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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신팝 Dec 12. 2023

[에스파] 독보적인 길을 개척하다.

에스파의 첫 등장은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여태껏 본 적 없는 메타버스와 현실을 융합한 콘셉트의 아이돌. 마치 21세기형 새로운 K-POP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았다. 에스파는 데뷔 이래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참신한 음악을 선보였고 이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그들만의 차별화되고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다만 선구자가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들이 있었다. 바로 가상 세계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 ‘ae’와 빌런 Black Mamba를 해치운다는 세계관과, 실험적인 요소가 담긴 음악을 대중에게 설득시키는 일.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세상에 나온 그들에게 또 다른 도전이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에스파는 이러한 난관을 예상했다는 듯이 데뷔곡 ‘Black Mamba’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Next Level’을 당당히 대성공시키며 자신들에게 놓인 숙제를 스스로 극복해 갔다.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Drama 티저 이미지

에스파가 아바타 ‘ae’와 함께 성장한 세월만큼 시간이 꽤 흐른 지금, 그들이 고집했던 방향성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에스파와 영원히 공존할 것 같았던 세계관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드라마를 써내려 가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에스파가 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혁신적인 문화 경험을 제공했고, 가상과 현실을 융합한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에 본 글에서는 독보적인 길을 개척한 에스파의 발자취를 살펴보며 그들이 새로 펼칠 드라마에 대해 알아가보고자 한다.



에스파가 누구냐고?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Black Mamba 티저 이미지 / Next Level 티저 이미지

에스파(aespa)는 'Avatar X Experience'를 표현한 'ae'와 양면이라는 뜻의 영단어 'aspect'가 결합된 이름이다. 해석하자면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이러한 팀이름에 걸맞게 에스파는 2020년 카리나, 지젤, 윈터, 닝닝 그리고 각자의 아바타 멤버들과 8인조로 데뷔했다. 다분히 미래지향적인 콘셉트와 과연 SM다운 웅장한 세계관은 당시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SM이 구축한 새로운 세계관인 일명 SMCU(SM Culture Universe)의 첫 번째 프로젝트 그룹이었던 만큼 그들의 음악은 세계관과 밀접하게 닿아 있었다. 에스파의 첫 여정은 아바타 ‘ae’와의 연결을 방해하는 세계관의 빌런 'Black Mamba'를 만나며 시작되었다. 이야기는 'Black Mamba'를 찾기 위해 광야로 떠나면서 한 단계 위로 도약한 ‘Next Level’로 이어졌다. 이후 조력자 나이비스(nævis)의 도움으로 Black Mamba와 맹렬하게 맞선 ‘Savage’, 그리고 Black Mamba와 본격적인 전투를 펼친 후, 나이비스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가는 ‘Girls’를 발매하며 세계관 첫 번째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이처럼 ‘Black Mamba’부터 ‘Girls’까지는 세계관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뤄, 마치 에스파가 어떤 그룹인지 표현하는 일련의 자기소개서 같았다.


앞서 소개한 타이틀 곡들은 SF 세계를 연상시키는 신스 사운드와 강렬한 비트, 묵직한 베이스가 특징으로,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동시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느낌도 주었다. 에스파는 해당 곡들을 통해 그들이 혁신적인 음악을 할 것이고, 또 그런 음악을 누구보다 제일 잘할 것이라고 끊임없이 대중을 설득했다.



한계 없는 변화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Forever (약속) 티저 이미지 / Life's Too Short 앨범 커버 이미지

그렇다고 에스파가 늘 Black Mamba와 싸우며 사이버 전사 같은 노래만 한 것은 아니다. 에스파는 세계관과 콘셉트를 관철하면서도 틈틈이 대중과 팬들에게 환기를 시켜주듯 완전히 정반대의 사랑스러운 콘셉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관과는 무관한 다채로운 매력을 주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한계 없는 변화와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Forever (약속)'는 따뜻한 어쿠스틱 기타와 스트링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 발라드 곡으로, 강렬했던 ‘Black Mamba’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S.E.S의 원곡을 에스파 버전으로 재해석한 ‘Dreams Come True’는 원곡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에스파만의 힙합 바이브를 첨가한 곡이었다. 본래는 청순한 콘셉트이었다고 멤버들이 언급했던 것처럼, 만약 에스파가 청순한 걸그룹으로 데뷔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첫 영어 싱글 'Life's too short'는 캐치한 기타 리프 위에 쌓인 멤버들의 맑은 보컬이 특징이었고, 이번 여름에 발매된 ‘Better Things’는 리드미컬한 퍼커션 사운드와 개성 있는 리듬 패턴이 돋보였다. 세계관에서 벗어난 곡들은 이전의 타이틀 곡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진 못했지만, 그 대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함과 에스파 특유의 조화롭고 맑은 보컬을 선사했다. 분명한 건 에스파가 다양한 장르에 대한 유연성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보여줄 모습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새로 펼쳐질 드라마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Spicy 티저 이미지 / Drama 티저 이미지

SMCU season 1이 종료된 이후부터는 세계관의 외관은 유지하되 이전처럼 타이틀곡 가사에 세계관을 마구 버무리지는 않는다. 미니 앨범 3집 [MY WORLD]는 광야에서 ‘REAL WORLD’로 돌아온 에스파 멤버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광야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로 돌아옴으로써 좀 더 대중적인 음악을 시도하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이를 증명하듯 타이틀곡 ‘Spicy’는 SMP 요소를 빼내고 하이틴 콘셉트를 적용해 대중성을 가미했다. 이러한 에스파의 세계관 전개와 음악적 방향성의 변화는 SM 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결과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된다.


[MY WORLD]가 세계관을 정비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다면 [Drama]는 세계관 너머를 개척하고 에스파의 영역을 제시하는 느낌을 준다. 어택감 있는 드럼소스와 신스베이스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Drama’는 기존 에스파의 음악 스타일로 회귀했음을 뜻했다. 그러나 에스파는 ‘광야’에 집중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집중하기로 한다. 모든 이야기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자신감 넘치는 애티튜드를 담았으며, 새로운 시도와 전환의 흔적을 동반했다. 세계관을 배제했음에도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태도는 그룹의 정체성을 어느 때보다 명확히 했다.

출처: SM 엔터테인먼트 Drama 티저 이미지

새로운 드라마를 시작하려는 그들의 기세는 진취적이고 자신감이 넘친다. 이제는 아티스트 그 자체가 무기가 된 것처럼. 마치 에스파를 증명하는데 더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는 듯이. K-POP 산업에 그들만의 장르를 불러오며 놀라운 파급력을 보여준 에스파는 앞으로도 한계 없는 가능성을 전제로 새로운 도약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것이 에스파가 앞으로 펼쳐낼 드라마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written by 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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