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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요가 Oct 24. 2018

시도

가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길

십수 년이 다 되어 가는 교통사고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어서 조수석 앉는 게 무섭다. 깜짝깜짝 놀라는 반응이 심하다. 그래도 그러려니, 그랬지 참,  하며 자연스럽게 넘긴다. 또 그런 내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관계 속에서 받은 상처는 몇 년 안됐지만 침을 꿀꺽 삼키듯 그냥 넘겨버리면 좋을 것을, 그러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다. 누군가 대신 해결하기를 바랐고 직접 대면하지 못하고 피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 같다.


화,  분노,  슬픔, > 잠들지 못하는 괴로움> 만성피로, 염증, 건강 이상 > 불인정, 회피 > 다시 반복. 잠드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잠을 잘 자는 것이 이렇게 부러운 일이 될 줄 몰랐다. 화병, 우울증이 이래서 오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번엔 해발 1000m 산중에 있는 도이수텝 명상 교육원이다.  


www.fivethousandyears.org



내가 교육원에 들어온 첫날엔 네덜란드,  폴란드,  호주인과 나 포함 4명이 들어왔다.  와 보니 동양인은 나랑 일본 남자 한 명뿐이다. 국적도 각색인 사람들 중에 한국인인 내가 압도적으로 잘하는 게 있었다. 헹감치기.  다들 좌선 때 가부좌, 반가부좌는 커녕  무릎을 구부리지 못해서 힘들어했다. 첫날은 그것 만으로 우쭐했으나 위빠사나 명상에 들어가 1시간은 족히 앉아있다 다리가 저려 일어서지 못하는 이들을 보며 반성했다.


여기서 배우는 명상법은 vipassana명상(똑바 바라보다)이다.  호흡과 함께 느리게 걷기,  앉아서 호흡 하기,  누워서 호흡하기가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5시 기상,  

5시 30분 스님 말씀,

7시 아침식사,

11시 점심식사,

14시 스님과 개인 면담,

18시 찬팅(불경 읽기),

21시 취침,  나머지 시간에는 모두 명상훈련이다.


흰색 복장, 24시간 묵언, 외출금지,  외부음식 반입금지, 읽고 쓰기도 금지, 전자기기 금지 , 담배 술 당연히 금지. 식사라고는 오전 7시 11시 두 끼가 전부이고 한여름인데 산속이라 많이 춥다. 첫날은 덜덜 떨다 밤샜다.  


명상은 궁극적으로 무념을 달성하기 위함이지만 불가능하다. 나는 명상하면서 울고 욱하느라 베란다를 몇 번이나 오갔는지. 그러다 둘러보면 온통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걷거나 좌선 중이거나 말없이 산책하고 있다. 어느 때에는 정신병원이 따로 없는 듯하여 혼자 터져 나오는 웃음 참느라 혼났다. 틀린 말도 아니다.  다들 지쳐있었고,  현재를 사는 게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돌아다녔다. 나 역시 그랬다.


스님 말씀처럼 멜로,  액션,  범죄,  판타지 영화 속 주인공은 이제 그만 하고 여기 이렇게 우뚝 서있는 자신을 봐야 하는데 말이다.

산속 절에서 스님들과 함께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에 집중하며 지금을 직시하려 애쓰고 있다. 힘든 관계에 괴로워만 할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요가,  명상이 모든 해결책은 아니다.  다만 시도하고 도전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시도 후에는 실패해도 얻는 것은 있다.  실패한 이유와 실패하지 않기 위해 또다시 내는 용기


지금,  오늘이 아니면 다시 오지 않을 수 있으니 하고자 한다면 시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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