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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신팝 Feb 23. 2024

[비비] 어둠의 아이유가 들고 온 달디단 밤양갱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어느 순간 주문 같은 가사의 노래가 릴스를 점령했다. 그 정체는 지난 2월 13일 발매된 비비의 ‘밤양갱’. 장기하가 써준 곡답게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가사와 노래로 빠르게 사람들에게 스며든 ‘밤양갱’과 오랜만에 ‘가수 비비’로 돌아온 그녀. 다양한 음악 장르의 소화는 물론 예능과 연기까지 접수하며 팔색조 매력을 뽐내는 아티스트 비비(BIBI)를 알아보고자 한다.



타이거JK & 윤미래가 알아본 예비 스타
출처 : SBS Entertainment 유튜브

 비비의 매력을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타이거JK와 윤미래였다.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려두었던 그녀의 작업물을 들은 타이거JK와 윤미래가 수소문 끝에 필굿뮤직으로 영입했다. 당시 음악을 반대하던 아버지와 말다툼 도중 욱하는 심정에 “타이거JK에게 연락 왔어”라고 하자 아버지는 음악을 하라고 했지만 되려 그녀가 그만두겠다고 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었다는 후문. 여담으로 타이거 JK가 작업물을 들었을 때는 그녀의 곡 메이킹 능력을 높게 사 곡을 쓰게 할 생각이었으나 직접 노래를 들어보고 바로 아티스트로 계약을 했다고 한다.

한국 음악계의 거장에게 인정받은 재능을 대중들에게 처음 선보인 것은 2018년 11월 SBS에서 방영했던 <팬들의 전쟁 더 팬(THE FAN)>. ‘연예인 셀럽이 자신이 알아본 예비 스타를 대중들에게 추천하고 국민들이 그들의 스타성을 평가하는 팬덤 서바이벌’이라는 조금은 새로운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 타이거JK와 윤미래의 추천으로 참가, 준우승을 차지하며 큰 인기와 팬덤을 얻게 된다.


<더 팬> 종영 약 3달 후 데뷔 싱글앨범 [비누]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그녀는 후속곡 ‘자국’, ‘신경쓰여’를 통해 R&B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다진다. 몽환적인 음색과 감성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비비의 색이 잡혀갈 때쯤 제목부터 파격적인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가 발매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힙합 장르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 이후로도 다양한 분위기와 장르의 곡들을 통해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2021년 10월 88rising과 작업한 ‘The Weekend’로 미국 미디어베이스 톱 팝 라디오 차트 29위에 등극, 국내 솔로 여가수 최초 20위권에 오르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자리 잡는다. 음악 활동과 함께했던 연기와 예능을 통해 꾸밈없는 매력을 뽐내며 세계적으로 팬들을 쓸어모은 그녀는 어느덧 어디서든 러브콜을 받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었다. 최근 발매한 ‘밤양갱’으로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모습을 선보이며 한계를 알 수 없는 현재진행형 아티스트로서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주목받는 아티스트, 김형서
출처 : [The Weekend] 앨범 커버

목소리로 본인 인증이 가능한 사람에 충분히 들어갈 만한 비비. 몽환적인 음색과 쫀득하고 끈적한 발음으로 중얼거리듯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정말 ‘나도 모르게 홀리는’ 기분이다. <더 팬>에 처음 출연했을 때는 지금의 비비와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경연의 특성상 파격적인 편곡 및 재해석을 노린 전략이라 하더라도 조금은 정립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듣다 보면 박봄이나 린이 생각나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짙은 감성을 쥐어짜는 가창을 보이다 탑3 무대 정도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비비의 소리가 정립된다.


경연의 부담에서 벗어난 후 선보인 개인 작업물들에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사운드를 정립한 후 다양한 장르로 영역을 확장했고,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비비의 색깔은 잃지 않았다.  ‘비비’라는 장르를 개척한 셈이다.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에서 흔치 않은 주제로 랩까지 선보이며 신선함을 안겨주고 사운드적으로도 다양한 들을 거리들을 포함해 귀로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낸 것이 대표적. 이후로도 통통 튀는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사랑의 묘약’, 몽글몽글한 설렘을 담은 ‘PADO’ 등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 첫 정규앨범 [Lowlife Princess : Noir]의 장르란에 ‘R&B/Soul/발라드/랩/힙합/댄스/록/메탈’이 적힌 것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증명한 카멜레온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 트와이스의 ‘More&More’ 작사에도 참여하는 등 개성 있고 솔직한 주제와 가사들을 풀어내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티스트가 된 비비의 성장은 이제 데뷔 5년차에 접어드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가파르다.



Naked BIBI
출처 : 필굿뮤직

 ‘Naked BIBI’, 발가벗은 아기처럼 순수하고 날 것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그녀의 활동명 풀네임이다. 그에 걸맞게 솔직한 태도로 자기 자신을 꾸밈없이 대중에게 선보인 비비의 마인드는 음악뿐만 아니라 예능이나 방송 활동에서도 그녀만의 매력으로 자리 잡았다. 딩고와의 콘텐츠에서 담배와 콘돔에 대한 언급이 부끄럽거나 피해야 할 일이 아님을 말하며 콜라보 음원 ‘쉬가릿’에서 가사에 직설적으로 이를 담거나 미국 콘서트에서 해당 곡을 부를 때 퍼포먼스로 콘돔을 던지는 등 거침없는 날 것의 모습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글로벌 팬들에게는 이와 같은 독자적인 매력을 통해 많이 어필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사실 그만한 인지도를 다지지 못했다. 유튜브 조회수 6206만회의 ‘나쁜X’, 5598만회의 ‘홍대 R&B’, 1308만회의 ‘불륜’ 등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것 치고는 국내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 그랬던 그녀가 이번엔 조금 다르다. ‘어둠의 아이유’라는 별명이 붙었던 이전까지의 모습과 완전 다른 2월 13일 발매된 ‘밤양갱’이 릴스 등의 숏폼 영상 배경음악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프랑스 샹송이 생각나는 우아한 분위기의 사운드에 기존 창법보다 훨씬 담백하고 달달하게 귀엽고 엉뚱한 가사를 얹는 ‘밤양갱’은 중독성 있는 킬링파트를 내세워 현재의 트렌드를 관통했다.


빠르게 본인의 존재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것은 당연히 호재이나 다른 비슷했던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바이럴이 과하다는 반응이나 역풍을 맞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스타일도 좋지만 기존의 비비만의 매력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쉽다는 평도 나오는 상황. 다양한 시도를 하는 아티스트인만큼 이번 신곡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은 없지만 이번 행보가 가지는 의미, 그리고 다음 행보에 관심이 자연스럽게 주목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본인을 알린 만큼 음악 외의 모습들에도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데 솔직함이라는 매력으로 다가왔던 모습들이 일부에게는 자극적이거나 부적절하게 다가가기도 한다. 대학 축제에서의 퍼포먼스로 ‘성 상품화’ 논란도 있었던 만큼 아티스트 본인에게도 다음 활동에서 보여줄 ‘솔직함’이 의도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가 중요한 상황이다.


자신의 외모가 평범하다 느껴 눈 밑에 찍은 두 개의 점은 무대에서 본인이 과하게 흥분해 음정이 흔들릴 때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음을 의식하기 위한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녀의 재능과 매력에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의 매력을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게 어필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진 시점. 팔색조 매력의 ‘Naked BIBI’의 답변을 기대해본다.



-Written by.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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