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도 없고 인터넷도 안되고 스마트한 기기 하나 없는 조용하고 심심한 곳이었으면 좋겠어.
그곳에 자그마한 잠자리와 깨끗한 욕실, 글을 읽고 쓰며 차를 마실만한 공간만 있으면 돼. 아, 요리도 해야 하니 아궁이도 하나 있어야겠다.
뙤약볕 열기에도 비 오듯 흘린 땀의 대가에 감사하고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촌스럽게 그을린 얼굴을 마주하며 웃을 수 있는, 그런 마음으로 살면 좋겠어.
씨앗을 뿌린 자리에 아기가 옹알이하듯 올라온 귀여운 새싹을 보고 마냥 즐거워하고 감싸 안은 광주리를 가득 채운 못난이 밭작물에도 오져서 신이 나고,
두렁길, 산길, 마을 골목길 걸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고 돌멩이 하나 강아지풀 몇 개로도 재미를 찾을 수 있고 비라도 오는 날엔 무릎을 베고 누워 시를 읽어주는 너와 내가 되어보는 거야.
심심하지만 심심해서 재미를 위한 궁리가 늘고 사람들과 함께 그 재미를 나누며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그런 우리였으면,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어.