좋은 사운드, 청춘 학원물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는 ‘신인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필승법이었다. 단숨에 많은 사람을 팬으로 만들어 버린 여섯 소년들, 그리고 이들의 시작을 알린 앨범 [Sparking Blue]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낱낱이 파헤쳐 보자.

[출처] <엠카운트다운> 공식 SNS
청량감 한도 초과, 탄산음료 대신 이 노래를

청량하다 못해 반짝이는 빛을 품은 소년들은 데뷔곡마저 탄산감이 넘친다. [Sparkling Blue]의 타이틀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투어스와 대중의 첫 만남을 ‘입학식’에 비유했고, 상큼하고 앳된 목소리로 ‘첫 만남’의 설렘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도입부터 힘찬 퓨처 베이스 사운드가 멜로디를 파랗게 물들이고, 제이팝(J-Pop)의 감성을 차용한 후반부는 순수한 틴에이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련한 하이틴 감성을 빼다 박았다. 친숙한 사운드와 싱그러운 소년미를 내세운 건 같은 소속사의 세븐틴을 떠오르게 하는 지점이지만, 선배들의 경쾌한 펑크(Funk) 팝과 차별화된 음악적 노선을 택하며 ‘세븐틴 동생 그룹’이라는 수식어 이상의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출처] 위버스 투어스 채널
가볍고 부담 없는, 투어스의 푸른빛 플레이리스트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가 타이틀곡다운 임팩트와 캐치함을 모두 갖췄다면, 앨범의 수록곡들은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리스닝을 지향한다. 역동적인 투 스텝 리듬과 펑키한 기타 리프가 이끄는 ‘unplugged boy’는 부드러운 접근법으로 또다른 ‘청량’을 구현했고, 캐치한 코러스는 ‘더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의 가벼운 팝을 연상시킨다. 십 대 소년들의 장난기가 느껴지는 ‘first hooky’의 그루비한 멜로디와 게임 속 효과음을 닮은 신스 사운드의 조화도 재미있다.


“‘나는 타고난 ‘I’ / 상상했던 플랜 ‘E’”

‘first hooky’는 MBTI가 ‘I’인 소년이 ‘E’스러운 일탈을 감행한다는 귀여운 표현을 담았는데, 실제로 투어스 멤버 전원의 MBTI가 ‘I’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가사가 절묘하게 와닿는다.

[출처] 투어스 공식 SNS

힙합의 요소를 가미한 ‘BFF’ ‘Oh Mymy : 7s’는 리드미컬한 트랙을 기반 삼아 액티브하고 자유분방한 소년의 모습을 그린다. 상쾌한 휘파람 소리로 시작되는 ‘BFF’는 ‘신유’의 파워풀한 랩핑과 스카이콩콩처럼 자유롭게 튀는 트랩 비트로 땀 흘리며 드넓은 운동장을 함께 뛰노는 듯한 평범한 남학생들을 소환한다. “우리만의 V / 함께 할 Win”처럼 친한 친구들 간의 우정을 그린 가사마저 에너지가 넘친다. 마지막으로 클래식 샘플링과 쉼 없는 비트 체인지, 다양한 장르의 결합으로 혼을 쏙 빼앗았던 선공개곡 ‘Oh Mymy : 7s’은 ‘매력 어필에 7초면 충분하다’는 당찬 포부로 투어스의 첫 챕터를 마무리한다.

[출처] 위버스 투어스 채널
이런 첫 만남은 계획에 없었는데...

신인 아이돌 그룹에게 ‘청량’ 콘셉트라는 건 꽤나 흔하고 뻔한 공식과도 같다. 풋풋한 신인이기에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고, 프로페셔널한 모습보다 약간의 어색함이 감도는 표정과 제스처에서 의도치 않은 ‘신인의 맛’이 뿜어져 나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데뷔 초 팬덤을 효과적으로 끌어모으는 데는 이만한 방법이 없다. 여름의 계절을 닮은 청량감과 일본과 대만의 청춘 로맨스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소년들. 겉으로 비치는 투어스의 첫인상은 그렇게까지 특별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소년들과의 첫 만남이 유독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어스의 첫 앨범에는 세계관도, 타자와의 러브 스토리도, 가요계를 장악하겠다는 대찬 패기도 없다. 대신 이들은 이야기의 주체가 되어 그 어떤 보이 그룹도 쉽게 다루지 않았던 소년의 일상을 노래한다. 혁신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사소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케이팝 보이 그룹에서 틀에 박힌 방식으로 표현되어 왔던 소년의 언어를 고려하면, 투어스의 데뷔작이 표방한 방법론은 매우 유의미하다.

[출처] 위버스 투어스 채널

투어스처럼 청량한 콘셉트로 데뷔한 보이 그룹은 많았지만 주된 메시지는 이들과 달랐다. 대부분 짝사랑의 긴장과 설렘, 좋아하는 여성을 향한 고백, 혹은 10대들의 갈등과 혼란을 중점적으로 다루기 마련이었다. 반면 투어스의 데뷔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겪는 첫 만남, 학교의 ‘입학식’을 소재로 삼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감정을 노래한다. 어찌 십 대 소년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반항심과 허세, 그리고 사랑뿐이겠는가. 소년들은 새 학기, 새로운 친구들과의 첫인사를 앞두고 두근거리기도 하고,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와 같이 남녀 분반 학교에서 교실을 착각하는 바람에 뻘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특히 처음 만난 친구 앞에서 ‘뚝딱’거리며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은 마치 팬들과의 첫 만남에 수줍은 인사를 건네는 투어스를 투영한 듯하다. 보이 그룹의 상투적인 표현법을 거부하며 일상의 평범한 감정을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드러낸 것이 이 무해한 신인의 독보적인 차별점이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우리들이야말로 이런 신인 보이 그룹과의 첫 만남은 계획에 없었다. ‘Sparkling Blue’라는 타이틀의 의미를 충만하게 담아낸 사운드와 해사한 소년들의 미소에 안 넘어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어쩌면 케이팝 팬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신인 남자 아이돌의 등장일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의상과 블록버스터를 방불케 하는 뮤직비디오, 쉽게 이해하기 힘든 과도한 콘셉트와 서사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며, 신인 아이돌 그룹의 기획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어렵게 용기를 내 건넨 인사라고 표현했지만, 투어스는 누구나 반길 수밖에 없는 손길을 건넸다. 데뷔곡만으로 단숨에 감화되어 버린 사람들은 소년들을 향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내일 또 봐 안녕.”


- written by timm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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