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앨범⏐트와이스 노래⏐트와이스 신곡)
빌보드 200 차트 1위, 빌보드 Hot 100 차트 진입, K팝 걸그룹 최초 미국 LA 소파이 스타디움 전석 매진, 국내 여성 가수 최초 돔 투어 진행, 다섯 번의 월드 투어, 누적 음반 판매량 1천 만장 돌파. 이 어마어마한 기록들은 모두 트와이스가 최근 2년 사이에 달성한 업적이다. 굵직한 커리어만 꼽았을 때 이 정도일 뿐 이들이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이룩한 성과를 전부 언급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일 것이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 내놓는 곡마다 음원차트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하던 실질적인 전성기는 지난 것 같지만 근래 트와이스의 영향력은 오히려 더 멀리, 넓게 뻗어 나가고 있다. 더 이상 국내 음원 성적은 트와이스의 활동 성패를 가리는 중요한 지표가 되지 못한다. 투어와 음반 판매량만으로도 최정상 걸그룹이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엔 충분했고, 음반 활동의 중심을 해외로 돌린 이후로는 음악적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혹시 아직도 트와이스의 음악을 귀여운 가사의 상큼한 컬러 팝으로만 인지하고 있지는 않은가? 격변하는 K팝 신에서 10년간 이들이 정상을 지키며 일궈온 성숙과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지난달 발매한 미니앨범 [With YOU-th]를 꼭 들어 봐야만 한다.
10년의 우정, 빛나는 연대의 메시지
지난 2022년, 트와이스는 데뷔 7주년을 맞아 멤버 전원이 재계약을 체결하며 균열 없이 10주년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K팝 팬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텐데, 트와이스 같은 다인원 그룹이 전원 재계약을 체결하기란 쉽지 않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와중에도 각자의 진로를 위해 해체를 택하는 팀들도 많고, 활동을 지속하더라도 소수의 멤버가 탈퇴나 소속사 이적을 결정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그렇기에 ‘다 함께’를 택한 트와이스의 결정이 값지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고, 아티스트 본인 또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 꽤 오랜 시간 많은 영광을 누려 왔음에도 그 너머의 목표를 함께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서로를 끌어주는 유대감과 단단한 신뢰. [With YOU-th] 앨범은 바로 이러한 트와이스 멤버들의 끈끈한 우정을 이야기한다.
선공개곡 ‘I GOT YOU’부터 트와이스 멤버들의 두터운 시스터후드, 서로의 존재를 소중히 생각하는 따뜻함이 일렁인다. 드럼 앤 베이스 리듬의 시원한 질주감은 마치 팀의 여정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희망찬 메시지를 암시하는 듯하고, 아련한 분위기의 신스 사운드는 가슴 벅찬 감정을 흩뿌린다. 듣기 편안한 팝 멜로디를 따라 트와이스의 찬란했던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고, ‘Feel Special’을 계승한 듯한 가사의 표현은 또 한 번 팬들의 마음을 울릴 만큼 그룹의 서사가 진솔하게 담겼다.
매끈한 완성도의 팝, 트와이스의 음악적 성숙
사실 트와이스의 음악에 대대적인 변화가 찾아든 건 꽤 오래전 일이다. 해외 작곡진과의 협업이 급증한 [MORE & MORE] 앨범을 기점으로 소위 말하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틴 팝과 K팝스러운 작법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북미 음악 트렌드를 따르는 쪽으로 방향성을 틀었다. 이러한 행보는 국내 음원 차트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역으로 해외에서 트와이스의 음악이 주목받고, 투어 활동이 성행하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월 발매한 [READY TO BE]는 국내에서 인기를 끌 만한 사운드가 아니었을뿐더러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아 화제가 되지는 못했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선공개곡이었던 ‘Moonlight Sunrise’는 빌보드 핫100 차트 진입에 성공했고, 롤링스톤으로부터 2023년 최고의 K팝 음반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With YOU-th]는 이러한 전작의 기조를 이어받으며 싱글 단위의 임팩트보다는 앨범 전반의 수려한 완성도가 돋보인다.
타이틀곡 ‘ONE SPARK’는 선공개곡 ‘I GOT YOU’와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며, 멤버들의 찬란한 청춘과 뜨거운 열정을 꺼지지 않는 불꽃에 빗대어 표현한다. 저지 클럽과 드럼 앤 베이스 리듬으로 구성된 트랙은 ‘I GOT YOU’와 매끄럽게 이어지고, 코러스의 힘찬 스네어 드럼과 풍성한 보컬은 영원을 향한 염원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트와이스의 굳센 믿음을 그려낸 것만 같다. 2022년 하반기부터 유행한 드럼 앤 베이스 장르에 트와이스의 색깔을 어색함 없이 녹였고, 강렬함 대신 안정감으로 진정성을 어필하는 데 집중한 노래다.
주요 트랙에 내세운 저지 클럽, 드럼 앤 베이스 등의 트렌디한 요소는 앨범 전반에도 유효하게 적용된다. 수록곡 ‘RUSH’는 몽환적인 멜로디 라인과 통통 튀는 저지 클럽 리듬으로 ‘핑크팬서리스(PinkPantheress)’를 연상케 하고, 특히 사나, 미나, 채영 등 여리여리한 음색을 가진 멤버들과의 시너지가 상당하다. 우아함을 내뿜는 가성과 역동적인 투스텝 개러지 리듬으로 완성한 ‘BLOOM’은 앨범 내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고, 중독적인 신스 사운드가 포근함을 자아낸 신스팝 ‘YOU GET ME’는 유려한 선율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혹자는 대중을 자극할 만한 결정적인 한 방을 갖추지 못한 앨범이라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렌드와 트와이스의 정체성 사이에서 영리한 줄타기에 성공한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쉽게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함께,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트와이스 멤버들의 보컬과 음악이 성장의 단계를 넘어 잘 익은 열매처럼 완연하게 무르익어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대중의 관심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번 타이틀곡 ‘ONE SPARK’만 보더라도, 컴백 이후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으니 말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나 반응 때문에 트와이스가 꺾일 필요는 결코 없을 것이다. [With YOU-th]는 지난주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했고, 최근까지도 남미에서 월드 투어가 성황리에 진행되었을 정도로 이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신보는 전작에 이어 그룹의 음악적 성숙을 재차 증명했고, 음반을 관통하는 메시지에서 멤버들의 단단한 우정마저 빛났다. 현재 트와이스의 행보를 종합적으로 돌아보았을 때, 이들은 국내에서 한 차례 최전성기를 보낸 걸그룹이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도약을 거듭해 가는 과정을 가장 모범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될지도 모르겠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는 여전히 불꽃처럼 뜨겁고, 매번 결과를 통해 ‘팀’의 가치를 증명해 내고 있으니까.
- written by timm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